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유럽, 우크라 지원 '단합' 강조하지만…전쟁 피로감 커지며 균열 확대

美 공화, 우크라 추가 지원 반대…폴란드 이어 슬로바키아도 분열 움직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2일 (현지시간)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열린 나토 정상회의 중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하고 있다. 2023.7.13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영 기자 = 우크라이나 전쟁이 20개월째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미국과 유럽 내부적으로 우크라이나 지원을 놓고 균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우크라이나 지원에 변함이 없을 것이라며 단합을 촉구하고 있지만, 일부는 한계를 호소하며 추가 지원에 부정적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

로이터·AFP통신 등 외신을 종합하면 미 공화당에서는 우크라이나를 추가로 지원하는 방안을 반대하고 있고 유럽에서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에 있어 균열 양상이 확대되는 조짐을 보이고 있다.

◇ 美, '우크라 지원' 예산 놓고 공화-민주 충돌

우선 미국의 경우 전쟁 발발 이후 우크라이나 정부에 안보, 경제 및 인도적 지원 명목으로 보낸 금액이 1130억 달러(약 154조원) 규모로 집계되는데, 전쟁 장기화로 관련 예산이 고갈되고 있는 상황에서 공화당은 더이상의 지원을 거부하고 있다.

실제 우크라이나안보지원이니셔티브(USAI)는 고갈됐고, 미 국방부 내부적으론 우크라이나를 위한 예산이 16억 달러(약 2조2000억원) 남짓이다. 또 바이든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발동할 수 있는 대통령 사용 권한(PDA) 예산엔 54억 달러(약 7조3000억원)이 남았다.

그러나 연방 정부 셧다운을 피하기 위해 통과된 임시 예산안엔 당초 민주당과 바이든 행정부가 원했던 우크라이나 관련 추가 240억 달러(약 33조원) 예산이 포함되지 않았다. 공화당이 다수당인 하원에서 케빈 매카시 하원의장을 비롯한 강경파 의원들이 추가 지원에 반대했기 때문이다.

급기야 미 국방부 감사관인 마이클 매코드는 매카시 의장에게 발송한 9월29일자 서한에서 "국방부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가능한 안보지원 자금을 거의 소진했다"며 임시 예산안에 우크라이나에 대한 안보지원이 포함되지 않은 것에 대해 우려를 표명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1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전날 미 상·하원을 가까스로 통과한 45일짜리 임시 예산안에 서명한 뒤 대국민 연설을 하고 있다. 이 자리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 중단을 허용할 수 없다"며 공화당을 상대로 이를 반영한 정식 예산안을 조속히 통과시킬 것을 압박했다. 2023.10.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2023년 7월31일까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약속한 국가 목록. 주황은 무기, 청색은 인도적, 남색은 금융 지원으로 구분. 단위: 10억 유로. (독일 키엘 세계경제연구소, IfW 갈무리)

◇ EU 분열 양상…폴란드 이어 슬로바키아도 '무기 지원' 끊나

유럽에서는 EU 외무장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현지시간 2일 키이우에 모였다.

EU 외교정책 책임자인 호세프 보렐 유럽연합(EU) 외교안보 고위대표는 키이우에서 열린 이번 외무장관 회의를 "역사적"이라고 표현하면서 "우리가 EU 후보국에서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EU 외무장관들이 전쟁을 치르고 있는 국가에서 만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그는 내년 최대 50억유로(7조1200억원) 규모의 우크라이나 지원 패키지를 제안하면서 연내 합의를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무기 지원과 더불어 러시아·이란에 제재를 확대할 것을 호소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의 승리 여부는 서방 국가들의 결집과 직결돼 있다. 우리가 더욱 강력하고 원칙에 기반한 조치를 취할수록 이 전쟁은 더 빨리 끝날 것"이라며 "동결된 러시아 자산을 전쟁으로 피폐해진 우크라이나의 복구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써달라"고 촉구했다.

이날 회의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두고 EU 회원국들 사이에 이견이 커지고 있는 가운데 이뤄졌다.

유럽연합(EU) 외무장관들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장기적인 지지를 표명하기 위해 2일(현지시간) 키이우에 모였다. 2023.10.0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키이우에서 열린 이번 외무장관 회담에는 헝가리, 폴란드, 라트비아 대표가 불참했는데, 폴란드와 우크라이나간 갈등은 최고조로 치닫고 있다. 농산물 수출입을 둘러싸고 갈등이 고조되자 폴란드 측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밝히면서다.

슬로바키아는 지난달 30일 치러진 총선에서 친러·반미 성향의 로베르트 피초가 이끄는 정당(스메르-사회민주당·SMER-SD)이 정권을 꿰차면서 변수가 생겼다. 그는 유세 기간 자신이 선거에서 승리할 경우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끊겠다고 밝혔다.

이밖에도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헝가리는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국가 가운데 유일하게 러시아와 친밀한 관계를 유지해왔는데, 전쟁 피로감 등으로 우크라이나에 대한 지원을 중단하겠다고 공언하는 국가들이 늘어나고 있는 양상이다.

이를 의식한 러시아 크렘린궁은 서방의 전쟁 피로가 증가할 것이라며 먼 발치에서 상황을 관전하고 있다.

디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국제 사회의 결집이 곧 흔들리기 시작할 것이라면서 전쟁 피로감은 결국 우크라이나의 대외원조에 대한 분열을 가져올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카린 장 피에르 미 백악관 대변인은 "블라디미르 러시아 대통령이 자신이 우리보다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는 틀렸다"면서 "우리는 용감한 우크라이나인들을 지원하기 위해 끊임 없이 지원 패키지를 가지고올 것"이라고 일축했다.

친러·반미 성향의 로베르트 피초가 이끄는 정당(스메르-사회민주당·SMER-SD)이 정당이 슬로바키아 총선에서 승리했다. 2023.10.02.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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