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우체국 스캔들 시스템 오류 은폐한 전 CEO 대영제국 훈장 박탈[통신One]

영국 내무부 “명예 시스템 지위 떨어뜨려” 훈장 회수
베넬스 “억울한 기소로 삶 파탄 난 피해자들께 진심으로 사과”

영국 우체국 전 최고 경영자 파울라 베넬스.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우체국 스캔들로 900여명에 가까운 피해자들이 누명을 쓰고 유죄 판결을 받은 가운데 시스템 오류 정황을 은폐했던 우체국 전 최고 경영자 파울라 베넬스가 대영제국 지휘관 훈장(CBE) 배지를 공식적으로 내려놓게 됐다.

베넬스는 지난 달 영국 민영 방송사 ITV의 ‘미스터 베이츠 vs 우체국’ 드라마 방영 이후 호라이즌 IT 스캔들에 대한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자신의 CBE 직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23일(현지시간) BBC와 더타임즈 등에 따르면 영국 내무부는 이날 “명예 시스템의 지위를 떨어뜨렸다”는 이유로 베넬스의 CBE 훈장을 박탈한 사실을 인정했다.

지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에서는 900명 이상의 우체국 운영자들이 일본 후지쯔가 개발한 회계 프로그램 ‘호라이즌’의 오류로 수입액이 누락된 것처럼 표기돼 부정회계, 횡령, 사기 등의 혐의로 기소됐다.

피해자들 가운데 일부는 억울하게 징역형을 선고받아 교도소에 수감됐고 다른 대다수의 피해자들도 범죄자라는 오명을 쓰게 된 것은 물론 재정적으로도 파산했다.

베넬스는 이와 관련해 "호라이즌 시스템으로 인해 억울한 기소로 삶이 파탄 난 우체국 운영자과 그의 가족들에게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했다.

더타임지에 따르면 영국 우체국에서 돈을 횡령했다는 누명을 쓰고 기소된 피해자들 가운데 이날(23일)기준 251명이 보상을 받기 전에 사망한 것으로 집계됐다.

피해 사망자 가운데 일부는 경제적 파산을 겪거나 억울함을 호소하다 신변 비관으로 극단적 선택을 했고 일부는 1999년부터 시작된 장기간의 싸움에 고령의 나이로 인해 명예를 회복하기 못하고 세상을 떠났다.

지난 22일 영국 국교회 수장인 저스틴 웰비 캔터베리 대주교는 ‘베넬스가 영국 국교회에 관여한 것에 더 많은 질문이 있어야 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베넬스는 영국 국교회인 성공회 사제로 2017년 런던 주교 후보에 오른 적이 있다.

BBC에 따르면 당시 베넬스가 주교 후보로서 면접 여부가 이뤄졌는지 여부에 대해 웰비 대주교는 기밀 유지를 이유로 "확인하거나 부인할 수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앞서 파울라 베넬스가 영국 국교회에 다양한 위원회와 실무 그룹에 참여한 것에 대해 일반적으로 언급했듯이, 2019년과 2020년에 호라이즌 스캔들에 대한 많은 증거들이 밝혀졌을 당시 베넬스의 참여 적절성 여부에 대한 더 많은 질문이 (내부에서) 제기됐어야 했다"고 덧붙였다.

한편 영국 정부는 이번 우체국 스캔들로 인해 발생한 무고한 피해자들의 유죄 판결 기록을 모두 면제하기 위한 특별법을 마련하고 이르면 올해 7월부터 시행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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