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 영공까지 폐쇄"…佛, '테러 위협'에도 야외 올림픽 개막식 강행[딥포커스]

佛, 모스크바 테러 이후 테러 경계태세 최고 수준 상향
올림픽, 1972·1996년 2차례 테러 공격받아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테러 공격에 대한 우려 속에도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야외 개막식'을 강행한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 갈무리)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가 테러 위협 속 올림픽 역사상 최초의 '야외 개막식'을 강행한다. 지구촌 스포츠 축제의 시작을 알리는 신호탄을 야외 수상 퍼레이드로 쏘아 올리겠단 구상이다.

올림픽 개최 이래 개막식이 경기장 밖에서 치러지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일각에선 테러 공포가 되살아나고 있는 가운데 대규모 야외 행사를 강행하는 것은 무리수란 비판도 나온다.

◇ 佛, 올해만 '모스크바 테러' 2차례 일어날 뻔

오는 7월26일부터 시작되는 파리 하계 올림픽은 유럽 전역이 테러에 대한 공포에 다시 한번 휩싸인 가운데 개최된다.

지난해 이스라엘-팔레스타인 전쟁 발발 이래 유럽에는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 발(發) 테러 위협이 증폭하고 있다. 지난주 최소 140여명의 사망자를 낸 러시아 모스크바 테러 이후 프랑스 당국은 즉각 대테러 경계 태세를 최고 수준으로 격상했다.

프랑스의 테러 경보 체계인 '비지피라트'는 3단계로 구성돼 있는데, 프랑스 내외에서 공격이 발생하거나 위협이 가깝다고 판단되는 경우 가장 높은 단계가 발령된다.

프랑스가 긴급하게 경계 수준을 높인 데는 이유가 있다. 프랑스는 올림픽 개최지인 파리의 한 극장에서 지난 2015년 130명을 숨지게 한 대규모 테러의 악몽을 재발하지 않겠단 것.

실제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모스크바 참사 이후 기자회견에서 "모스크바 테러에 연루된 것으로 추정되는 조직은 프랑스에서 여러 차례 공격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고 말했다.

모스크바 테러 배후를 자처한 IS 아프간 지부 IS-호라산(IS-K)이 프랑스에서도 여러 차례 테러를 시도했다고 밝힌 것이다.

가브리엘 아탈 프랑스 총리도 2017년 이후 프랑스에서 45건의 테러를 저지했고, 올해 들어서도 두 차례의 대규모 테러 공격을 선제적으로 막았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테러가 일어나기 전부터 주최측은 이미 선수와 관객들의 신변 안전을 위해 대응책을 마련해왔다.

대표적으로 프랑스 당국은 잠재적인 드론 공격에 대비하기 위해 올림픽 기간 파리 주변 반경 150km 내 영공을 폐쇄하겠다고 밝혔다.

또 프랑스 당국은 올림픽에 1만5000명의 군 병력과 경찰관 3만5000명 그리고 최대 2만2000명의 민간 경호 인력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모스크바 테러 참사 직후 병력 4000명을 추가로 배치해 보안을 강화하기로 했다.

아울러 프랑스 정부는 올림픽 기간 치안 강화를 위해 동맹국들에 수천 명의 병력을 파견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앞서 프랑스 내무부 관리도 정부가 지난 1월 46개 동맹국을 대상으로 2185명의 경찰력 파견을 요청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럼에도 테러 위협이 역력한 현 국제 정세를 고려할때 야외 개막식을 강행하는 것이 무리수란 비판도 나온다.

프랑스 BFM방송이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 프랑스 국민 80%는 테러 위협을 걱정하고 있고, '올림픽 개막식을 야외에서 개최하는 것을 주최측이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은 43%에 달했다.

영국 가디언은 "파리올림픽 주최측이 직면한 가장 큰 보안상의 과제 중 하나는 7월 26일 개막식을 안전하게 치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프랑스 일간 르몽드도 "테러 공격은 파리올림픽의 주요 과제로 남아 있다"면서 "무엇보다도 이슬람 테러의 위험이 만연하다"고 지적했다.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을 앞두고 거리에 깃발이 걸려 있다. 2024.03.25.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 파리조직위 "지금까지 이런 개회식은 없을 것" 자신

그럼에도 프랑스 당국은 올림픽 개최 준비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야외 개막식을 강행하겠단 입장이다.

파리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센강을 따라 파리 중심부에서 펼쳐질 개회식은 역사적인 순간이 될 것"이라면서 "전통적으로 경기장 안에서 진행되는 선수들의 행진이 파리 올림픽에선 센강 위에서 진행될 것"이라고 전했다.

조직위에 따르면 올림픽에 참여하는 1만500여명 선수들은 94척의 배에 승선해 센강 6km를 횡단할 예정이다.

또 조직위는 '완전히 개방된 대회'를 표방하며 파리 올림픽·패럴림픽의 시작을 알릴 성화도 루브르 박물관 인근 튈르리 공원에 설치한단 방침이다.

주최 측은 지난해까지만 해도 성화를 에펠탑에 설치하려고 했지만, 대중의 접근성을 고려해 성화 봉송 장소를 튈르리 정원으로 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올림픽은 지난 1972년 뮌헨(독일)과 1996년 애틀랜타(미국)에서 테러 공격의 표적이 된 바 있다.

뮌헨 올림픽 당시 '검은 9월단'이란 팔레스타인 테러 단체가 이스라엘 선수촌에 난입해 인질극을 벌였고, 이 결과 인질 9명과 서독 경찰 1명 등 10명이 숨졌다. 애틀랜타 올림픽땐 폭탄 테러가 발생해 2명이 숨지고 111명이 부상했다.

프랑스 수도 파리에 위치한 튈르리 정원. 2024 파리 하계 올림픽의 성화가 설치될 장소로 내정됐다. 2014.04.06/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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