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브리티시 가스 '수익 10배'에 생활고 서민들 '부글'[통신One]

2023년, 전년도 대비 수익 10배 증가한 약 1조2558억
오프젬 "에너지 요금 상한선으로 인한 부채 해결 위해 규제 완화"

영국 에너지 공급업체인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에너지 공급업체인 브리티시 가스(British Gas)가 지난 한 해 동안 수익이 10배나 증가한 7억5000만 파운드(약 1조2558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같은 발표가 나오자 인플레이션과 에너지 비용 상승 등으로 생활비 부담을 힘겹게 감당하던 서민들 사이에서는 충격과 볼멘 소리가 나온다.

15일(현지시간) BBC 등에 따르면 브리티시 가스 흑자가 급증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에 발생한 5억 파운드(약 8383억원) 상당의 손실을 회복할 수 있도록 영국 에너지 규제기관인 오프젬(Ofgem)이 허용했기 때문이다.

에너지 가격이 치솟았을 때 석유 가스 회사들은 기록적인 수익을 얻었지만 파산한 소규모 에너지 회사들의 고객을 떠맡았던 다른 에너지 공급 업체들은 막대한 손실을 입었다.

브리티시 가스의 모기업인 다국적 에너지 서비스 기업 '센트리카(Centrica)'는 수익이 17% 감소한 28억 파운드(약 4조6886억원)에 그쳤다고 밝혔다.

센트리카는 지난 해 석유와 가스 가격이 2022년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2023년에도 큰 규모의 수익을 남겼다.

하지만 최근 영국의 수 백만가구가 전기와 가스 요금 인상으로 생활비에 큰 타격을 입었고 특히 에너지 요금 인상은 영국 국민들이 감당하는 생활비 상승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센트리카는 750만 고객을 보유한 자사 브리티시 가스가 에너지 규제기관 오프젬으로부터 5억 파운드의 손실을 복구하도록 허락을 받은 결과라고 밝혔다.

오프젬이 설정한 에너지 요금 상한선으로 인해 지난 2023년 상반기에 고객으로부터 회수할 수 없는 청구서가 쌓이면서 부채가 발생하자 오프젬이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행한 규제 완화로 이번에 더 많은 이익을 가져갈 수 있게 됐다는 것이 센트리카 측의 설명이다.

또한 과거 발생했던 손실은 2021년 가스 가격이 급등하면서 소규모 에너지 공급 업체 수 십개가 파산했고 브리티시 가스가 다른 여러 공급업체와 함께 소규모 에너지 업체가 담당하던 고객들을 넘겨받아 기존 계약을 준수했기 때문에 발생한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이 같은 수익 혜택이 반복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전했다.

오프젬은 "에너지 위기 동안 발생한 손실의 일부를 회복할 수 있도록 허용한 것"이라며 "이 같은 일회성 조정은 지난해 상반기에 반영되고 연간 수익으로도 보여주기 때문에 대부분의 공급 업체가 평소보다 높은 수익을 보이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한 "하반기에는 가격 상한제가 허용하는 정상 수준으로 수익이 회복됐고 앞으로도 이런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고 덧붙였다.

브리티시 가스는 지난해 자체 에너지 공급사 소속 채무 담당 직원이 취약 계층 가구가 거주하는 주거지에 침입해 선불 계량기를 강제로 설치한 사실이 드러나면서 논란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크리스 오셰이 센트리카 최고 경영자(CEO)는 "지난해에는 자랑스러워 할 만한 많은 일을 했다"며 "10억 파운드(약 1조6768억원) 이상의 세금을 냈다"고 강조했다.

이어 "가난한 사람들은 정말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단지 에너지 비용 때문만은 아니다"라면서 "에너지 비용, 임대료, 모기지, 식료품 등 모든 종류의 비용이 문제"라고 했다.

또 "저소득층이 에너지 요금을 더 적게 내는 ‘사회적 요금’ 제도가 필요한 이유이고 기본 고정 요금이 사라져야 하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영국 누리꾼들은 비판하는 목소리를 쏟아냈다. 한 누리꾼은 "국내 최악의 서비스, 이유 없이 치솟는 요금과 전쟁 이익, 국민들이 바가지 요금을 쓰고 있지만 정부는 평소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또 다른 누리꾼도 "(에너지 회사가) 민영화된 영국에 온 것을 환영한다"며 "우리 모두는 보다 가난해지지만 부자는 더 부유해진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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