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방문객 경제 덩치 커지자 빈집 공동화…단기임대등록제 도입[통신One]

연간 90일 이상 단기임대 수익 얻은 주택은 의회 등록해야
주택장관 "일부 지역 많은 주민, 젊은이들 주택시장서 소외"

마이클 고브 영국 주택부 장관.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정부가 민간 숙박업을 전문으로 하는 주택이 급증하면서 지역 주민들이 집을 구하기 어려워 오히려 내쫓기는 상황이 생기자 이를 막기 위해 올해 여름부터 휴가용 주택에 대한 새로운 규제를 도입한다.

특히 실거주가 아닌 여행객들에게 단기 임대할 목적으로 주택을 구매했던 집주인들은 앞으로 의회의 허가를 받아야 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19일(현지시간) BBC 등 외신을 종합하면 영국 정부는 여행객을 상대로 숙박업을 하는 주택을 대상으로 의무적인 국가 등록 제도를 도입할 예정이다.

이번 규제는 자신의 주택을 여행객에게 임대해주는 기간이 1년에 90일 이내인 경우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호텔과 유스호스텔, 민박집도 이번에 변경되는 규제 적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영국 중앙정부 소속 주택균형발전부는 "지방의회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동산을 단기 임대로 전환하기에 앞서 건축 허가를 요청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는 신규 단기 임대 주택에만 계획 허가가 필요하고 기존 단기 임대 주택은 자동으로 재분류된다.

정부는 이번 규제가 시행되면 단기 임대 주택이 많은 지역에서 저렴한 가격의 주택을 지금보다 비교적 수월하게 구하거나 임대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지역 안에서 빈집이 번지는 주택 공동화(空洞化·hollowing out) 현상을 개선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이번 등록 제도를 통해 숙박업과 단기 임대가 지역 사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보건, 안전 규정을 준수하는 데도 도움이 되도록 해당 지역의 단기 임대 정보를 지방 의회에도 제공할 계획이다.

숙소 광고 플랫폼인 에어비앤비는 이같은 변화를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아만다 쿠플스 에어비앤비 북유럽 총괄 매니저는 "에어비엔비에서 호스팅하는 가족들은 활동을 지원하는 명확한 규칙을 통해 혜택을 받을 수 있고, 지역 당국은 필요한 경우 주택에 미치는 영향을 평가, 관리하면서 지역 사회를 건강하게 유지하는데 필요한 정보를 확보할 수 있게 된다"고 설명했다.

BBC가 분석한 영국 의회 통계 분석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1년까지 약 4년동안 영국 전역에서 휴가용 숙소는 40% 증가했다. 특히 스카버러와 노스데번과 같은 관광 명소에서 급격한 증가세를 보였다.

콘월, 레이크 디스트릭트, 노퍽과 같은 인기 휴양지를 지역구로 둔 의원들은 "단기 임대 숙소 증가로 인해 지역 주민들이 살기 좋은 곳을 찾기 어려워졌다"면서 보다 강력한 규제를 요구했다.

반대로 지난해 이 같은 제안이 처음 발표됐을 때 영국 의회 안에서는 반대 의견도 터져 나왔다.

강경 우익으로 분류되는 사이먼 클라크 보수당 전 주택사회부 장관을 포함한 일부 의원들은 이 같은 규제에 대해 '반기업적'이라고 비판했다.

영국 관광협회도 의무 등록 제도에 대한 취지는 지지하지만 이번 시행 규칙 변경은 우려스럽다는 입장이다.

리차드 투머 영국 관광협회 전무이사는 "일부 지역의 주택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정부의 의지는 이해하지만 관광 숙박시설 공급에 의존하는 지역의 방문객 경제(Visitor economy)에 해를 끼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마이클 고브 영국 주택장관은 "단기 임대 숙소는 영국의 관광경제 발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고 영국의 가장 아름다운 지역에서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훌륭한 숙박시설을 제공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하지만 일부 지역에서는 너무 많은 지역 주민과 젊은이들이 주택 시장에서 소외되고 자신의 지역사회에서 집을 임대하거나 구매할 기회를 거부당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번 변화는 방문객 경제를 보호하는 것과 지역 주민들이 필요한 주택을 확보하는 것 사이에 적절한 균형을 이루는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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