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나토군 파병' 언급에 '核전쟁' 위협…"문명 파괴될 것"(종합2보)

마크롱 "우크라에 파병 배제않아"…푸틴 "러, 서방 목표물 타격 무기 보유"
우크라戰 발발 이후 두 번째 연례 국정연설…"서방 개입시 핵무기 사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에 나서고 있다. 2024.02.2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가입이 확정된 가운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핵전쟁' 카드를 꺼내 들었다.

리아노보스티(RIA)와 타스통신, 로이터통신을 종합하면 푸틴은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열린 연례 국정연설에서 미국의 행동이 유럽의 안보를 붕괴시키는 결과를 낳았다면서 나토 확장에 따라 러시아군이 서부 국경을 따라 병력을 추가 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푸틴은 의회와 러시아 엘리트층을 대상으로 한 이날 국정 연설에서 서방이 러시아를 약화시키려 한다는 비난을 되풀이하며 러시아 내정에 대한 간섭이 얼마나 위험한지 서방 지도자들은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핵전쟁 위협은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상군을 파병을 암시하는데 이어 동맹국들간 관련 논의를 진행했다고 시인한 가운데 나왔다.

앞서 마크롱은 "(파병 등) 어떤 것도 배제돼서는 안 된다"며 "우리는 러시아가 이 전쟁에서 이길 수 없도록 필요한 모든 것을 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여기에 러시아와 국경 1300㎞를 맞댄 핀란드에 이어 200여년 간 중립국 지위를 이어온 스웨덴의 나토 가입이 최근 확정되면서 나토는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에서 러시아 포위를 완성하게 됐다.

이에 푸틴은 "그들은 나토군을 우크라이나에 파병할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토의 전쟁 개입 결과는 훨씬 더 비극적일 것"이라면서 "러시아는 서방 목표물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고 위협했다.

이어 "(서방 국가들은) 우리가 자신들의 영토 내 목표물을 타격할 수 있는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이 모든 것이 핵무기 사용과 문명을 파괴시키는 충돌을 실제로 위협하고 있다. 왜 이것을 이해하지 못하는가"라고 되물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대한) 개입 시도는 핵무기 사용으로 인한 대규모 갈등을 촉발시킬 것"이라면서 자국이 개발한 '핵추진' 부레베스트니크 순항미사일 시험을 거의 완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다만 푸틴은 "최근 러시아에 대한 근거 없는 비난이 점점 더 많아지고 있다. 예컨대 우리가 우주에 핵무기를 배치할 것이라는 주장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것은 그들에게 유리한 협상 조건에 우리가 따르도록 하는 미국의 계략"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푸틴은 "러시아가 유라시아에서 평등하고 분열될 수 없는 새로운 안보 체재를 만들기 위해 모든 국가와 대화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강력한 러시아 없이는 지속적인 세계 질서가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모스크바에서 연례 국정연설에 나서고 있다. 2024.02.2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경제 측면에서도 러시아는 서방의 고강도 제재 속 건재함을 드러냈다고 푸틴은 말한다.

러시아 경제는 지난해 비(非)석유 및 가스 예산 수입이 25%포인트 증가하면서 원자재 수입 의존도에서 어느 정도 다각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날 푸틴은 구매력평가(PPP) 기준 러시아 국내총생산(GDP)이 유럽에서 가장 큰 경제 대국이며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큰 경제 대국이라고 소개했다.

또 그는 러시아 경제의 성장 속도와 질을 고려할 때 가까운 미래에 세계 4대 경제 강국에 오를 수 있다고 자신했다.

이를 위해 푸틴은 러시아가 우주, 핵, 기술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경쟁력 있는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우선적으로 예산을 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푸틴은 "기술 주권 프로젝트는 우리 산업을 새롭게 하는 동력이 돼 경제 전체가 선진국 수준의 효율성과 경쟁력을 갖출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의 올해 국정 연설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전황이 러시아군에 유리하게 뒤집힌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북동부와 남부에서 우크라이나군의 반격에 밀려 고전하고 있었지만, 이란의 드론과 북한의 탄약과 미사일 등 지원에 힘입어 공세 작전으로 전환한 상황.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푸틴이 국정연설에 나서는 것은 이번이 두 번째다. 지난해 푸틴의 국정 연설은 1시간45분 동안 진행됐는데, 당시 그는 우크라이나와의 전쟁을 지속하겠다는 의사를 밝히며 미국과의 핵 군축 협정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참여를 중단한다고 했다.

한편 헌법에 명시된 대로 러시아 대통령은 연례 국정 연설에서 국내 상황과 대내외 정책에 대한 주요 과제를 의회에 소개한다. 리아노보스티는 "대통령 연설은 국가 발전의 방향을 결정하며 원칙적으로 법률과 법령의 기초가 된다"고 설명했다.

푸틴의 5선(選)이 확정될 것으로 예상을 모으는 러시아 대선이 이달 중순 실시된다. 이번 선거에서 푸틴이 승리하면 그는 최소 2030년까지 권력을 유지하게된다.

19일(현지시간)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아우디우카를 점령한 가운데 한 여성이 아우디우카 인근 셀리도브 마을의 파괴된 아파트 사이를 지나가고 있다. 24.02.19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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