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모스크바 테러 이미 인지했지만 개입 안해"…우크라 정보국장 주장
"관료 제거하고 우크라 탓하려 방치…적이어도 민간인 테러는 승인 안해"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우크라이나 정보국장이 지난 22일 러시아 모스크바 외곽의 공연장에서 발생한 테러와 관련해 러시아 특수부대와 크렘린궁이 수니파 급진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의 테러 계획을 지난 2월부터 인지하고 있었지만, 정치적인 이유로 이를 묵살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일간지 키이우포스트에 따르면 키릴로 부다노우 군사정보국장은 27일(현지시간) 수도 키이우에서 열린 '전략소통 국제포럼(kyiv stratcom forum)'에 참석해 시리아 내 정보기관을 통해 입수한 정보라며 이같이 주장했다.
부다노우 국장은 "늦어도 2월 15일에는 러시아 특수부대가 테러 계획에 대해 미리 알고 있었다"면서 "모든 것이 갑자기 실현됐다는 동화를 믿지 말라"고 당부했다. 또한 크렘린궁 역시 무장단체 대원들이 자국으로 진입한 경로를 사전에 알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왜 그들이 이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했는지를 두고 몇가지 이유가 존재한다"며 "첫 번째 이유는 현직 고위 관료들을 제거하기 위함"이라고 말했다. 이어 "실제 공격 규모를 너무 과소평가했다는 게 또 다른 이유"라며 "그들은 좀 더 국지적인 공격을 생각했고 모든 것을 우크라이나의 소행으로 돌리고 싶어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이번 테러의 배후를 두고 크렘린궁을 비롯한 러시아 당국의 입장이 여러 차례 바뀌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와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 국장이 나를 저격하고 우크라이나가 모든 일을 저질렀다고 비난하지만, 우린 비록 적일지라도 민간인 테러는 승인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지난 22일 저녁 모스크바 외곽의 크로커스 시티홀에서 발생한 총격·폭발로 28일 기준 143명이 숨지고 182명이 다친 것으로 집계됐다. 총격범 4명을 포함해 이번 테러에 가담한 용의자 11명은 러시아 연방보안국 요원들에 의해 체포돼 구금됐다.
이를 두고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총격범들이 테러 당일 우크라이나 국경 인근에서 체포됐다며 자국과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가 이번 테러의 배후일 가능성을 강하게 제기했다가 25일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에 의해 자행됐다"고 인정했다. 그럼에도 푸틴 대통령 최측근인 파트루셰프 서기와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우크라이나 배후설을 계속 주장하고 있다.
미국은 이번 모스크바 테러 공격의 책임이 전적으로 IS에 있으며 지난 7일에도 극단주의자에 의한 테러 발생 가능성을 러시아 주재 대사관을 통해 알렸다는 입장이다. IS의 아프가니스탄 지부인 이슬람국가 호라산(ISIS-K)은 테러 당일 자신들의 소행임을 자처한 데 이어 재판에 참석한 용의자들의 몸에 고문을 당한 흔적이 있자, 푸틴 대통령을 암살하겠다며 보복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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