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아닌 희극이다" 투표 마지막날 해외 러시아인 정오시위 동참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대사관에서 투표를 마친 후 나온 모습. ⓒ AFP=뉴스1
알렉세이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가 17일(현지시간) 독일 베를린의 러시아대사관에서 투표를 마친 후 나온 모습. ⓒ AFP=뉴스1

(서울=뉴스1) 권영미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5선이 거의 확정된 가운데 그와 우크라이나 전쟁에 반대하는 17일(현지시간)의 정오 시위에 해외 러시아인들도 대거 동참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달 옥중 의문사한 알렉세이 나발니의 측근들이 기획한 '푸틴에 반대하는 정오 시위'에 이날 런던 내 러시아인 수백명이 참여했다. 정오 시위는 투표 마지막 날 정오 투표소에 집단으로 나와 푸틴에 반대하는 투표를 하자는 운동이다. 이들로 인해 투표소로 사용된 러시아대사관 앞에는 긴 줄이 형성됐다. 각국의 대사관은 재외국민 투표소로 사용되고 있다.

런던 주재 러시아 대사관 인근에서 푸틴 반대를 위해 모인 이들은 "이 선거는 가짜다" "내 대통령은 알렉세이 나발니다" "푸틴은 엿 먹어라" 등의 팻말을 들고 있었다.

한 여성은 "사람들이 많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렇게 많지 모이진 않았다"면서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독재와 전쟁, 러시아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에 만족하지 못하는지 보면서 희망을 갖게 되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것을 막고 싶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한 여성은 "나는 선거를 보이콧한다. 나는 투표하지 않을 것이다. 이건 선거가 아니라 희극이다"고 말했다.

한 남성은 이런 방식의 시위가 "영리한 행동이라고 생각하고, 어쩌면 오늘 할 수 있는 전부일 수도 있다. 러시아에서 시위가 진압되는 방식을 보았을 것이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푸틴의 집권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푸틴에 대해서는 그의 집권이 "항상 전쟁으로 끝날 것이라고 믿는다"면서 "평화롭게 살던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 우크라이나인들, 러시아인들, 어린이들이 죽어가고 있다. 이는 인류에 대한 범죄"라고 분노했다.

전쟁과 동원령으로 인해 수십만 명이 러시아에서 해외로 이주한 상황이라 다른 투표소에도 이날 정오에 긴 줄이 형성됐다. 수만 명의 러시아인이 이주한 아르메니아의 예레반과 카자흐스탄의 알마티, 이스탄불의 이스티칼리 거리, 태국의 푸껫, 리가와 헤이그 등 유럽 전역의 도시에서 긴 대기 줄이 만들어졌다.

정오 시위는 상트페테르부르크 정치인 막심 레즈니크가 제안했고 나발니가 사망하기 전에 지지했다. 그는 러시아 안팎의 러시아인들이 공개적으로 모여 푸틴에 대한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는 안전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독일에 있는 나발니의 부인 율리아 나발나야도 이날 정오에 베를린 주재 러시아 대사관의 긴 줄에 동참했다. 러시아인 수천 명은 브란덴부르크 문 근처 베를린 중심부를 1마일 이상 구불구불하게 가로질러 줄을 섰다.

ky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