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늦춘다던 AI 규제 서둘러 앞당기는 이유는?[통신One]

거대 IT기업 시장 장악 위기감에 입장 번복…LLM 통제 가능성
AI 기업-정부 알고리즘 공유·안전 테스트 수행 의무화 핵심

미국 인공지능(AI) 회사 오픈AI가 개발한 AI 채팅로봇 '챗GPT'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정부가 인공지능(AI) 기술 규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했던 기존 입장과 달리 AI 규제를 위한 새로운 법안을 서두르는 방향으로 기조를 바꾼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간) 파이낸셜 타임스(FT), 컴퓨팅 UK 등에 따르면 현재 영국 정부는 오픈에이아이(OpenAI)와 챗지피티(ChatGPT)와 같은 AI 제품을 기반으로 사용하는 대규모 언어모델(LLM·Large Language Model) 생성을 제한할 가능성이 높다.

담당 부처 관계자들은 법안이 무엇을 다루게 될지, 언제 발표할 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결정되지 않았다고 FT에 전했다.

하지만 한 관계자는 AI 모델을 개발하는 회사가 AI 알고리즘을 정부와 공유하고 안전 테스트를 수행했다는 증거를 제공하도록 의무화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언급했다.

관련 법안 테두리는 영국 규제 당국과 전문가들 사이에서 AI로 인한 잠재적인 피해 우려가 점차 커지는 가운데 나온 것이다.

한 부처 관계자는 "가장 강력한 AI 모델에 대한 규제를 검토하고 있다"며 "과학혁신기술부가 AI 법안이 어떤 모습일지에 대한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영국 정부가 추진하는 관련 규제는 애플리케이션 자체보다는 챗지피티와 같은 AI 제품 뒤에 있는 대규모 언어모델에 적용될 전망이다.

영국 경쟁시장청(CMA) 최고경영자(CEO)인 사라 카델은 "AI 기반 모델을 만드는 소수의 정보기술(IT)기업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 시장을 형성할 능력과 인센티브 모두를 장악할 수 있다는 심각한 우려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규제 당국은 구글과 애플, 마이크로소프트(MS), 메타, 아마존, 엔비디아 등의 IT 기업들이 90개 이상 파트너십과 전략적 투자로 이뤄진 상호 연결된 웹(interconnected web)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기존에 영국 정부는 과도한 규제가 AI산업 성장을 저해할 수도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AI 모델 개발이나 출시에 대한 법적 개입을 자제해왔다.

대신 정부와 기업 간 자발적 협약에 의존하는 방식을 선호하고 규제 입법화는 되도록 배제하는 것이 기본적인 방침이었다.

지난 2023년 10월 26일 리시 수낵 총리는 "영국의 답은 인공지능 규제를 서두르지 않는 것(the UK’s answer is not to rush to regulate)"이라며" 이는 영국 경제의 특징인 혁신에 대한 믿음을 바탕으로 한 원칙"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지난해 10월 공식 연설에서 AI규제를 서두르지 않겠다고 선언한 지 불과 수개월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규제 법안에 속도를 내게 된 셈이다.

영국 정부는 AI 규제 당국에 이달 말까지 AI를 앞으로 어떻게 규제할 것인지에 대한 개요와 구체적 방안을 제출하도록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통신규제기관인 오프콤(Ofcom)도 지난 10월 통과된 온라인 안전법을 토대로 인터넷에서 아동과 성인을 보호하기 위해 생성형 AI를 어떻게 다룰지 검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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