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스퍼드 "英 불법 이민 유죄 판결에 아동·인신매매 피해자 포함"[통신One]

연령 분쟁 아동 성인 교도소 수감…정서, 신체적 피해
"검찰 전략, 인신매매 피해자 합법적 처우 의문 제기"

지난 2022년 12월14일(현지시간) 영불해협을 통해 프랑스에서 영국으로 밀입국하려는 불법 이주민들을 태운 보트가 전복돼 최소 4명이 숨지는 안타까운 사건이 발생한 가운데 생존자들이 도버 항구에 도착하고 있다. 22.12.14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소형 선박을 타고 영국으로 건너왔다가 사법당국에 의해 유죄 판결을 받은 난민이 수백 명에 이르는 가운데 교도소에 수감되는 사례에 인신매매 피해자와 18세 미만 아동도 포함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네갈 출신 10대 청소년 이르마히마 바의 사건으로 이 같은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지만 검찰 기소 결과에 대해서는 점차 무관심으로 묻히고 말았다.

그는 과적한 소형 선박을 조종하다 방향 조절에 어려움을 겪었고 이로 인해 밀입국 과정에서 4명이 익사하게 되면서 과실치사와 이민법 위반 조장 혐의로 징역 9년 6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26일(현지시간) 옥스퍼드 대학교 범죄학 센터와 국제 연구 네트워크 국경 범죄학이 발간한 보고서 '정의 같은 건 없다(No such thing as justice here)'에 따르면 망명하기 위해 선박을 타고 입국한 18세 미만 아동들이 성인으로 잘못 취급돼 법원과 성인 교도소에서 심각한 심리적 또는 신체적 피해를 경험했다.

이에 영국 내무부와 국경수비대, 법무부, 치안판사와 검찰, 변호인, 교도소 직원들이 망명을 위해 밀입국한 사람들을 취급해 온 전체적인 관행에 대한 심각한 의문이 제기됐다.

보고서에서 영국 인권 네트워크는 성인으로 잘못 취급돼 기소된 연령 분쟁 아동 15명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모두 망명 신청을 한 상태로 일부는 고문 또는 인신매매 생존자였던 것으로 드러났다. 대부분은 수단 또는 남수단 출신으로 리비아를 거쳐 영국으로 건너온 경우다.

보고서는 연령 분쟁 아동 인원이 최소 15명이고 추가적인 사례는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예상한다.

이번 연구는 100차례 이상에 달하는 법정 심리 출석과 정보공개 청구, 변호사, 통역사, 형사 처벌을 받은 망명 신청자의 인터뷰 등을 통해 이뤄졌다.

보고서는 이 같은 기소나 처벌 방식이 망명 억제 효과를 내지 못할뿐더러 이들을 무조건적인 범죄자로 취급하는 행위를 중단하고 보다 효과적인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지적한다.

현재 영국 내무부는 연령 분쟁으로 인해 유죄 판결을 받은 인원에 대해서는 데이터를 집계하지 않는다.

영국 난민위원회에 따르면 영국에서는 아동 망명 신청자의 경우 여권이나 출생 증명서를 가지고 있지 않으면 내무부에서 자체적으로 심사해 성인으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관계 당국이 불법 이민자에게 법적 책임을 지게 하기 위해 18세 미만의 아동을 성인으로 잘못 분류하는 경우가 발생하는데 이때 부여하는 나이를 '주어진 나이(given age)'라고 한다.

형사 절차상 모든 과정에서 아동이 '주어진 나이'를 거부하고 18세 미만이라고 주장할 책임은 아동에게 있다. 하지만 법원은 초기 연령 조회에 명백한 결함이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고 내무부가 부여한 '주어진 나이'에만 의존한 채 판결한다고 보고서는 지적한다.

자신이 18세 미만의 아동이라고 주장할 경우 지방정부가 연령 조사를 진행하는데 시간이 지나치게 지체되고 형사절차 지연으로 인해 아동들은 결과가 나올 때까지 더 많은 시간을 감옥에서 보내야 하다 보니 차라리 성인으로서 유죄 판결을 받고 조금이라도 일찍 감옥에서 나오는 선택을 하는 경우도 생긴다고 보고서는 설명한다.

보고서에서 제시된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2022년 6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영국에서 국적 및 국경에 관한 법률(Nationality and Borders Act)이 시행된 이후 240명이 소형 선박을 타고 입국해 '불법 입국' 혐의로 기소됐다.

2022년에는 선박 10척당 1명이 조타에 관여했다는 혐의로 체포됐다. 2023년에는 같은 혐의로 체포된 인원수가 선박 7대당 1명으로 집계됐다. 이들은 과거에 배를 조종한 경험이 있어서 선박을 몰았거나 밀입국 과정에서 교대로 선박 키를 조종하거나 또는 강압에 의해 소형 선박을 조종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체포된 사람들 가운데는 수단, 남수단, 아프가니스탄, 이란, 시리아 등 망명 허가율이 높은 국적 사람들도 포함돼 있었다.

불법 입국 또는 밀입국 조장 혐의로 유죄 판결을 받은 대다수의 사람은 현재 망명 신청 절차를 밟고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수단에서 온 이브라힘은 선박 키에 손을 얹은 채 불법 입국한 혐의로 15개월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나는 무죄라고 말했다"며 "내가 유죄라면 배에 탄 30명 이상의 사람도 유죄"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영국의 정의와 인권에 대해 말할 때 나는 웃는다"며 "여기에 정의 같은 건 없다"고 말했다.

옥스퍼드 대학교 범죄학 센터 연구원인 빅토리아 테일러는 "이번 연구 보고서는 소형 선박을 타고 해협을 건너는 사람들을 범죄화하고 투옥하는 것을 증명한다"며 "이는 검찰의 전략이 국제적으로 인정된 난민 협약과 어떻게 호환하고 있는지, 인신매매 피해자의 합법적 처우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고 말했다.

이에 내무부 대변인은 "보고서에 사용된 표현은 오해의 소지가 있다"며 "소형 선박을 타고 영국에 도착하는 대부분의 망명 신청자는 24간 이내로만 구금된다"고 설명했다.

또한 "망명 신청자들은 가장 먼저 도착한 국가에서 보호받아야 하고 우리는 범죄 조직을 단속하고 이민자들이 해협을 건너 위험하고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입국하는 것을 막기 위해 계속해서 강력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한편 영국은 2018년 말부터 영국으로 건너오기 위해 선박으로 밀입국하는 인원이 증가하자 2022년 6월 국적 및 국경에 관한 법률을 신설해 불법 이민에 대한 형사법 적용 범위를 대폭 확대했다.

최대 징역 4년 형을 구형하는 '불법 입국' 죄목을 추가하고 이 같은 행위를 통해 이득을 취했다는 사실을 입증하지 않더라도 불법 입국 행위를 촉진했다고 판단되는 경우 기존 형량이던 징역 최대 14년에서 무기징역까지 구형이 가능하도록 형량을 강화했다.

당시 상원과 하원 모두 망명 신청자들에 대한 지나친 형량 강화로 범죄자들이 무더기로 양산될 수 있다고 경고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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