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과 '디커플링' 아닌 '위험제거'…EU의 다극체제 시도, 성공할까

美바라는 '단절' 아닌 '위험 제거' 방식으로 中과 경제 협력 필요
EU "독립적인 행위자"로서, 美중심 일극에서 다극체제 시도해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이 3일 (현지시간) 중국 방문을 앞두고 파리 엘리제 궁에서 만나 반가워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최근 유럽 정상들의 중국 방문이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유럽연합(EU)의 대(對)중국 전략이 변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미국과 한목소리로 중국을 비판만 할 것이 아니라 경제 분야 등 적절한 협력을 통해 자국 이익을 도모해야 한다는 것이다.

3일(현지시간) 유럽 정책 전문 온라인 매체인 유랙티브(euractiv)에 따르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지난달 30일 연설에서 EU-중국 관계에 대한 견해를 정리해 발표했다.

그는 개방·개혁 정책을 추구해온 중국에 최근 안보·규제 우려가 불거지면서 유럽은 대중국 접근 방식의 조정이 필요하며 특히 경제 문제에 있어서 보다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요컨대 과거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행정부가 추구한 중국과 단절(de-coupling) 아닌, 중국으로부터 위험을 제거(de-risking)하는 방식으로 EU는 중국과 관계를 적절히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공개적으로 어느 한쪽에 서기를 원치 않는 EU 국가들이 "독립적인 행위자"가 되어 다양한 국가들과 협력을 통해 미국 중심의 일극에서 다극화(multipolarity)를 시도해야 한다고 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를 위해 크게 '경제 위험 제거 전략 4가지'를 제시했다.

첫째는 유럽에서 녹색에너지·디지털 전환을 위한 자체 미래 기술에 대한 경쟁력 및 회복성을 증대 방안에 초점을 두고 있다. 예컨대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맞서 나온 EU '탄소배출제로법'을 토대로 유럽에서 미래 기술의 40%가 생산될 수 있도록 이 분야 보조금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다.

둘째는 주요 원자재에 대해 보다 큰 자율성을 확보하는 것이다. 이를 위해 광물이 풍부한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유럽인들의 관심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로 외국인직접투자(FDI) 심사, 외국 보조금 도구 등 기존의 EU 수출 규제 수단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다. 일례로 2021년 EU 모든 회원국이 FDI 심사를 시행하지 않았다고 짚었다. 다만 FDI 심사는 실질적으로 투자를 차단할 법적 구속력이 없다.

이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유럽에서 중국과 같은 "체계적인 경쟁국"으로 투자를 장려하는 아웃바운드 투자 제도를 개발하고 있다고 밝혔다.

끝으로 주요7개국(G7), G20, 동남아국가연합(ASEAN·아세안) 등 글로벌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을 당부했다. 특히 뉴질랜드, 호주, 인도, 4개국 남미 공동시장(MERCOSUR·메르코수르) 및 아세안 회원국과 같은 국가들과 무역 협정을 이뤄야 한다고 했다.

EU의 대중 전략은 폰데어라이엔 위원장과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오는 5~7일 중국을 국빈 방문을 앞두고 나왔다. 논의 안건에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이번 발표 내용을 말미암아 중국과 경제 협력 강화 방안이 거론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10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3연임한 이래 유럽 주요 정상들의 방중이 잇따르고 있다. 작년 11월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 지난달 31일 페드로 산체스 스페인 총리가 시 주석을 찾았다.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도 오는 상반기 방중을 검토 중이다.

지금까지 EU는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 물밑에서 러시아를 비호하는 중국에 대해 미국과 한목소리로 비판해왔지만, 중국과 경제적 유대관계를 맺게 될 경우 지금까지의 미국 중심의 일극 체제에도 지각변동이 예상된다.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줄곧 다극 체제를 주장해왔다.

younm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