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보안국장 "모스크바 테러 배후에 우크라·미·영" 증거없이 주장 계속

러, IS 배후 자처했지만 여전히 우크라·서방에 화살
루카셴코 "테러범들 벨라루스행 좌절돼 우크라로"

25일(현지시간) 모스크바 외곽 크라스노고르스크에 있는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현장에 꽃과 장난감이 놓여 있다. 2024. 3 .2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가 최근 발생한 모스크바 테러 사건의 배후에 미국과 영국, 우크라이나가 있다는 주장을 펼쳤다.

26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AFP통신에 따르면 알렉산드르 보르트니코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 국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모스크바 테러 사건에 우크라이나와 미국, 영국이 관여했다고 보냐는 질문에 "우리는 그렇게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어 보르트니코프 국장은 "이번 사건은 이슬람 급진주의자들이 준비했지만 서방 특수부대가 조장했다고 본다"라며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이번 사건과 직접적 관련이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모스크바 공연장을 습격했던 테러리스트들이 사건 이후 우크라이나로 향하고 있었다는 점을 또다시 언급하며 이들이 "영웅으로 환영받았을 것"이라고 전했다.

지난 22일 139명이 사망한 모스크바 외곽 크로커스 시티홀 공연장 테러 공격 직후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세력 이슬람국가(IS)가 배후를 자처했지만 러시아는 거듭 우크라이나가 배후에 있다고 주장해 왔다.

우크라이나 역시 이를 극구 부인하고 미국도 우크라이나가 관련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강력히 반박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여전히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도 전날 크렘린궁 회의에서 이번 테러 사건이 "과격 이슬람주의자들의 손에 의해 자행됐다는 것을 알고 있다"라면서도 "누가 이 범죄를 명령했는지 알고 싶다"라며 우크라이나가 걸고넘어졌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국가안보회의 서기도 이날 러시아 뉴스 채널 '샷'(SHOT) 인터뷰에서 "(배후가) IS인가 우크라이나인가?"라는 질문에 "당연히 우크라이나"라며 이를 뒷받침할 징후가 많다고 주장했다.

한편 러시아와 동맹인 벨라루스는 러시아 측 입장과 대치되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알렉산드르 루카셴코 벨라루스 대통령이 이날, 모스크바 공연장 테러 용의자들이 당초 우크라이나가 아닌 벨라루스로 도망치려 했다고 주장했다.

모스크바 외곽 콘서트홀을 습격한 괴한들은 차량을 타고 남서쪽을 향해 도주하다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국경에 접한 브랸스크주에서 체포됐다.

벨라루스 국영통신 벨타에 따르면 루카셴코 대통령은 취재진에게 러시아로부터 연락을 받은 벨라루스 당국이 즉시 국경에 검문소를 설치했다고 언급하면서 "그래서 (괴한들은) 벨라루스에 들어가지 않고 우크라이나와 러시아의 국경 지대로 향했다"고 설명했다.

루카셴코 대통령은 이후, 벨라루스와 러시아의 보안 당국이 협동해 괴한들을 체포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테러범들이 사건 직후 바로 우크라이나 국경으로 도주했다는 러시아 측 주장과 다른 말이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