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보궐선거 노동당 압승…'자만 경계' 고삐죄는 스타머[통신One]
스윙 격차 28.5%…2차 세계대전 이후 두 번 째로 큰 표심 이동
극우 성향 개혁당 3위 약진도 노동당에 유리한 형국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하원의원 2석을 놓고 실시된 보궐선거에서 노동당이 압승하자 총선 승리를 향한 기대감이 한껏 높아진 가운데 키어 스타머 노동당 대표가 "아직 할 일이 많다"면서 고삐를 바짝 죄고 있다.
16일(현지시간) 기준 BBC와 로이터 등 외신을 종합하면 지난 15일 잉글랜드 남서부 킹스우드에서 치러진 보궐 선거에서 노동당 후보 데미안 이건이 1만1176표를 획득하면서 보수당 후보 샘 브로밀레이가 얻은 8675표를 크게 앞질렀다.
잉글랜드 중부지역 웰링버러에서도 노동당 후보 젠 키친이 1만8540표를 확보하면서 보수당 후보 헬렌 해리슨이 득한 7408표보다 훨씬 우위를 차지했다.
이번 선거의 스윙(Swing) 격차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치러진 역대 보궐선거에서 보수당에서 노동당으로 의석이 넘어간 사례 가운데 두 번째로 큰 폭인 28.5%로 집계됐다.
스윙은 선거 결과에서 표심이 얼마나 변화했는지 나타내는 수치로 한 정당에서 다른 정당으로 지지율이 크게 변화하는 것을 말한다.
스타머는 이번 결과에 대해 "자랑스럽다"고 말하면서도 "일이 끝난 것처럼 따뜻한 목욕탕에 들어가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총선을 앞두고 당내 분위기가 자칫 안일함에 빠지거나 자만하는 태도를 경계한 것이다.
리시 수낵 총리는 잉글랜드 남동부 도시 에섹스에서 이날 연설을 통해 "이번 선거의 상황은 특히 어려웠다"고 했다.
웰링버러 보궐선거는 직장 내 괴롭힘과 성추문으로 불명예 퇴진한 피터 본 전 하원의원이 제명되면서 치러졌고 킹스우드에서는 현직인 크리스 스키드모어 의원이 정부가 무더기로 허가한 북해 석유와 가스 유전 개발 계획에 항의 뜻을 밝히고 사퇴하면서 보궐선거가 함께 실시됐다.
킹스우드 투표율은 등록 유권자의 37%였고 웰링버러 투표율은 38%였다. 지난 2019년 총선 투표율의 절반 수준이지만 보궐선거 투표율로 본다면 평균치와 비슷한 수준이다.
스타머는 이날 BBC와 인터뷰를 통해 "영국이 변화를 외치고 있다"면서 "해야 할 일은 항상 더 많다"고 말했다.
이어 "모든 축구팬들이 잘 알다시피, 2월에 좋은 성적을 거뒀다고 해서 리그에서 우승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보수당은 1945년 이후 보궐선거에서 가장 큰 폭의 득표율 하락을 경험했다.
특히 이번 보궐선거에서는 극우 성향을 띠는 영국 개혁당이 무려 13% 득표율을 기록해 눈길을 끌었다. 보궐선거 2곳 전체에서 노동당과 보수당을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개혁당의 약진이 정권 탈환을 노리는 노동당에도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고 있다.
한편 수낵 총리는 올해 하반기에 총선이 치러질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힌 바 있다. 현행 선거법상 영국 총리는 5년간 임기 내에 원하는 시기에 맞춰 총선을 실시할 수 있다.
하지만 총선은 아무리 늦어도 2025년 1월 28일 전에는 치러져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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