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봇 한자리에 모은 유엔…안전한 공존방안 모색한다
유엔 전문기구 ITU 스위스 제네바서 '선한 AI 글로벌 서밋' 개최
예상보다 빠른 AI 발전 속도에…안보리서도 통제방안 논의할 예정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유엔이 이달 안전보장이사회 회의에서 인공지능(AI) 문제를 다루겠다고 예고한 가운데 인간과 흡사한 외모와 사고 능력을 갖춘 휴머노이드 로봇들을 한 자리에 모았다. AI 기술 발전상을 생생하게 소개하는 한편 인류에 끼칠 잠재적 해악도 뚜렷한 만큼 안전한 공존 방안을 모색한다는 계획이다.
AFP 통신과 유엔뉴스에 따르면 유엔 전문기구인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6일(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선한 AI 글로벌 서밋'(AI for Good Global Summit)을 개최했다. ITU는 AI 기술은 미래 인류 번영에 중대한 도전 과제이며 이에 대응하는 공동 청사진을 마련하고자 각국 정부와 관련 업계가 협력의 필요성을 인식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번 서밋에는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과 같은 글로벌 테크기업 관계자들과 대학 및 국제기구 소속 전문가 3000명이 참석했다. 1박2일 일정으로 진행되는 이번 행사에서 이들은 올바른 목적으로 AI를 연구·개발하도록 유도하는 프레임워크를 채택할 예정이다.
도린 보그단-마틴 ITU 사무총장은 서밋에서 "불과 몇달 전 생성형 AI가 세상을 놀라게 했을 때만 해도 휴머노이드 로봇이 이처럼 발전할지 몰랐다"면서 "테크업계 거물급 인사들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고 말했다. 이어 "이런 형태의 AI가 우리보다 더 똑똑해질 수 있다는 가능성은 개발자들이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빠르게 다가오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보그단-마틴 사무총장은 AI 기술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위험에 빠뜨리고 허위 정보를 양산하며 지정학적 불안정성을 높이고 경제적 양극화를 심화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AI와 관련된 많은 질문에 아직 답을 찾지 못했다"며 "거대한 AI 실험을 중지해야 하느냐"고 반문했다.
◇간호부터 록음악까지 '만능' 휴머노이드 로봇…인간 감정 읽은 뒤 대답
이날 행사에는 총 9개의 휴머노이드 로봇과 51개의 혁신적인 로봇이 전시됐다. 로봇들은 반려견부터 연주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역할을 수행했다. ITU는 이들 로봇이 유엔이 설정한 17가지 지속가능한발전목표(SDG) 실현에 다방면에서 도움을 줄 것으로 기대했다.
싱귤래리티넷이 개발한 세계 최초의 간호 로봇 '그레이스'가 대표적이다. 주로 노인을 상대하는 그레이스는 사람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에 공감을 표현한다. 총 100여개 언어를 구사할 수 있다. 그레이스는 휴머노이드 로봇 중 기술 수준이 가장 앞서기 때문에 가까운 미래에 의료기관이나 가정에서 간호 지원용으로 사용될 전망이다.
휴머노이드 로봇 '나딘'은 관람객들과 즉석에서 질문을 주고 받았다. 나딘은 AFP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에 대해 "사람과 같은 외모를 가진 소셜 로봇으로 사람들과 상호작용하고 AI 기술의 잠재성을 연구하기 위해 만들어졌다"고 소개했다. 나딘은 나디아 탈만 제네바대 로봇공학 교수가 2013년 처음 제작했다. 이름은 물론 얼굴과 머리 모양까지 탈만 교수를 빼닮았다.
보라색 머리의 휴머노이드 로봇 '데스데모나'는 축하 공연으로 신나는 록음악을 연주해 관람객들의 귀를 즐겁게 했다. 데스데모나는 록 밴드에서 리드보컬을 맡고 있다. 로봇공학자 데이비드 핸슨이 '정원에서의 만남'처럼 구체적인 주제어를 제시하자 데스데모나는 즉흥적으로 제시된 분위기에 걸맞게 노래했다.
이 외에도 네 발로 자유자재로 뛰어다니는 반려견 로봇과 재난현장에서 인명을 구조하는 로봇, 농사일을 돕는 로봇 등이 행사장에 자리했다.
한편 유엔 안보리는 의장국 영국의 제안으로 오는 18일 안보리 역사상 처음으로 AI 기술을 주제로 공개 회의를 갖기로 했다. 제임스 클레버리 영국 외무장관이 주최하며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과 업계 전문가들이 참석할 예정이다. 지난달 구테흐스 사무총장이 AI를 규제하기 위해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같은 산하기구가 필요하다고 강조한 만큼 AI 통제 방안 등이 주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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