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AI 규제법' 이르면 오늘 타결…EU, 오픈소스 모델은 제외할듯

이틀째 진행된 3자협상, 8일 재개…규제 대상 좁히면서 막판 진통
생체인식에 이사회·의회 이견…산업 경쟁력 확보하려 수위 조절

지난 3월1일 벨기에 브뤼셀의 유럽위원회 본부 외부에 유럽연합(EU)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2023.03.01/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유럽연합(EU)이 추진한 인공지능(AI) 규제법이 이르면 오는 8일(현지시간) 최종 타결될 것으로 보인다.

입법 착수 2년 만에 세계 최초로 AI 규제 법안을 마련하는 것으로 규제 수위가 어떻게 될지 이목이 집중된다. 일각에선 AI 기술에 가장 강경한 입장을 취했던 EU가 오픈소스 모델 만큼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할 거란 전망도 내놓고 있다.

로이터·AFP 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와 이사회, 유럽의회는 AI 규제 법안을 두고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6일부터 사흘째 '3자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티에르 브르통 EU 내부시장 담당 집행위원은 7일 오후 엑스(X·구 트위터)에 "(누적) 22시간 동안 AI 법안에 관한 많은 진전이 있었다"며 "8일 오전 9시 관련 논의가 재개된다"고 밝혔다.

앞서 EU 입법기구인 유럽의회는 지난 6월 AI 규제법안을 찬성 488표, 반대 28표, 기권 93표로 가결했다. 당시 법안에는 챗GPT와 같은 생성형 AI에 높은 투명성을 요구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데이터 학습에 사용된 자료를 모두 공개하고, AI가 만든 콘텐츠에는 창작자가 인간이 아님을 명시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AI의 위험도를 구분해 규제를 차등 부여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공공장소에서 안면 등 생체인식 기술을 사용해 시민들을 감시하거나 이를 통해 얻은 정보를 수사에 활용하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법안에 수록됐다. 시민들의 행동 패턴을 AI로 분석해 '대출 상환 능력이 있는지' 등 사회적 신용 점수를 매기는 행위도 엄격히 금지했다.

EU 입법절차에 따라 유럽의회를 통과한 법안은 행정부격인 집행위와 27개국을 대표하는 이사회로 구성된 3자협상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EU 이사회 측은 협상이 무난히 타결될 것으로 보고 이날(7일) 기자회견을 열기로 했으나 막판 진통이 계속되자 이를 무기한 연기했다. 협상 마감 시한은 따로 정해져 있지 않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들에 따르면 현재 일부 회원국과 유럽의회는 크게 두가지 영역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우선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등 EU 주요국들은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는 범용 AI에 전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잣대를 댈 경우 자국 산업 경쟁력이 약화될 수 있어 예외 조항을 신설하자는 의견을 제시했다고 한다.

여기에 더해 생체인식 감시를 전면 금지하자는 유럽의회와 달리 일부 회원국들은 국방·치안 목적의 사용은 일부 허용하자는 입장이다. 예컨대 공공장소에 설치된 폐쇄회로(CC)TV의 경우 AI 기술을 활용하면 범죄 용의자를 신속·정확하게 식별할 수 있는데, 생체정보란 이유로 이를 전부 금지하면 치안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날 로이터가 입수한 협상 중재안에는 주요 회원국들의 우려를 반영해 일단 오픈소스 모델은 규제 대상에서 제외하는 방안이 실렸다. 오픈소스 소프트웨어는 코드가 무료로 공개돼 있어 사용자들이 직접 오류(버그)를 수정할 수 있다. 각각 프랑스·독일의 간판 스타트업인 '미스트랄 AI'와 '알레프 알파'가 대표적인 오픈소스 모델을 제공하는 유럽 기업이다.

협상이 최종 타결되면 2년간 계도기간을 거쳐 오는 2025년 12월부터 AI 규제법이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EU 회원국과 역내 기업이 이번 법률의 규제 대상이며 위반 시 최대 3000만유로(약 415억원), 연 매출의 6%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협상 결렬 시에는 유럽의회와 이사회가 추가 회의를 거쳐 '잠정 합의안'을 만든 뒤 내년 봄에 열리는 본회의 표결에 다시 부친다. 다만 내년 6월 유럽의회 총선이 치러지는 만큼 표류할 가능성이 크다.

당초 유럽의회는 2021년 AI 규제를 위한 입법 절차에 착수했다. 그러나 분야를 뛰어넘는 범용 AI인 챗GPT가 지난해 12월 공개되자 이를 규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보고 초안을 처음부터 다시 작성했다. 이를 위해 유럽의회는 다양한 AI 사용 실례를 점검하고 상황별 위험성을 평가했다.

seongskim@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