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박한 젤렌스키, 발칸국들에 무기지원 호소…"늦을수록 푸틴에 선물"
28일 남동부 유럽 정상회의 참석…"탄약 공급, 전장 상황에 영향"
알바니아 총리와 양자회담 진행…무기 공동생산 제안 및 논의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러시아의 침공 이후 처음으로 발칸반도를 찾아 지역국들을 상대로 추가적인 무기 지원을 호소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대통령은 28일(현지시간) 알바니아 수도 티라나에서 열린 '우크라이나-남동부 유럽 정상회의'에 참석해 탄약 지원과 무기 공동 생산을 촉구하는 개회사를 낭독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회사에서 "우크라이나에는 약 500개의 방산업체가 운영되고 있지만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이기기 충분하지 않다"며 "탄약 공급 문제가 전장 상황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고백했다.
그러면서 "여러분과의 무기 공동 생산에 관심이 있다"며 우크라이나 수도 키이우 혹은 발칸국 수도에서 '우크라이나-발칸 국방 포럼'을 개최할 것을 제안했다. 우크라이나는 지난해 10월 키이우에서 미국·영국·독일 등 서방 방산업체와 제1회 국제방위산업포럼을 진행한 바 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개회사를 마친 뒤 이어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공급이 지연 될 때마다, 세계가 방어 태세를 갖췄는지 의심 들 때마다 푸틴은 영감을 얻는다"며 "선물을 주는 것과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겐 시간이 없고 대안도 없다"고 강조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이 발칸반도를 찾은 건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처음이다. 알바니아, 불가리아, 북마케도니아, 몬테네그로, 루마니아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으로 그간 서방의 대(對)러 제재에 동참하고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했다.
이들 국가 외에도 이날 회의에는 세르비아, 코소보, 보스니아, 크로아티아, 몰도바 정상이 참석했다. 발칸 반도에선 옛 유고슬라비아의 후신인 세르비아와 크로아티아가 방위산업을 주도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러시아의 오랜 동맹국인 세르비아는 유럽 44개국 중 유일하게 대러 제재조차 동참하지 않았다.
이날 정상회의에 참석한 10개국 정상들은 올봄 스위스에서 우크라이나가 개최할 예정인 평화 정상회의에 참석할 준비가 돼 있다는 내용의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또한 선언문을 통해 우크라이나 재건 사업에 참여할 의향이 있음을 명확히 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전날에도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해 무함마드 빈 살만 왕세자와 종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이달 들어 우크라이나 동부 격전지 아우디우카가 러시아군에 함락된 데다 미국의 지원 예산안이 공화당 반대로 하원에 계류 중인 상황에서 더욱 절박해진 젤렌스키 대통령이 다시 한번 외교전에 돌입한 것으로 보인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이날 에디 라마 알바니아 총리와 양자회담을 마친 뒤 양국이 추가 국방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소셜미디어 엑스(X)에 "본격적인 침공이 시작된 날부터 알바니아는 우크라이나를 지원했다"며 "잠재적인 공동 무기 생산에 대해서도 논의했다"고 적었다.
2009년 나토 회원국이 된 알바니아는 우크라이나를 적극 지지하면서도 무기 지원 여부에 대해선 함구해 왔다. 그러나 이달 초 알바니아를 방문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알바니아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한 전세계 상위 10개국 안에 든다고 발언했다. 블링컨 장관에 따르면 알바니아는 러시아의 침공 직후 우크라이나에 총기와 탄약, 장갑차 등을 보냈다.
우크라이나와 세르비아 모두 코소보의 독립을 인정하지 않고 있지만 이날 조사 오스마니 코소보 대통령은 회의장으로 들어가는 길에 기자들과 만나 "우크라이나의 자유와 함께 양국이 서로를 인정하는 순간이 올 것"이라고 말했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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