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차 맞이한 우크라전…서방의 지원의지가 전쟁 향방 가른다

[2024 글로벌뷰⑤] 반격 실패한 우크라…흔들리는 서방 연합
우크라 운명은 서방 지원 의지에…트럼프가 최대 변수 될 수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5일(현지시간) 눈에 덮인 우크라이나 탱크를 타고 군사 훈련에 참가하고 있다. 2023.12.05 ⓒ AFP=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기자 = 러시아의 침공으로 시작된 우크라이나 전쟁이 또다시 해를 넘기게 됐다.

2022년 모두의 예상을 깨고 자국 방어에 성공한 우크라이나는 2023년 야심찬 봄철 대반격에 나섰지만 사실상 실패로 마무리했고 현재 최전선은 일진일퇴를 거듭하는 소모전으로 비화한 형국이다.

우크라이나가 서방의 막대한 지원을 받았음에도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면서 이른바 '우크라이나 피로'가 번지는 등 서방의 단일대오도 흔들리는 상황이다.

특히 오는 3월 재선을 준비 중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보란 듯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우크라이나가 점령지 일부를 포기하도록 압박하고 있다.

다만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군사력이 부족한 가운데 결국 우크라이나의 운명은 서방의 확고한 지원 의지에 달려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우크라이나 제55 독립 포병 여단 소속 장병이 지난 5월 동부 도네츠크주(州) 아브디브카 마을에서 러시아군을 향해 발사하기 위해 세자르 자주곡사포에 155㎜ 포탄을 탑재하는 모습이다. 2023.5.3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실패로 끝난 '대반격'과 흔들리는 서방

우선 지난해 우크라이나가 야심차게 준비한 대반격은 사실상 실패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우크라이나군은 지난해 6월부터 반격에 나섰지만 러시아가 구축한 견고한 방어선과 격렬한 저항에 막혀 고전만 거듭했다.

이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도 "어쩌면 우리는 세계가 원하는 대로 지난해 성공하지 못했을 수도 있다"라며 대반격이 실패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 역시 이코노미스트 인터뷰에서 전쟁이 소모전으로 비화했다며 부정적인 견해를 보이기도 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전쟁 장기화로 서방의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는 갈수록 약해지고 있다.

최대 지원국인 미국에서는 공화당의 반대로 우크라이나 지원 예산이 통과되지 않고 있으며, 유럽연합(EU)에서도 친러시아 성향인 헝가리의 반대로 잡음이 커지고 있다.

심지어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완전한 승리'보다 '종전 협상에서 유리한 지점 확보'로 전략을 수정 중이라는 보도도 나왔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러시아에 점령당한 자국 영토 일부를 포기해야 하는 것을 의미할 가능성이 높다.

이에 러시아는 의기양양한 모습을 보인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2월31일 신년사에서 우크라이나를 겨냥한 공격을 강화하겠다며 절대 후퇴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러시아의 침공 이후 3번째로 미국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에 도착을 하고 있다. 2023.12.13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방의 지원의지에 달린 우크라 운명

이런 가운데 우크라이나의 성패는 서방국가들의 지원 의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애틀란틱 카운슬'은 우크라이나의 대반격이 부진했던 이유로 서방의 소극적인 원조를 거론하며 "우크라이나는 지금까지 동맹국들이 제공하지 않았던 공군력과 장거리무기 없이는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은 러시아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에 1000억 달러(약 130조원) 이상의 무기를 지원했고 유럽연합(EU)도 수백만 발의 포탄과 전차 등을 앞다퉈 우크라이나에 보냈지만 정작 반격에 필요한 F-16 전투기와 장거리 미사일 등 핵심적인 무기는 확전 우려로 제공하지 않거나 제한적으로 공급했다.

애틀란틱 카운슬은 "미국은 우크라이나의 호소에도 F-16 전투기 제공을 보류했고 동맹국들에도 지원하지 못하도록 압박을 가했다"라며 "(러시아와 비교해) 전투기 수가 10대 1로 열세인 우크라이나 공군은 전장에서 거의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올해 서방 지도자들이 정책을 뒤집어 포탄과 장사정포, 전차 등을 제공한다면 우크라이나는 연말까지 전쟁에 승리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갖출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벤 호지스 전 유럽 주둔 미군 사령관도 영국 BBC에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압도할 결정적인 역량이 없다"라며 "현재 점령한 부분을 지키려 힘쓰면서 서방이 우크라이나 지원 의지를 잃기를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바버라 잔체타 킹스칼리지 런던대 전쟁학과 선임 강사도 "우크라이나는 최근 겨울 공격을 멈춘 듯하지만 러시아 역시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라며 "전쟁의 결과는 미국과 EU의 결정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즉, 우크라이나군과 러시아군의 군사력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 상황에서 결국 전쟁의 향방은 서방국가들의 결심에 달렸다는 뜻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27일(현지시간) 수브라마냠 자이샨카르 인도 외교장관과의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2023.12.27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지윤 기자

◇최대 변수로 떠오른 도널드 트럼프

한편 서방의 확고한 지원 의지를 모두 뒤흔들 수 있는 최대 변수로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재선이 거론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아직 공화당 대선후보로 결정되지는 않았지만 오는 11월 조 바이든 대통령과 맞붙게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자국 이익을 위해 우크라이나 지원을 멈춰야 한다고 주장해 그의 당선은 우크라이나에 비극으로 다가올 전망이다.

미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은 우크라이나에는 파멸적인 결과를 불러오고 세계 질서 자체를 위태롭게 할 것"이라며 "러시아 역시 이를 알고 있어 그의 당선까지 버티려는 전략을 차용할 수 있다"고 짚었다.

이에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방국가들에서 정치적 상황과 관계없이 우크라이나를 장기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계획을 구상 중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다만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취소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잔체타 선임 강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은 2016년에 당선됐을 당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서는 탈퇴하지 않았다"라며 "혼자서 75년간 이어져 온 이 동맹을 깨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아이오와주 코랄빌에서 열린 선거 행사서 연설을 하고 있다. 2023.12.14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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