英 무급 간병인 수당 위반 줄줄이 벌금에 기소…"정부 시스템 탓"[통신One]

노동연금부, 간병인 수당 상환 늑장 통보에 수 천만원 눈덩이
"정부 시스템 개선 안 해…간병인 수당도 전면 재검토 해야"

영국 런던 애더버리의 요양시설에서 한 노인이 자신을 보러 온 친척을 맞이하고 있다. 사진은 기사의 내용과 무관함. 2020.05.28/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하원의원들이 경미한 소득 규정 위반으로 거액의 벌금을 부과받은 무급 간병인 수만 명에 대한 구제를 촉구하고 있다.

무급 간병인들은 기업이나 정부에 소속되지 않고 질병이나 장애가 있는 가족이나 이웃, 지인들을 돌본다. 일주일에 최소 35시간 이상을 돌봄에 할애하고 주별 소득이 151파운드(약 25만7400원) 미만일 경우 정부로부터 간병인 수당을 받을 수 있다.

22일(현지시간) 일간 가디언 등에 따르면 소득 규정을 위반해 벌금을 부과받은 무급 간병인 인원이 지난해 3만4000명 이상으로 급증했다.

이 가운데 1000명 이상이 무려 5000파운드(852만3250원)에서 2만파운드(3409만원)에 달하는 벌금을 부과받았다.

지난 2022 기준 수당을 초과 지급받아 반환해야 하는 무급 간병인 사례가 3만700명으로 나타났었는데 지난 2023년에 3만4500명으로 또다시 많이 늘어난 것이다.

지역사회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간병인들이 무더기로 범죄자가 된 이번 사안을 두고 비판 여론이 제기되자 영국 노동연금부(DWP)는 자체적으로 해결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노동연금부는 지난 5년 동안 무급 간병인들에게 지급한 초과 금액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상태라고 일간 가디언은 전했다.

노동연금부는 무급 간병인에게 지급하는 수당이 일정 소득 기준을 넘었는데도 지급될 경우 이를 경고하는 데이터 시스템을 갖추고 있지만 매달 수천건에 달하는 소득 위반 사례를 별도로 조사하지 않았다.

이후 무급 간병인들이 다시 돌려줘야 하는 수당 상환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때문에 수많은 무급 간병인이 정부에서 제시한 소득 기준보다 소액 초과한 사례인데도 불구하고 막대한 벌금을 물거나 사기 혐의로 줄줄이 기소됐다.

무급 간병인은 주당 소득이 151파운드(약 25만7400원)에서 한 푼이라도 넘어가면 간병인 주별 수당 81.9파운드(약 13만9600원) 전액을 반환해야 한다.

에드 데이비 자유민주당 대표는 "정부는 이미 수년 전에 관련 문제를 지적받았음에도 시스템을 고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또한 "간병인 수당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며 "시급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키 폭스크로프트 노동당 소속 예비내각 노동연금부 장관도 "정부는 무급 간병인 수당 초과 지급 문제를 긴급 조사하고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어떤 조처를 하고 있는지 설명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영국에서는 한 해 약 100만명이 무급 간병인 수당을 받는 것으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17만5000명은 간병 일 외에도 알바로 생계를 이어나가고 있다.

간병인 지원 자선단체인 케어러스 트러스트 정책 책임자 도미닉 카터는 "노동연금부의 이런 조치는 많은 무급 간병인을 재정적 벼랑 끝으로 밀어 넣을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한 정부가 간병인 수당을 시급히 재정비하고 현실에 맞지 않는 현행 시스템을 개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무급 간병인 지원 단체에 따르면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무급 간병인은 하루 동안 4억4500만 파운드(약 7485억원) 규모의 노동 가치를 영국 경제에 기여한다. 이는 연간 1620억 파운드(약 276조1530억원)에 달한다.

영국 통계청(ONS)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1년 기준 잉글랜드와 웨일스의 무급 간병인은 약 500만명으로 집계된다. 스코틀랜드와 북아일랜드까지 합하면 약 570만명으로 추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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