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 호라이즌 스캔들 20년간 싸워 온 베이츠 "정부 보상안 거부"[통신One]
정부 상대 피해보상청구 111일만에 나온 결과…"요구액 6분의 1수준"
베이츠 "보상안, 피해사실 조롱하듯 공격적이고 잔인해"
(카디프=뉴스1) 조아현 통신원 = 영국 사상 최악의 오심 사건으로 불리는 '호라이즌' 스캔들에서 진상규명 캠페인을 주도한 웨일스 출신의 전직 우체국 운영자 앨런 베이츠가 정부의 보상 제안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1일(현지시각) BBC와 텔레그래프 등에 따르면 앨런 베이츠는 정부의 보상 제안이 '공격적'이고 '잔인하다'고 표현하면서 확고한 거부 의사를 밝혔다.
영국 정부는 IT 비리와 우체국 당국의 지속적인 은폐로 인해 누명을 쓰고 유죄 판결을 받았던 전직 우체국 운영자들을 대상으로 지난 2022년 '완전하고 공정한 보상' 계획안을 확정했다.
앨런 베이츠는 이날 텔레그래프지와의 인터뷰에서 정부의 피해보상안을 두고 "공격적이고 잔인하다"고 말했다.
그는 "피해 보상을 요청한 청구 금액의 6분의 1 수준"이라고 했다.
호라이즌 스캔들은 지난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영국 우체국 각 지점마다 일본 후지쯔가 개발한 컴퓨터 소프트웨어 오류로 수입액이 누락된 것처럼 표기돼 약 900명에 달하는 우체국 운영자들이 절도, 사기, 부정회계 등의 혐의로 기소된 사건을 말한다.
베이츠는 지난 20여년간 피해자들의 소재를 파악하고 연대를 만들어 누명을 벗기 위해 정부를 상대로 싸워왔다.
이들의 이야기는 최근 영국 민영방송사 ITV에서 드라마로 제작해 방영됐고 영국 전국민들의 뜨거운 관심과 공분를 일으켰다.
지난 2017년 억울하게 누명을 쓴 우체국 운영자 555명이 우체국 당국을 상대로 법적 소송을 제기했고 2년 뒤 우체국은 5800만 파운드(약 978억2570만원) 보상금을 지급하기로 합의했지만 돈의 대부분은 피해자들이 그동안 법적 대응을 위해 사용한 소송비용으로 사라졌다.
1998년 북웨일스 랜디드노 우체국 창구를 책임지고 있었던 베이츠는 2019년 고등법원 판결이후 약 2만 파운드(약 3300만원)를 받은 500명 이상의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이었다.
베이츠가 주도한 정의(Justice) 캠페인을 통해 피해자들의 사건에 대한 재심이 진행됐지만 유죄 판결이 뒤집혀 무죄를 선고받은 경우는 겨우 95건에 불과했다.
최근 드라마로 인해 국민적 공분이 커지자 영국 정부는 이들의 유죄 판결을 취소하고 보상금을 지급하겠다고 발표했다. 리시 수낵 총리도 최근 베이츠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해야 한다는 요청에 지지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베이츠는 지난 1월 31일 정부로부터 보상 제안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는 베이츠가 변호사와 범죄전문 회계사의 도움을 받아 작성한 피해보상 청구서를 정부에 제출한 지 111일이 지나서야 나온 결과다.
베이츠는 "완전하고 공정하다는 것이 정부의 해석일 수 있지만 실제로 이 제안은 조롱적이고 모욕적"이라며 "그렇게 많은 시간이 지난 지금에도 잔인하다"라고 말했다.
그는 "나는 금전적 보상을 위한 이 제안을 반드시 거절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는 인간을 대하는 끔찍한 방법일 뿐"이라며 "몇몇 전직 우체국 운영자들도 이와 유사한 제안을 받았고 다른 사람들은 아직 기다리고 있다고 들었다"고 덧붙였다.
앞서 정부는 오는 8월 7일까지 피해자들에게 신속한 면책 절차와 보상이 이뤄지도록 노력하고 모든 청구를 해결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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