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선 '더 강해진 푸틴'…우크라 전쟁 '올인', 내부 탄압은 '가혹'[딥포커스]
80% 넘는 지지율…"가장 어려운 전쟁 시나리오 실행할 것"
'전쟁 반대' 체포·추방…"시민사회 항의 능력 완전 동결"
- 조소영 기자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까지(이하 현지시간) 사흘간 치러진 대통령 선거에서 승리하며 '5선'을 거머쥔 가운데 이를 기반으로 그가 우크라이나 전쟁에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설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침공의 정당성을 인정받았다고 보고, 북·중·러 중심의 반(反)서방연대를 강화하며 전쟁에 '올인'을 할 것이란 분석이다.
뿐만 아니라 전쟁에 반대하거나 자신에게 반기를 드는 인사 등에 대한 탄압 수위를 높임으로써 '장기 집권'에도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란 예상이다.
지난 15일부터 17일까지 진행된 러시아 대선 결과, 푸틴 대통령은 경쟁자들을 가볍게 물리치고 87.32%의 득표율(95.08% 개표)을 기록, 사실상 종신 집권의 기반을 굳혔다.
높은 지지율을 등에 업고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거침없이 추진할 수 있게 된 가운데 크렘린궁에 자문을 제공하는 모스크바 소재 정치분석센터의 파벨 다닐린 소장은 블룸버그통신에 "이번 선거 결과는 푸틴에게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어려운 시나리오를 실행할 수 있는 모든 기회를 제공했다"고 말했다.
푸틴 대통령이 이번 대선을 계기로 우크라이나 전쟁을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어떤 방식으로든 끌고 갈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다는 의미다.
실제 이날 푸틴 대통령은 자신의 선거운동본부를 찾아 관계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하면서 러시아의 우선순위는 우크라이나에 있다고 밝혔다.
그는 우크라이나에서 일명 '특별군사작전' 과제를 해결하고 보다 강한 군을 만드는 것이 러시아 최우선과제라고 천명했는데, 이는 지난 2022년 2월 시작돼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을 자신이 만족할 때까지 계속 진행시키겠다는 의미로 해석됐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의 항복이 전제되지 않은 종전 협상은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다.
러시아 소재 영국 대사관에서 군사전문가로 활동한 존 포먼은 영국 인디펜던트지에 "이번 선거는 더 많은 전쟁을 의미하며 평화는 없다"고 말하기도 했다.
인디펜던트에 따르면 러시아는 현재 국내총생산(GDP)의 7.5%를 군사비로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냉전 이후 가장 높은 수치로 꼽힌다.
일부 무기 공장은 하루 24시간 생산을 유지하기 위해 12시간 교대 근무로 운영 중이고, 전투에 참여하지 않는 인구 상당수는 전쟁에 필요한 장비를 제조하는 일에 고용되는 등 단기적으로 일련의 움직임은 러시아 경제에 긍정적 영향을 끼치고 있기도 하다.
아울러 이날 푸틴 대통령은 "누가 얼마나 우리와 우리 의지, 우리 의식을 억압하고 싶어 하든 역사상 누구도 성공한 적이 없다"고도 말했는데, 이는 서방을 겨냥한 것으로 해석됐다. 서방 사회와 각을 세우면서 애국심을 고취시킨 셈이다.
미국 워싱턴 소재 보수 성향 싱크탱크인 전략국제연구센터(CSIS)의 마리아 스네고바야는 "이번 선거의 목표는 러시아 사회가 우크라이나만이 아니라 서방, 더 넓게는 자유주의 국제 질서에 대한 장기적인 투쟁 뒤에 단결돼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 목표였다"고 분석했다.
푸틴 대통령이 힘을 받으면서 유럽 내에선 우크라이나를 지키는 것과 동시에 자체적으로 러시아에 대비해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더욱 높아져, 유럽에서의 '신냉전 구도' 또한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가 기세를 높여가자 유럽에선 이미 '장거리 순항미사일' 지원이나 '지상군 파견' 같은 논의들이 이미 나오고 있다. 독일 내에선 '핵무장론'도 등장했다. 전쟁 초반만 하더라도 금기시됐던 것들이다.
아울러 미국과 자유주의 세계질서를 위협하려는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간 연계는 더욱 강화될 수 있다.
푸틴 대통령 5선 성공에 앞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헌법 개정을 통해 자신의 3기(2022∼2027년)를 열었다. 후계구도가 보이지 않아 이후에도 집권 가능성이 높다.
지난 12일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은 "우리가 보는 도전 과제 중 하나는 북러 관계 진전으로 김정은이 점점 더 대담해질 수 있다는 것"이라며 "푸틴이 군수품 등을 조달하기 위해 북한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특히 오는 11월 미 대선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을 것으로 보이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미국 우선주의'를 분명히 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의 기세가 높아 향후 서방 내 분열의 우려도 높아질 수 있다.
한편 '국민 80% 이상의 지지율'이라는 천군만마와 같은 정당성을 획득한 푸틴 대통령은 내부 탄압에도 더욱 거침이 없을 것이란 전망이다.
러시아 인권단체 OVD-인포(OVD-Info)에 따르면 2022년 2월 이후 약 2만 명의 러시아인이 전쟁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체포됐고 수십만 명이 추방됐다.
국제앰네스티의 러시아 연구원 올레그 코즐로브스키는 "그들(크렘린궁)은 러시아 시민사회의 항의 능력을 완전히 동결시키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푸틴 대통령의 유일한 대항마로 꼽혔던 야당 인사 알렉세이 나발니가 최근 사망하고, 이를 추모하기 위해 헌화하려는 사람들이 끌려가는 영상은 '내부 탄압'의 대표 사례로 꼽힌다.
인디펜던트는 "나발니에게 일어난 일의 진실은 알 수 없지만 분명한 것은 그를 추모하려는 것조차 용납할 수 없게 됐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는 것조차 큰 죄악이 됐다"고 짚었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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