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AI 개발 중단' 서한에 EU의회 화답…"필요성 공감…정상회담 열어야"
의원 12명 "AI 진화 속도 예상 상회…통제 방안 마련해야"
"EU 집행위, AI 법안 작성 중"…각국 규제 대열에 동참할 듯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유럽의회 의원들이 챗GPT와 같은 생성형 인공지능(AI)이 예상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며 규제 방안을 마련하기 위한 정상회담 개최를 촉구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전 세계 정보기술(IT) 업계 전문가들과 함께 'AI 개발 일시중단' 서한을 발표하자 이에 유럽연합(EU) 입법부가 화답한 것이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유럽의회 의원 12명은 공동 성명을 내고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에게 AI 기술 개발을 통제하기 위한 정상회담 개최를 요구했다.
의원들의 이번 성명은 머스크가 후원하는 싱크탱크인 미래생명연구소(FLI)가 지난달 29일 '거대한 AI 실험 일시중지:공개서한'을 발표한 데 따른 것이다.
당시 서한은 AI 고도화로 인해 인간이 문명에 대한 통제권을 상실할 수 있다며 안전 규약이 마련될 때까지 '챗GPT-4'보다 강력한 생성형 AI 기술 개발을 6개월간 중단할 것을 제안했다.
FLI는 서한에 머스크를 비롯해 애플 공동설립자인 스티브 위즈니악, 인지심리학자 게리마커스 교수, 컴퓨터공학자 러셀 버클리 교수 등 IT 전문가 및 업계 전·현직 직원 1800명이 서명했다고 밝혔다.
유럽의회 의원들은 이러한 FLI의 서한에 대해 기우에 그칠 만한 내용도 일부 있다면서도 "AI가 급속도로 진화함에 따라 중대한 정치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서한의 핵심 메시지에는 동의한다"고 밝혔다.
이어 의원들은 AI가 지닌 잠재적 권력을 고찰한 뒤 매우 강력한 AI 기술은 제지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AI 기업들을 상대로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막스 테그마크 FLI 소장은 의원들의 성명에 대해 "우리가 내놓은 공개서한이 (의원들의) 신경을 건드린 것 같다"며 로이터에 소감을 전했다.
테그마크 소장은 "많은 사람들이 이런 걸 논의하고 싶어했지만, 피해망상에 빠진 러다이트주의자들로 비칠까봐 두려워 참아왔다"며 "관련 논의가 시작됐다는 건 매우 중요하다"고 평가했다.
EU 집행위원회는 2년 전 위험 정도에 따라 등급을 나누고 허용 정도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은 AI 규제 초안을 마련한 바 있다. 사안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집행위는 현재 108쪽짜리 관련 법안을 작성하고 있으며 오는 26일까지 이를 공개한다는 방침이다.
각국도 최근 챗GPT 열풍에 놀라 서둘러 규제 고삐를 죄는 중이다. 이탈리아는 지난달 31일 서방 최초로 챗GPT 접속을 차단하고 자체 조사에 들어갔다. 이를 통해 챗GPT가 이용자 연령 미확인으로 미성년자에게 부적절한 답변을 하고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했는지 여부 등을 들여다볼 계획이다.
독일과 아일랜드는 자국 내 데이터 정보기관을 통해 이탈리아의 챗GPT 조사 결과를 받아보기로 했다. 캐나다와 프랑스는 이달 초 이탈리아와 비슷한 방식으로 챗GPT 조사에 착수했다.
중국은 지난 11일 생성형 AI 기술로 만들어진 콘텐츠는 사회주의 핵심 가치에 부합해야 한다며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는 기업에 사전 보안 평가를 강제하는 내용의 규제 초안을 공개했다.
같은 날 미국도 "AI 시스템이 잠재력을 발휘하려면 기업과 소비자가 서로를 신뢰할 수 있어야 한다"며 AI의 위험성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한 뒤 이를 기반으로 'AI 규제 이니셔티브'를 내놓겠다고 밝혔다.
seongski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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