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로맨스 스캠 피해 4년간 58% 증가…최고령 피해자 101세[통신One]
페이스북, 2023년 7~9월 사기 의심 계정 8억 2500만개 삭제
“그루밍 수법 피해자 심리 조종…가정폭력 유사”
(런던=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잉글랜드와 웨일스에서 신고되는 로맨스 스캠 피해 건수가 지난 4년 동안 약 6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현지시간) 기준 BBC와 영국 사기 및 온라인 범죄 신고 기관인 액션 프라우드(Action Fraud) 자료를 종합하면 지난 2023년기준 잉글랜드와 웨일스에 신고된 로맨스 스캠 건 수는 7660건으로 2019년 4842건보다 크게 증가했다. 이는 4년동안 약 58% 증가한 수치다.
피해 사례를 살펴보면 메리 차터(65)에게 자신을 유엔에서 근무하고 있는 의사라고 주장한 사기꾼이 페이스북을 통해 접근했다. 차터가 남편과 사별한지 약 2년이 지난 시점이었다.
차터는 사기범이 자신을 연인 사이에 부르는 호칭인 '베이비', '스윗하트'라고 부르면서 유혹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자기 이름을 ‘다니’라고 소개한 사람이 나에게 접근했다"며 "소말리아에서 유엔 소속으로 일하는 외과의사라고 말했다"고 했다.
이어 "사진을 보니 오래 전 연애했던 남자의 모습과 꼭 닮았었다"며 "평생을 다른 사람을 돕는 데 헌신한다는 사실이 마음에 들었고 그가 가진 이타주의에 끌렸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기범은 곧 자신의 트라우마 연구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면서 피해자에게 금전을 요구하기 시작했다.
차터가 돈을 송금하려 시도했지만 다행히도 차터의 계좌를 관리하는 은행이 상대방 계좌가 사기에 연루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송금 서비스를 중단시켰다.
자신을 ‘다니’라고 속였던 사기범은 실제로 덴마크에 거주하는 가정의학과 의사 게르하르트 보빙의 사진을 도용해 범죄를 저지르고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보빙은 BBC와의 인터뷰에서 "사기범들이 지난 10년동안 온라인에서 내 사진을 도용해 로맨스 스캠에 사용해왔다"고 말했다.
그는 "갑자기 모든 나의 사진이 사기꾼들에 의해 도용됐고 전 세계의 무고한 사람들에게 접근하는 데 이용됐다"면서 "그들은 잔인하고 교묘하며 사악한 사람들"이라고 비판했다.
보빙은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소유하고 있는 메타를 비롯한 소셜미디어 기업들이 온라인 사기 범죄를 막기 위한 더 많은 노력과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그는 "여권이나 운전면허증으로 신원을 확인해야 하는 것처럼 새로 생성되는 모든 프로필에 대한 검증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보빙은 BBC가 주선한 화상통화를 통해 차터와 직접 이야기를 나눴다.
보빙은 화상통화에서 차터에게 "당신이 겪은 일은 진심으로 유감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액션 프라우드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23년기준 로맨스 스캠 사건은 7660건이 접수됐고 피해 금액은 무려 7500만 파운드(약 1257억5000만원)로 추산된다.
지난 2019년 이후 기록된 로맨스 스캠의 최고령 피해자는 101세였다.
지난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매치 그룹을 비롯한 세계 빅테크 기업 12곳이 자체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사기 범죄를 줄이기 위해 정부와 자발적인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온라인 사기 대책에는 데이트 플랫폼에서 신원이 확인된 사람만이 사용자로 등록되고 서로 교류할 수 있도록 하는 약속이 포함됐다.
메타는 다른 사람을 사칭하는 계정이 발견되면 삭제 조치를 한다고 밝혔다.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약 3개월간 페이스북은 8억 2500만개 이상의 계정에 대해 조치를 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킹스턴 대학교 범죄학자이자 법의학 언어학자인 엘리자베스 카터는 사기범들이 그루밍 수법으로 피해자들의 심리를 조종하는 경우가 많다고 경고했다.
그는 "피해자를 상대로 정서적, 신체적 안녕에 대한 책임감을 느끼게 하면서 강압적 통제력을 행사하는 측면에서는 가정폭력과 유사한 점이 있다"고 말했다.
피해자들을 지원하는 자선 단체인 빅텀 서포트(Victim Support)는 도움을 받기를 두려워하는 피해자들이 많기 때문에 집계 수치에서 제외된 수면 아래의 피해자들이 훨씬 많을 것으로 보고 있다.
빅텀 서포트의 사기 담당 수석 매니저인 리사 밀스는 “로맨스 스캠 범죄는 여전히 잘 신고되지 않는 범죄”라며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부분적으로는 사기를 당했다는 수치심과 오명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피해자들 가운데는 인생이 송두리째 바뀌는 피해를 겪고 수백, 수천만 원을 잃었지만 수치심 때문에 스스로 신고하거나 친구, 가족에게 말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했다.
경찰당국은 2019년과 2023년 사이에 각 경찰서에 접수된 전반적인 사기 사건이 모두 늘어난 것으로 집계했다. 하지만 영국 정부는 최근 1년 동안에는 모든 사기 범죄유형에서 평균 약 13% 감소했다고 밝혔다.
영국 정부는 이번 주부터 사기 범죄에 대응하기 위한 새로운 캠페인을 시작했다. 제임스 클레벌리 영국 내무부 장관은 “이미 온라인 사기 방지를 위해 기술 기업과 협약을 체결하고 400명 규모의 전문 수사관으로 구성된 국가 사기 전담반 출범했다”면서 “우리가 앞으로 사용할 강력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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