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소비자 단체 "국민보건서비스 빈곤층 일수록 의료 장벽 느껴"[통신One]

"소득 낮을수록 의료서비스 예약, 치료 절차 어려움 겪어"
"NHS 보편적 접근성 설립 원칙 재검토하는 근거 될 것"

지난해 1월 영국 밀턴케인스의 한 병원 중환자실에서 간호사들이 코로나19 환자를 돌보고 있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의 전 국민을 대상으로 한 국민보건서비스(NHS)가 빈곤층과 부유층 사이에 접근성은 물론 의료 서비스의 질이나 경험에서도 격차가 나타난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4일(현지시간) 보건 서비스 소비자 단체인 ‘헬스와치 잉글랜드’ 조사에 따르면 소득이 낮은 사람들은 의료서비스 예약과 치과 진료 또는 정신건강 관리의 도움을 받는 절차에 훨씬 더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은 재정적으로 여유가 있는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자신의 의견이나 요구사항이 의료 전문가들에게 받아들여지지 않고 치료에 대한 주요 결정권에서 배제된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았다.

빈곤과 건강 사이의 연관성은 기존에 다양한 연구에서 밝혀진 적이 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빈곤층일수록 의료 서비스 이용 절차에 '장벽'이 존재하는 것으로 파악됐다.

부유한 계층일수록 높은 품질의 의료 서비스가 제공되고 경제적으로 빈곤층에 속할수록 접근성과 의료 서비스의 질적 면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는 것이다.

헬스워치 잉글랜드가 영국 16세 이상 201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를 살펴보면 자신의 재정 상황이 매우 어렵다고 답한 응답자의 42%는 일반 지역보건의(GP) 진료를 받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답했다. 같은 조건 안에서 '매우 편하다'고 응답한 21%의 두 배 수치다.

극 빈곤층의 38%는 NHS 치과 진료를 받기 어렵다고 답한 반면에 부유층은 20%로 집계됐다. 또한 극 빈곤층 가운데 28%가 정신 건강 치료를 받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한 반면에 부유층은 9%만이 어려움을 느꼈다.

병원 응급실 치료에서도 소폭이지만 빈부 격차에 따라 경험이 다르게 나타났는데 극 빈곤층의 26%가 응급실 치료를 받기 힘들다고 응답한 반면 부유층은 19%가 응급실 치료에 어려움을 느낀다고 답했다.

전반적으로 보면 저소득층의 19%가 NHS 의료 서비스를 이용하기 어렵다고 응답했고 부유층은 8%에 그쳤다.

특히 NHS 의료 서비스 경험에도 빈부 간 격차가 드러나 눈길을 끌었다. 극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들의 21%는 의료 전문가가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거나 반영해 주지 않는다고 느낀 반면에 부유층은 7%만이 그렇게 답했다.

헬스와치 잉글랜드의 최고 경영자 루이스 안사리는 "이번 연구 결과는 우리 사회 속 가난한 사람들이 일반 지역보건의(GP) 예약이나 정신 건강 지원과 같은 중요한 NHS 의료 서비스가 필요할 때 부유층 사람들보다 훨씬 더 접근성이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또한 그들이 진료받았을 때 더 나쁜 경험을 했다고 느낄 가능성이 높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처럼 빈곤층과 부유층에게 의료 서비스가 이중으로 나뉘는 문제는 치과 진료를 포함한 일부 의료 부문에서 이미 존재한다"며 "개인 치료나 진단 검사를 받아도 오랜 시간 기다릴 필요가 없도록 돈을 지불하는 선택적 치료 부문에서도 나타나기 때문에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에 치과 진료비 동결, 의료 비용 환급제도 개선, NHS 대기자 명단에 오른 사람들을 위한 법정 병가 확대 등 극빈층의 의료 접근성을 높이기 위한 조치를 촉구했다.

킹스펀드 싱크탱크 소속 건강 불평등 수석 분석가인 시얼샤 말로리 또한 "빈곤과 부는 NHS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개인의 능력과 아무런 연관이 없어야 한다"며 "이번 데이터는 정부 부처 장관들이 NHS 의료 서비스가 보편적 접근성이라는 설립 원칙을 제대로 이행하고 있는지 다시 검토하는 근거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tigeraugen.cho@g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