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친에 살해된 22세 여성, 이탈리아 '발칵'…용의자 부모도 집회 참석

멜로니 총리 "여성 폭력, 갈수록 상황 악화"
올해 살해된 여성 절반 이상이 파트너에게 살해

이탈리아에서 22세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사망한 줄리아 체체틴(22)과 그의 전 남자친구 필리포 투레타(22).(이탈리아 매체 라프레세 갈무리).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이탈리아에서 22세 여성이 전 남자친구에 의해 숨진 것으로 추정된다는 사실이 알려지며 국민적 공분이 커지고 있다.

20일(현지시간) 유료뉴스 등에 따르면 22세 줄리아 체체틴은 지난 11일 전 남자친구인 필리포 투레타(22)와 함께 실종됐다가 일주일 만에 싸늘한 주검으로 발견됐다.

체체틴은 목과 머리에 최소 20개의 상처를 입은 채 베네치아 북쪽 포르데노네 지방의 바르시스 호수 근처 도랑에서 발견됐으며, 시신은 검은 가방으로 덮여 있었다.

체체틴이 실종된 이후 조사를 벌이던 경찰은 체체틴과 그의 남자친구 투레타가 몸싸움을 벌이는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했다. 당국은 투레타가 체체틴을 살해한 뒤 이탈리아를 떠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탈리아 경찰은 투레타에 대한 국제 체포 영장을 발부한 뒤 독일 경찰과 협력해 독일 중부 작센안할트주(州) 남부 고속도로에서 고장 난 차량 안에 있던 투레타를 검거했다.

현재 독일에 구금된 투레타는 곧 이탈리아로 송환돼 살인 혐의로 재판을 받을 전망이다.

체체틴의 여동생 엘레나는 "투레타가 언니에게 집착하는 것이 걱정됐지만, 해칠 수 있다는 건 상상도 못 했다"고 말했다.

이어 "투레타는 괴물이 아니다. 괴물은 예외적인 존재로 사회 밖에 있는 사람, 사회가 책임을 질 필요가 없는 사람"이라며 "그러나 투레타는 가부장제와 강간 문화의 아들일 뿐"이라고 지적했다.

사망한 줄리아 체체틴(22)의 집 앞에 그의 죽음에 애도를 표하는 꽃다발이 놓여 있다.(이탈리아 매체 라프레세 갈무리).

막 공대를 졸업하고 대학원에 진학할 예정이었다는 체체틴의 안타까운 소식이 각종 언론을 통해 알려지며, 분노는 쏟아졌다. 이탈리아 전역에서는 19일 여러 차례의 시위와 집회가 열렸는데, 심지어는 투레타의 부모도 체체틴을 위한 촛불 집회에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계 성폭력 반대의 날인 25일 로마에서는 더 큰 시위가 벌어질 예정이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성명을 통해 "여성을 살해하는 것은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며 "이 야만성을 멈추기 위해 계속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멜로니 총리는 이탈리아에서 벌어지는 여성 폭력에 분노를 표하며 그 상황이 최근 더욱 악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탈리아 내무부에 따르면 지난 12일까지 이탈리아에서 살해된 여성 102명 중 53명이 현재 파트너나 이전 파트너의 손에 사망했다.

멜로니 총리는 여성 보호소와 폭력 방지 센터에 대한 기금을 늘렸다고 강조했으며, 야당 지도자인 민주당(PD)의 엘리 슐라인 대표는 이탈리아에서 발생하는 여성 폭력을 막기 위해 정부와 협력할 의향이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이탈리아 내 성폭력 근절 조치를 강화하는 법안 초안은 오는 22일 상원에 제출될 예정이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