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교원노조 "교사 극단선택 사례·시도·생각 증가"[통신One]

자살 예방교육 의무화 및 정신건강 전문가 배치 동의안 채택
영국 교육부, 교원 정신건강 지원예산 34억원으로 증액 예정

<자료사진> 2020년 3월 영국 케임브리지 외곽 바턴의 한 초등학교 교실 모습. 2020.03.20.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교원들이 노조 연례회의에서 '모든 학교장과 일선 교사들은 앞으로 자신의 정신 건강을 돌보기 위한 자살 예방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동의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30일(현지시간) BBC 방송과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영국 교사들이 업무 스트레스로 인해 극단적인 선택을 하거나 시도하는 상황까지 내몰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 교원노조 단체 'NASUWT'가 노조회원 1만1754명을 대상으로 자발적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 가운데 86%가 자신의 직업이 지난 12개월 동안 정신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답했다.

또한 거의 4분의 1에 달하는 응답자 23%가 지난 1년 동안 업무 때문에 술을 더 많이 마셨다고 답했고, 12%는 항우울제를 사용하거나 사용량을 늘린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3%는 업무로 인해 자해를 시도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이날 NASUWT가 진행한 교원노조 연례 회의에서는 극단적 선택으로 세상을 떠난 교사들의 사례와 이들을 지켜봤던 동료 교사들의 증언이 이어졌고 자살 예방 전략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이번에 통과된 동의안에는 모든 학교와 대학에 정신건강 응급처치 교육을 받은 전문가를 배치하고 교직원들이 정신건강 교육을 의무적으로 받도록 하는 캠페인을 벌일 것을 요구하는 내용이 담겼다.

또한 모든 학교와 대학에서 교원들을 대상으로 정신건강 교육을 실시하고 관련 예산을 정부가 전액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도 포함됐다. 동의안을 대표 발의한 교사 로우 마틴은 최근 수년간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들의 이름을 열거하고 "우리는 더 이상 교사들을 잃을 여유가 없다"고 했다.

영국에서는 지난 2023년 1월 잉글랜드 레딩에서 근무하던 학교장 루스 페리가 학교 평가 등급이 1단계 하향 조정된 이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해당 사건은 영국 사회에 충격을 주었고 교사들의 업무 스트레스와 정신건강 문제에 화두를 던졌다.

이번 동의안을 통해 NASUWT는 교사들 사이에서 극단적 선택, 극단적 선택 시도, 극단적 선택을 생각하는 빈도가 모두 증가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런 현상이 앞으로 더욱 빈번해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이날 회의에서 스코틀랜드 동부 도시 파이프 출신 교사 멜레리 토마스는 "반항적 행동을 보이는 학생이 있는 학교에 부임한 이후로 자살 충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수개월 동안 반복적으로 극단적 선택을 생각할 정도였다"며 "20년 경력을 끝낼 생각도 했다"고 털어놓았다.

카렌 브로클뱅크 NASUWT 대의원은 "엄격한 교실 검사, 정부 목표, 감당하기 힘든 수준의 서류 작업과 주당 50시간 이상 근무로 인한 스트레스가 교원들의 자살률 증가와 정신건강 문제를 야기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대의원 리처드 켐파는 "우리의 직업에서 정신 건강은 위기에 처해 있다"며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우려했다.

영국 교육부는 각 공립학교가 정신 건강 지도자를 양성할 수 있도록 1200파운드(약 204만원)의 보조금을 제공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전문적인 상담을 포함한 교원 정신건강 지원을 위해 향후 관련 예산을 200만 파운드(약 34억원) 규모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