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립국 스웨덴 나토가입 목전…'마지막 관문' 헝가리, 오늘 비준안 표결

러 우크라 침공 계기로 가입 신청…튀르키예·헝가리에 2년간 발목 잡혀
테러방지법으로 튀르키예 동의 얻어…헝가리와는 전투기 판매계약 체결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왼쪽)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가 23일(현지시간) 헝가리 수도 부다페스트의 총리실에서 열린 공동 기자회견에서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이날 스웨덴 전투기의 헝가리 수입을 골자로 한 군사협정을 체결했다. 2024.2.23. ⓒ AFP=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스웨덴이 26일(현지시간) 헝가리로부터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비준받아 32번째 나토 회원국이 될 전망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200년 넘게 고수했던 중립국 지위를 버리고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한 지 2년 만이다. 튀르키예에 이어 '마지막 관문'인 헝가리 의회의 표결을 무사히 통과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헝가리 의회는 이날 스웨덴 나토 가입과 관련한 비준 동의안을 표결에 부친다. 헝가리 여당인 피데스당이 지난 20일 비준 동의안을 이날 표결 안건으로 상정한 결과로 집권당이 의회에서 압도적 의석수를 차지한 만큼 안건은 가결될 가능성이 높다.

헝가리가 최근 스웨덴 전투기(그리펜·4대)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것도 비준 동의안의 무난한 통과에 힘을 실었다. 지난 23일 빅토르 오르반 헝가리 총리는 수도 헝가리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이같은 내용의 군사협정을 체결한 뒤 "나토의 일원이 되는 건 서로를 위해 죽을 준비가 돼 있다는 걸 의미한다"며 가입 속도를 조절한 건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해명했다.

1814년 노르웨이와의 전쟁 이후 비동맹·군사중립 노선을 유지한 스웨덴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의 지정학적 균형이 흔들리자 석달 뒤인 2022년 5월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 신청서를 제출했다. 나토 가입을 위해선 기존 회원국의 만장일치 승인이 필요한데 30개 회원국 중 튀르키예와 헝가리만 관련 비준 절차를 미루면서 가입이 2년 가까이 지연됐다. 반면 핀란드는 지난해 4월 나토의 31번째 회원국이 됐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스웨덴이 자국이 테러단체로 지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을 보호하고 시리아 내전에 개입한 2019년부터 무기 금수조치를 취했다는 이유로 스웨덴의 나토 가입에 반대했다. 이에 스웨덴은 2022년 9월 튀르키예 무기 수출을 다시 허용했고, PKK 탄압이란 비판을 무릅쓰고 강화된 테러방지법을 제정해 지난해 6월 시행에 들어갔다.

미국도 지난해 7월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진행된 나토 정상회의를 계기로 튀르키예에 대한 F-16 전투기 수출 허용 방침을 시사하면서 스웨덴을 측면 지원했다. 이에 튀르키예 의회는 지난달 24일 스웨덴 나토 가입 비준 동의안을 가결했고 이튿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비준안에 서명했다.

이로써 스웨덴은 이날 헝가리 의회의 문턱만 넘으면 나토에 최종 편입된다. 지난해 6월 스웨덴에서 벌어진 코란 소각 시위로 또 한차례 얼굴을 붉혔던 에르도안 대통령마저 비준 절차를 마무리하자 헝가리는 서방국들로부터 상당한 외교적 압박에 직면한 상태다. 헝가리의 스웨덴 '발목 잡기'는 튀르키예와 달리 구체적인 명분도 부족했다.

오르반 총리는 처음엔 스웨덴의 나토 가입을 지지한다고 표명하면서 관련 비준에는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했다. 그러다 지난해 9월 스웨덴이 2019년 중학교 교육 영상자료에서 헝가리를 민주주의 탄압국으로 분류했다는 이유로 돌연 나토 가입을 공개적으로 반대했다. 여기엔 오르반 총리의 친(親)러시아 성향이 영향을 준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그럼에도 오르반 총리는 지난달 24일 소셜미디어 엑스(X)를 통해 이른 시일 내에 비준을 완료하겠다며 다시 입장을 바꿨고, 의회 표결을 앞두고 크리스테르손 총리를 수도 부다페스트로 초청해 지난 23일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를 계기로 헝가리는 2001년 임차 형식으로 도입한 그리펜 전투기 14대의 소유권을 계약이 만료되는 2026년 이전받고 추가로 최신형 그리펜 전투기 4대를 구매할 수 있게 됐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