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론 날고, 시위 열리고' 러 대선 마지막 날…푸틴 5연임 '확실시'

경쟁자 없어 무난한 승리 예상…전쟁통에 역대 첫 80% 득표율 전망도
우크라 드론공격에 '선거개입' 주장…나발니 지지자 '정오 시위' 예고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도네츠크의 투표소에 16일 (현지시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사진이 붙은 가운데 한 주민이 러시아 대선 투표를 마치고 기표함을 빠져나오고 있다. 2024.3.16.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강민경 정지윤 기자 = 사흘간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이 17일(현지시간) 마무리되는 가운데 이렇다 할 경쟁자가 없는 만큼 블라디미르 푸틴(71) 대통령의 5연임이 거의 확실시되는 분위기다. 우크라이나가 이틀 연속 러시아 정유시설에 무인기(드론) 공격을 가하자, 러시아 정부는 이를 '선거 개입'이라고 비판했다. 지난달 감옥에서 사망한 푸틴 대통령의 정적 알렉세이 나발니 측 지지자들은 이날 정오 투표장 시위를 예고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 극동 캄차카반도에서 지난 15일 오전 8시 시작한 이번 대선은 모두 11개 시간 대역에서 사흘간 진행된다. 가장 서쪽에 있는 유럽내 역외영토인 칼닌그라드를 마지막으로 이날 오후 9시(모스크바 기준·한국시간 18일 오전 3시) 투표를 마감한다.

러시아 중앙선거관리위원회는 선거 이틀차였던 전날(16일) 저녁까지 약 1억1400만명의 등록 유권자(우크라이나 점령지 포함)중 이미 6300만명 이상이 이틀간 투표를 마쳤다고 밝혔다. 러시아 타스 통신은 중앙선관위를 인용, 모스크바 시간으로 전날 오후 11시10분 기준으로 러시아 전역의 투표율은 58%를 기록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에서 푸틴 대통령의 승리가 예견되는 건 경쟁자가 없기 때문이다. 반(反)푸틴 인사들은 모두 죽었거나 감옥에 있거나 망명 중이며,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에 반대 목소리를 내던 인물은 대선 후보등록 과정에서 낙마했다. 대표적인 반푸틴 인사였던 나발니는 지난달 16일 시베리아의 교도소에서 의문사했다.

여기에 더해 2022년 2월 러시아의 전면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2년 넘게 이어지면서 푸틴 대통령을 향한 러시아 국민들의 결집도 단단해졌다. 모스크바 남부에 거주하는 류드밀라 페트로바(46)는 전날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푸틴은 러시아를 일으켜 세웠다. 서방과 우크라이나를 이길 것이기에 그에게 투표했다"고 말했다.

러시아 여론조사 업체 레바다센터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의 지지율은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 71%에서 현재 86%로 상승했다. 이번 대선에선 처음으로 온라인 투표가 도입된 만큼 푸틴 대통령이 2018년 세운 최고 득표율(76.69%)을 깨고 역대 처음으로 80%대 득표율을 달성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사흘간 치러지는 러시아 대선의 마지막 날인 17일(현지시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투표를 마친 여성 유권자가 투표 용지를 투표함에 넣고 있다. 2024.3.17.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15일(현지시간) 러시아 모스크바의 한 대선 투표소에서 촬영된 폐쇄회로(CC)TV 영상으로 한 여성이 투표함에 정체불명의 푸른색 액체를 들이붓고 있다. 2024.3.1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러시아의 대통령 임기는 6년이다. 따라서 약 24년 동안 권좌를 지킨 푸틴 대통령이 당선을 확정한다면 2030년 5월까지 '30년 집권'을 굳히게 된다. 29년간 집권했던 이오시프 스탈린의 기록도 깨며, 총리로 재임했던 2008~2012년까지 집권기에 포함하면 예카테리나 2세의 재위 기간인 34년까지 훌쩍 넘어선다.

푸틴 대통령이 장기간 독재를 한다는 문제의식이 러시아 내부에 없는 것은 아니다. 나발니를 지지하는 시민들 모임인 '푸틴에 반대하는 정오'는 이날 텔레그램을 통해 대선 마지막 날인 이날 낮 12시에 지역 투표소에 한꺼번에 줄을 서 당국의 선거 진행을 어렵게 만들자고 촉구했다. 나발니의 아내 율리아 나발나야도 이같은 반대 시위가 체포 위험 없이 반대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며 동참을 호소했다.

야권의 집단 행동에 러시아 당국은 강력 대응을 준비 중이다. 단체 행동을 주도하는 이들에게 경고 서한을 보내고 관련 웹사이트를 차단했다. 러시아 경찰은 대선 기간 중 모든 불법 행위를 단속하겠다고 경고했다. 그럼에도 이미 일부 시민들은 투표함에 각종 액체를 붓는 방식으로 푸틴 대통령의 독재에 강력히 항의했다.

전날 러시아 중앙선관위는 이틀간의 선거에서 투표함 액체 투척 사건이 20건, 방화 미수 및 연막탄 투척 사건이 8건 발생했으며, 피의자들이 최대 징역 5년에 처해질 수 있다고 밝혔다. 러시아 매체 폰탄카에 따르면 투표 첫날인 지난 15일 러시아 제2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선 투표소에 화염병을 투척한 21세 여성이 체포됐으며 모스크바에선 방화 미수가 있었다.

우크라이나군은 러시아의 대선 기간에도 러시아 내 주요 정유시설을 상대로 드론 공격을 이어갔다. 전날 서남부 사마라주(州) 시드란에선 드론 공격으로 정유시설에 화재가 발생했고, 이날 새벽에는 서남부 크라스노다르주 슬라뱐스크의 정유시설이 드론에 피격돼 불길이 치솟고 1명이 숨졌다고 러시아 당국은 밝혔다.

이 외에도 타스는 선거당국 관계자를 인용해 전날 우크라이나 점령지인 자포리자주 헤르호다르 인근 투표소에 우크라이나군이 드론을 통해 폭발물을 떨어뜨렸지만 인명피해는 없었다고 보도했다. 다만 관련 소식을 타스를 통해 인용 보도한 로이터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 사실을 독립적으로 확인할 수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 15일 푸틴 대통령은 대선 기간 우크라이나의 드론 공격을 선거 방해 시도라고 규정하고 "처벌 없이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엄포를 놓았다. 전날 러시아 외무부도 우크라이나 정권이 이번 대선에서 "서방을 상대로 더 많은 재정 지원과 무기를 구걸하기 위해 테러 활동을 강화했다"고 비난했다.

지난 13일(현지시간) 러시아 서부 라잔에서 반(半)국영 에너지기업 로스네프트가 소유한 정유시설이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으로 불길에 휩쌓였다. 사진은 현지 소셜미디어에 올라온 현장 영상을 로이터 통신이 갈무리했다. 2024.3.13.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