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전 2년, 러군 5만명 사망…인해전술에 사람 갈려나가"

BBC 방송 자체 집계치 공개…러 재소자 부대, 평균 2개월 생존
2주짜리 기초훈련 못받고 전선행…군복 없어 사비로 구매하기도

러시아군 장병들이 지난해 6월 모스크바 크렘린궁 광장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연설을 기다리고 있다. 2023.6.2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 2년에 사망한 러시아군 장병들이 5만명을 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를 손에 넣기 위해 장병들을 대거 전선으로 밀어 넣는 이른바 '인해전술'이 전장을 죽음의 땅으로 만들었다는 분석이다.

영국 BBC는 러시아 독립언론 미디어조나 및 현지 자원봉사자들과 집계한 수치를 도태로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본격화된 2022년 2월 이후 지금까지 숨진 러시아군이 누적 5만명을 넘겼으며, 개전 2년 차에는 2만7300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누적 사망 5만명은 러시아 정부가 2022년 9월 인정한 사망자수보다 8배나 많은 수치라고 BBC는 전했다. 5만명 집계엔 러시아의 민간용병 기업 바그너그룹은 포함됐지만,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동부 도네츠크주와 루한스크주에서 참전한 현지 민병대는 포함되지 않았다.

BBC는 첫 1년보다 이후 1년간 사망자가 25% 더 많다며 러시아군이 2023년 봄 도네츠크주 바흐무트를 장악하기 위해 대규모 공세를 시작하면서 사망자수가 급격히 증가한 것으로 추정했다. 그러면서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의 보고서를 인용해 러시아군이 '비효율적인 인해전술(ineffective human-wave style)'을 전면 공격에 사용해 장병들을 갈려 나가게 했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전력 손실이 막대하다 보니 2주간의 기초군사 훈련조차 받지 못한 신병들이 전선에 곧바로 투입되고, 더 큰 사상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반복됐다. 러시아군 전사자 5명 중 2명은 전쟁 전 군에 종사하지 않았던 일반인이었던 것으로 BBC는 추정했다.

특히 러시아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2022년 6월부터 바그너그룹 용병, 이듬해 2월부터는 러시아 정규군 소속으로 전장에 강제로 투입됐는데, 이들은 평균 2~3개월밖에 생존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른바 '폭풍 소대'라고 불리는 재소자 소대원들은 지금까지 누적 9000명이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러시아군 장병 상당수는 전투 장구류가 태부족인 것으로 전해진다. 러시아 전쟁을 지지하는 군사 전문 블로거 블라디미르 그루브닉은 자신의 텔레그램에 "많은 병사들이 전투에 부적합한 소총을 가지고 있다"며 "전투 장구류 없이 최전선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BBC는 전장에 투입된 재소자 가족들을 인용해 병사들이 군복과 군화를 사비를 들여 구입하는 실정이라고 전했다.

BBC의 이번 조사는 미디어조나가 모집한 자원봉사자들이 개전 이후 러시아 전역의 70개 공동묘지에서 새롭게 조성된 군 전사자 무덤과 소셜미디어, 언론 보도, 당국의 보고서 등을 종합하는 방식으로 이뤄졌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