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도안 "튀르키예 EU 가입 협상 재개하면 스웨덴 나토 가입 지지"(종합)

"EU 가입 길 열어주면 스웨덴 위한 길도 터줄 것"
EU "별개 문제로 봐야"…나토 "긍정적 결과 기대"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7일(현지시간) 이스탄불을 방문한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히고 있다. 2023.7.8 ⓒ 로이터=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박재하 권진영 기자 =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유럽연합(EU)이 튀르키예와 회원국 협상을 재개한다면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을 지지하겠다고 9일(현지시간) 밝혔다.

다만 EU와 회원국들은 두 문제는 별개로 봐야 한다며 난색을 보였다.

AFP통신에 따르면 에르도안 대통령은 리투아니아 빌뉴스에서 개최되는 나토 정상회의를 위해 출발하기 전 기자회견에서 "먼저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위한 길을 열어주면, 우리가 핀란드에 그랬던 것처럼 스웨덴을 위해 길을 터줄 것"이라고 말했다.

그간 튀르키예는 스웨덴이 자국이 테러 집단으로 규정한 쿠르드노동자당(PKK)의 활동을 눈감아주고 있다며 나토 가입에 반대 입장을 고수해 왔다.

튀르키예는 지난 1987년 EU의 전신인 유럽경제공동체(EEC)에 회원국 자격을 신청했으며 1999년에 EU 후보국 지위를 얻었다.

2005년부터는 본격적인 회원 가입 협상을 이어오고 있다. 하지만 해당 협상은 2016년 튀르키예 내 인권 침해 우려가 불거지며 중단됐고 교착 상태에 빠졌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한 가지 사실을 강조하고 싶다"며 "튀르키예는 50년간 EU 정문 문턱에서 기다려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나토 회원국의 대부분은 EU 회원국이다. 나는 지금 튀르키예를 50년 이상 기다리게 한 이 나라들에 관해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며, 빌뉴스에서 다시 언급할 것"이라고 비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은 전했다.

한편 로이터통신은 에르도안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와 러시아 사이의 전쟁이 종식되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 절차가 수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가 5일 (현지시간) 베를린 인근 메세베르그에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과 회담을 마친 뒤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에르도안 대통령의 요구에 나토는 물론 EU와 회원국들은 당황스러워하는 분위기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기자들에게 "스웨덴은 나토 가입에 필요한 모든 요건을 충족한다"며 "다른 질문(EU 가입)은 그것과 관련없는 질문이므로 연결된 문제로 간주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다나 스피난트 EU 집행위원회 부대변인은 "각 후보 국가의 가입 절차는 각 국가가 가진 장점에 따라 결정된다"며 EU와 나토 가입을 "연결 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옌스 스톨텐베르그 나토 사무총장은 튀르키예의 EU 가입을 지지한다면서도 스웨덴이 이미 나토 가입에 필요한 조건을 충족했다고 신중한 입장을 전했다.

그러면서도 "빌뉴스에서 스웨덴에 대한 긍정적인 결정을 내릴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스탄불 싱크탱크 에담(EDAM)의 시난 울젠 대표는 "에르도안 대통령의 깜짝 발언의 긍정적인 부분은 튀르키예가 여전히 EU 가입에 대한 관심을 보인다는 것"이라면서도 "이런 발언이 튀르키예의 EU 가입에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고 로이터에 전했다.

한편 에르도안 대통령은 10일 빌뉴스에서 울프 크리스테르손 스웨덴 총리와 회담할 예정이다.

스웨덴은 이번 나토 정상회의에서 나토 가입 확정을 목표로 세우고 있다.

지난 6일 스웨덴은 튀르키예와 외무장관급 회담을 열고 설득에 나섰으나, 튀르키예가 더 강경한 테러 방지 조치를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스웨덴이 나토 가입을 검토 중이다.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영 기자

jaeha67@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