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선 참패' 뤼터 네덜란드 총리, 차기 나토 수장으로 거론
미국 등 나토 주요국 지지 받고 있어…튀르키예·헝가리 반대 가능성
-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옌스 스톨텐베르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사무총장의 후임으로 최근 자국 총선에서 참패한 마르크 뤼터 네덜란드 총리가 거론되고 있다.
AFP통신은 복수의 외교관들을 인용해 뤼터 총리가 카야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 크리스야니스 카린스 라트비아 총리보다 내년 나토 사무총장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도했다.
나토 사무총장 임기는 4년이다. 노르웨이 총리 출신인 스톨텐베르그는 지난 2014년 10월 취임해 임기를 한 번 연장한 데 이어 지난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임기가 1년 더 연장됐다. 이에 따라 그는 2024년 10월1일까지 재임해 만 10년을 채우게 될 것으로 보인다.
그의 후임은 내년 7월 미국에서 열리는 나토 정상회의 전에 발표될 예정이다.
외교 소식통들은 지난 2010년부터 13년간 네덜란드를 이끈 뤼터 총리가 유럽 상황에 익숙한 인물이며, 이미 나토 주요국인 미국과 영국, 프랑스, 독일이 지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나토 회원국의 한 외교관은 "뤼터 총리는 사무총장 후보"라며 "그는 자신이 가능하다는 것을 분명히 밝혔고, 그에 대한 폭넓은 지지가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달 뤼터 총리는 한 인터뷰에서 나토를 운영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운 일"이라며 자신에게 기회가 온다면 열린 자세로 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다만 튀르키예와 헝가리 등이 반대할 가능성도 있어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나토 사무총장은 31개 회원국 만장일치 동의로 임명되기 때문이다.
특히 네덜란드 조기 총선에서 반이민정책과 반이슬람주의를 지지하는 극우 성향의 자유당(PVV)이 압도적 승리한 것이 뤼터 총리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의 후임 자리를 놓고 회원국 간 여러 논쟁이 있었다. 일부 회원국은 사상 첫 여성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고 주장했으며, 일각에서는 러시아와 지리적으로 가까운 국가에서 사무총장이 나와야 한다는 주장도 있었다.
칼라스 에스토니아 총리는 이러한 조건에 부합하지만, 일부 회원국은 그가 러시아에 지나치게 강경하다는 점을 단점으로 꼽고 있다.
또 다른 의견으로는 국내총생산(GDP) 내 2%를 국방비로 지출한다는 나토 공통의 목표를 충족하는 국가에서 선출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뤼터 총리는 총리 임기 동안 이를 달성하진 못했지만 2024년에는 목표를 달성할 것이라 약속했다. 아울러 그는 우크라이나 지원에도 적극적인 인물이다. 그는 이번 달 우크라이나에 20억유로 상당의 지원과 F-16 전투기를 제공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
아울러 내년 선출되는 미국 대통령과의 관계도 주요 변수다. 만약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이 백악관으로 복귀하는 데 성공한다면 미국과 나토 관계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재임 시절 미국을 나토에서 탈퇴시키는 방안을 검토하고 다른 회원국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을 요구했다.
지난 2018년 뤼터 총리는 트럼프 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보호무역 조치의 정당성을 언급하자 바로 발언을 끊고 반대 의사를 표시하면서 대립각을 세우기도 했다.
다만 지지자들은 뤼터 총리의 오랜 정치 경력을 감안한다면 타협점을 찾기란 어려운 일은 아닐 것이라고 보고 있다.
한편 스톨텐베르그 사무총장은 27일 AFP와의 인터뷰에서 뤼터 총리에 대해 "좋은 친구이자 동료"라며 "그는 총리로서 많은 경험을 가진 유능한 정치인"이라고 평가했다. 다만 이어 "하지만 누가 내 후임이 될지는 내가 결정할 일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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