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 망명' 러 헬기 조종사, 스페인서 의문사…푸틴 관여됐나(상보)
지난해 8월 헬기 몰고 국경 넘어…러우 전쟁 이후 첫 공군 망명 사례
러 당국 개입 의혹…대외정보국 국장도 "죽은 목숨" 발언
- 정윤영 기자,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정지윤 기자 = 지난해 8월 헬기를 몰고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조종사가 스페인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과 스페인 국영 통신 EFE,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지난 13일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러시아 헬기 조종사가 스페인 남부 알리칸테 인근 비야호요사 마을의 한 아파트 지하 주차장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우크라이나 군사정보국(HUR)의 안드리 유소프 대변인은 아파트 주거 단지 주차장 입구에서 발견된 시신이 '막심 쿠즈미노프'이라고 확인했다.
보도에 따르면 쿠즈미노프는 신원이 밝혀지지 않은 괴한들에 의해 12발의 총상을 입고 숨졌는데, 당시 쿠즈미노프는 다른 이름으로 된 우크라이나 여권을 가지고 있었으며 스페인에 거주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EFE는 쿠즈미노프를 공격한 이들이 이 차를 타고 도주한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망 원인은 구체적으로 밝혀지지 않았으나 발견 당시 시신에는 6발의 총알이 박혀 있던 것으로 드러난 정황을 미뤄 일각에선 러시아 측이 쿠즈미노프를 살해한 것이 아닌지 의혹이 제기되기도 했지만,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이 사건이 "크렘린의 어젠다가 아니다"라며 개입설을 거부했다.
그러나 지난해 쿠즈미노프의 우크라이나 망명 이후 러시아 내부에선 쿠즈미노프를 살해하겠단 위협이 잇따라 나왔다. 세르게이 나리슈킨 러시아 대외정보국(SVR) 국장은 쿠즈미노프를 '반역자' 또는 '범죄자'로 지칭하면서 그가 범죄(망명)를 계획했던 바로 그 순간 이미 죽음 목숨이었다고 언급했다.
또 지난 10월 국영 TV 뉴스 프로그램 '베스티 네델리'의 진행자 드미트리 키셀료프도 쿠즈미노프의 망명과 관련 방송에선 복면을 쓴 세 명의 러시아 군사 정보부 소속 특수부대원들이 "우리는 법이 정한 최고 수준의 반역죄로 그를 처벌할 것이다", "그는 살아서 재판을 보지 못할 것"이란 위협을 쏟아내기도 했다.
지난해 8월 9일 쿠즈미노프는 러시아 남부 쿠르스크에서 Mi-8 수송 헬기를 몰고 러시아와 접경한 우크라이나 하르키우 지역의 군사 기지에 착륙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전쟁에 회의감을 느껴 먼저 우크라이나 HUR에 접촉했고, HUR은 쿠즈미노프를 유인해 망명하도록 유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HUR은 1966년 이스라엘 모사드가 이라크 공군 조종사를 공작해 MiG-21 공격헬기를 몰고 망명하도록 한 다이아몬드 작전(Operation Diamond)을 언급하며 우크라이나군의 성과를 과시하기도 했다.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 공군 조종사가 우크라이나로 망명한 것은 쿠즈미노프가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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