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홀로코스트' 죄책감 갖던 독일, 이스라엘 비판으로 입장 선회
국제사회 압박에 무조건적 지지에서 등 돌리기 시작
국민 70%도 "이스라엘 군사작전 부당하다" 목소리
- 박재하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과거사 문제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내 군사작전과 관련해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독일이 입장을 바꾸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29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최근 이스라엘에서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와 만나 "목표가 아무리 중요해도 그에 따르는 엄청난 대가를 정당화할 수 있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숄츠 총리는 네타냐후 총리에게 "미래 세대의 이스라엘 국민을 위한 지속 가능한 안보는 팔레스타인과 맞서 싸우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는 데에 해결책이 있다"라며 "테러는 군사적 수단만으로 물리칠 수 없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아날레나 베어보크 독일 외교부 장관도 제네바 협의 서명국으로서 "모든 당사자에게 국제인도법을 준수하라고 상기시킬 의무가 있다"며 이스라엘에 대표단을 파견하겠다고 말한 바 있다.
이전까지만 해도 독일은 이스라엘에 보다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달 뮌헨안보회의에서는 숄츠 총리는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서 전쟁을 치르며 국제인도법을 위반했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거부했다.
또 독일은 지난 12월 이스라엘이 국제사법재판소(ICJ)에 가자지구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를 저질렀다는 혐의로 제소됐을 당시에도 이스라엘을 두둔한 바 있다.
그간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저지른 홀로코스트(유대인 학살) 등의 과오로 이스라엘을 무조건 지지해 왔다.
하지만 전쟁이 장기화하고 가자지구에서 인명피해가 커지면서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에서 점차 고립되자 독일도 입장이 난처해져 등을 돌리는 것이다.
특히 독일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거세게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 왔지만 가자지구에서 일어나는 인도적 재앙 등은 외면하고 있다는 위선적인 자세를 보인다는 비판에 직면하기도 했다.
최근 독일을 방문한 안와르 이브라힘 말레이시아 총리는 숄츠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식민주의, 인종차별, 인종청소 등을 우크라이나에서든 가자지구에서든 반대한다"라며 "왜 우리는 인간성을 저버리며 위선을 택하는가?"라고 꼬집었다.
독일 여론도 점차 이스라엘에 비판적으로 변하고 있다. 최근 독일 공영 방송사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0%는 이스라엘의 군사 활동이 정당화될 수 없다고 답했다. 이 비율은 불과 몇 주 전만 해도 50%밖에 안 됐다.
베를린 소재 글로벌공공정책연구소의 토르스텐 베너 소장은 "독일에서 바뀐 점은 바로 이스라엘에 대한 무조건적인 지원이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이라며 "독일은 이스라엘을 지원하며 네타냐후 총리에게 사실상 전권을 쥐여준 것이라는 잘못된 인상을 심어줬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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