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타우러스 녹취' 유출 경위 공개…"해외서 접속한 장교 실수 때문"

"독일 통신 시스템 손상 안돼…장교가 해외서 비보안 회선 이용"

5일(현지시간)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이 독일 베를린에서 기자회견하는 모습. 24.03.05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독일이 장거리 미사일 '타우러스'로 크림대교를 공격하는 것을 논의했다는 녹취가 공개된 이후 독일과 러시아 간 갈등이 격화하는 가운데 독일군 회의 내용이 유출된 경위가 처음으로 드러났다.

5일(현지시간) 로이터·AFP통신에 따르면 보리스 피스토리우스 독일 국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고위급 군사 회의에 참여했던 한 관계자가 해외에서 실수로 비(非)보안 개방형 회선을 통해 접속하면서 회의 내용이 유출됐다고 밝혔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우리의 통신 시스템은 손상되지 않았다"며 "그러나 공군 통화가 녹음될 수 있었던 이유는 개인의 작전 실수 때문이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가 '우연한 기회'로 독일 통신망에 접근했을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이 언급한 회의는 사설 업체인 웹엑스(Webex)를 통해 화상으로 이뤄졌다. 독일군은 웹엑스를 사용하는 과정에서 추가적인 보안 조처를 취했으나, 당시 싱가포르 에어쇼에 참석하고 있던 프랑크 그래페 준장이 휴대전화로 회의에 접속을 시도했다.

웹엑스 화상회의에 휴대전화 등으로 접속할 경우 '승인되지 않은 연결'이 뜰 수 있는데, 이 때문에 그래페 준장의 접속을 차단하게 됐다고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설명했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여러 나라의 군 관계자들이 에어쇼에 참석했기 때문에 이날은 러시아 정보기관의 날이 됐을 것"이라며 "행사 참석자들이 머물고 있던 호텔도 광범위한 도청의 표적이 됐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결국 독일군을 향한 표적 도청이 아닌 광범위한 접근 방식에 따른 무작위 공격이라는 게 독일 측의 주장이다.

피스토리우스 장관은 "회의 참가자들에 대한 예비 징계 조사가 시작될 것"이라면서도 "나는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 푸틴의 게임에 내 최고의 장교들을 희생시키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러시아 언론들은 독일군 장교들이 우크라이나군을 훈련하는 방안뿐만 아니라, 타우러스 순항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인도 가능성, 그리고 크림대교 공격 가능성에 대해 논의하는 38분 분량의 녹취를 공개했다.

이에 러시아 측에서는 러시아 주재 독일 대사를 초치해 타우러스 미사일을 통한 크림대교 폭파 논의에 강하게 항의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