튀르키예, 우크라戰에 이어 이·팔 분쟁서도 존재감 드러낼까

튀르키예, 하마스와 소통 채널 유지…이스라엘과도 지난해 관계 정상화
관건은 이스라엘과 미국·유럽 등의 중재 관심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2023.10.2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김민수 기자 =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간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주도한 바 있는 튀르키예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 간 분쟁에서도 중재자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알자지라방송이 22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지난해 유엔과 더불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를 중재해 흑해 곡물 수출 협정을 중재하는 등 국제사회에 튀르키예의 존재감을 부각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튀르키예가 이스라엘과 하마스 분쟁을 중재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튀르키예가 이번 분쟁의 중재자로 떠오르고 있는 이유는 하마스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으면서도 이스라엘과도 소통할 수 있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기 때문이다.

먼저 튀르키예는 2007년 이후 하마스를 '테러 조직'으로 선언하지 않는 등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이스라엘은 튀르키예에 기반을 둔 하마스 조직원들이 이스라엘에 대한 공격 계획에 연루됐다며 항의한 바 있다. 앙카라 연구소의 연구 책임자 타하 오잔은 "튀르키예는 하마스와 좋은 소통 채널을 유지하고 있으며, 이는 중요한 자산"이라며 "지금과 같은 분쟁 상황에서 소통 채널과 관계는 중요하다"고 분석했다.

알자지라는 "에르도안 대통령과 튀르키예 관료들은 최근 가자 분쟁을 해결하는 데 튀르키예가 중심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보고 이러한 이점을 활용해 행동에 나섰다"고 전했다. 특히 튀르키예는 가자지구 민간인에 대한 인도적 지원과 하마스에 억류 중인 200여명의 인질을 석방하는 데 주안점을 두고 있다.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은 지난 17일 레바논 베이루트에서 연설을 통해 다양한 국가들이 자국민 석방을 위해 튀르키예에 도움을 요청해 왔다며 "우리는 하마스의 정치 부문과 이에 대해 논의하기 시작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리는 특히 어린이와 외국인이 석방될 수 있도록 큰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아이작 헤르조그(왼쪽) 이스라엘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터키) 대통령이 9일(현지시간) 튀르키예 수도 앙카라에서 정상회담을 하고 있다. 2022.03.09 ⓒ AFP=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한편 튀르키예와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문제로 갈등을 빚어왔다. 지난 2008년 에후드 올메르트 당시 이스라엘 총리와 에르도안 당시 튀르키예 총리가 회담한 지 불과 닷새 만에 이스라엘이 가자지구를 공격해 양국 관계가 소원해졌다.

또한 2010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로 입항하는 튀르키예 자원봉사자들이 탑승한 '마비 마르마라'호를 공격해 튀르키예인 등 10명이 숨지면서 긴장이 고조됐다. 2018년 . 이스라엘 주재 미국 대사관을 텔아비브에서 예루살렘으로 옮기는 문제로 다시 갈등을 빚었다.

이로 인해 에르도안 대통령은 팔레스타인으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2020년 이스라엘이 걸프지역 아랍국가와 관계를 정상화하는 '아브라함 협정'을 계기로 양국 관계는 다시 풀리기 시작했다. 게다가 튀르키예도 지난해 이집트,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 이스라엘과의 관계를 정상화하기 위해 적극 행동하기 시작한 것도 양국 관계 개선에 도움이 됐다.

지난해에는 아이작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앙카라를 방문해 에르도안 대통령과 만나 양국 관계 정상화를 본격화하기로 했다.

피단 외무장관은 최근 분쟁을 해결하기 위해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이나 이스마일 하니예 하마스 수장과 접촉했다. 그는 두 국가 해법을 바탕으로 "영구적이고 포괄적인 평화를 위한 문을 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이를 위해 튀르키예가 보증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제안했다.

다만 지속적인 해결책을 위한 튀르키예의 노력은 이스라엘과 하마스의 의미 있는 참여 없이는 좌절될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한다.

오잔은 "이스라엘과 이를 지원하는 미국, 유럽 등이 중재에 정말로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그는 "현명한 선택은 정치적 맥락을 재정립하고 이 위기를 지렛대로 삼아 정치적 틀을 만드는 것"이라며 "그러나 그것은 이스라엘에 달려 있고 일부 서방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kxmxs410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