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정부 임차인 보호 '무과실 퇴거 금지법' 후퇴 수정안 검토[통신One]

임차인 반사회적 행동 빌미로 퇴거 요구 시 '소문'도 증거 허용
예비내각 주택부 장관 "임차인에 대한 배신…수낵 총리 약점사례"

마이클 고브 영국 주택부 장관.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정부가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해 제정하기로 한 '무과실 퇴거 금지' 법안을 완화하는 수정안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예상된다.

28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영국 정부는 임대인이 아무런 과실이 없는 세입자를 강제로 퇴거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에 대해 수정안 초안을 작성했다.

수정안은 기존에 임차인이 보호받을 권리를 강화한 ‘무과실 퇴거 금지’ 법안에 대해 우려를 나타내고 임대인 권리를 강화하고자 했던 보수당 의원들에게 배포됐다.

정부는 총선 전까지는 임차인에 대한 무과실 퇴거 명령이 금지될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번 임차인을 위한 개혁안은 지난 해 5월 처음으로 도입됐다. 집주인이 자신의 부동산을 매매하기를 원하거나 가족이 임차인이 거주하는 곳으로 이사오는 경우 등 특정한 상황을 제외하고는 임차인에게 퇴거 요구를 할 수 없다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까지 하원을 통과하지 못했다.

현재까지 보수당 의원 50명이 법안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들은 이번 법안으로 인해 부담을 느끼는 임대인들이 부동산을 매각하도록 만들고 결과적으로 임대 가능한 주택이 줄어들 것이라고 주장한다.

보수당 의원 가운데 한 명은 BBC와 인터뷰를 통해 "거의 모든 사항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것 같다"고 말했다.

임차인 개혁 연합의 캠페인 매니저 톰 달링은 "정부가 임차인 개혁법안 작성을 평의원들에게 아웃소싱하고 있다는 것은 추악하고 우스꽝스러운 일"이라며 "절망의 냄새가 풍긴다"고 비판했다.

이번에 정부가 수정한 법안 초안에는 법무부 장관이 과실이 없는 임차인에게 퇴거를 금지하는 법안이 시행될 경우 앞으로 법원 절차에 미치는 영향 평가를 발표할 때까지 미루도록 명시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지난 해 주택선정위원회 의원들이 임차인에 대한 무과실 퇴거 금지법이 시행되면 임대인이 월세 체납이나 임차인의 반사회적 행동과 같은 이유를 제시해야 하기 때문에 법원의 업무 압박이 가중될 것이라고 경고한 이후에 나온 조치다.

영국 주택임대인협회는 임차인이 최소 6개월 이상 계약해야 하고 법원 절차에 대한 모든 이해 당사자들의 신뢰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마이클 고브 영국 주택부 장관은 이번 총선 전까지 무과실 퇴거 금지 법안이 실행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우리는 임차인에 대한 무과실 퇴거 행위를 불법화 할 것이고 법원이 집행할 수 있도록 예산을 편성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임대인을 규제하고 선택적 인가(selective licensing)제도를 시행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검토하기로 약속했다.

선택적 인가는 지방당국이 열악한 주거 환경이나 범죄율이 높은 지역에 있는 임대주택을 대상으로 임차인에게 적절한 숙박 시설을 제공할 수 있는지 검토한 뒤 추가적인 인가를 내주는 제도를 말한다.

특히 영국 정부가 제안한 수정안 초안에는 임차인이 계약 종료를 통보하기 전에 최소 4개월동안 거주하도록 요구하고 임대인이 임차인의 반사회적 행위를 이유로 퇴거를 요구할 때 타인으로부터 전해들은 '소문'도 증거로 허용한다는 내용까지 포함됐다.

영국 노동당 부대표이자 예비내각 주택부 장관인 안젤라 레이너는 "임차인에 대한 또다른 배신"이라며 "리시 수낵 총리의 약점을 보여주는 또다른 사례이고 수낵 총리는 항상 국가보다 당을 우선시한다"고 비판했다.

또한 노동당이 총선에서 승리할 경우 "어떠한 예외도 없이 무조건적으로 임차인에 대한 무과실 퇴거 금지 법안을 시행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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