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시리아인들, 조국에 보낸 기부금 '정부 먹튀' 불안하다
"알아사드 정부 관련 단체에 보내는 기부금, 확신 못가져"
"시리아 도우려면 정부와 조율해야"…국제사회 지원 고심
- 정윤미 기자
(서울=뉴스1) 정윤미 기자 = 대지진 참사로 튀르키예(터키)와 함께 막대한 피해를 입은 시리아를 향해 국제사회 지원의 손길이 지속되는 가운데 7일(현지시간) 구호물자 및 기부금이 지진 피해자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할 거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해외 거주 시리아인들은 이날 바샤르 알아사드 정부의 정치적 균열이 지진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을 막고, 현 정부와 연결된 사람만 지원이 이뤄질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북서부 지진 피해 현장에서 활동 중인 시리아 자선단체 몰햄(Molham)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형성된 기부금이 알아사드 정부 통제 지역에 전달되지 않을 거라고 불만을 토로했다.
몰햄 공동 설립자 아테프 나노우아는 "우리팀은 정부통제 지역에서 일하는 것이 금지돼있다"며 "우리 단체에 협력하는 사람은 누구나 테러리스트로 간주된다"고 말했다.
나노우아는 "나는 지진 영향을 많이 받은 지역 중 하나인 자블라(Jableh) 마을 출신인데 우리 마을 주민들을 돕고 싶은데 정부는 오직 (정부) 연관 단체의 인도적 지원만을 허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약 160만유로(약 21억5782만원) 상당 기부금을 확보했으며 80%가량은 유럽, 미국, 호주 등에서 인스타그램을 통해 모금됐다.
일각에서는 기부금이 결국 정부 측으로 흘러 들어가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영국 런던에 거주하는 말라트 알주비(39)는 "해외 거주 시리아들은 알아사드 대통령 통제 속에 일하는 단체에 기부금을 보내는 것에 대해 확신을 갖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부금의 상당분은 결국 현 정부와 관련된 개인들이 좌지우지할 것이라고 했다.
아랍에미리트(UAE)의 알리 파투(36)는 "불행하게도 소셜미디어에서 댓글들을 보면 사람들은 한 정당에 기부하길 원하며 다른 도시들은 지원받을 자격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그들은 또 다른 정당과 연루돼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시리아는 2011년 내전 이래 시아파 알아사드 정부 통제 지역과 서방과 터키 지원을 받는 수니파 반군 점령 지역 그리고 2014년 자치정부를 선포한 북부 쿠르드족 지역으로 분열돼있다.
이번 지진 피해가 정부통제 지역과 반군 지역으로 양분되면서 정부와 반군 측 민방위 구조대 화이트헬멧은 각각 사망자수를 집계해 발표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특히 반군 지역에 대한 지원 방식을 두고 고심하고 있다.
AFP통신에 따르면 프랑스 국경없는의사회(MSF) 소속 라파엘 피티는 이들리브에 대한 지원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며 "지난 10년간 그랬던 것처럼 다마스쿠스를 통과하는 원조가 반군 지역에 도달할 수 있을지 매우 의심스럽다"고 밝혔다.
서북부에서 터키와 국경을 접하고 있는 이들리브는 반군의 최후 보루 지역이다. 내전 이래 시리아로 들어가는 인도적 지원 경로는 유엔의 특별 허가로 운영되는 이 지역의 바브 알-하와(Bab al-Hawa)가 유일하다.
다만 시리아 정부가 모든 구호품은 반드시 수도 다마스쿠스를 통해 인도돼야 한다는 방침을 고수하고 있어 반군 지역으로 지원이 차질을 빚고 있다.
앞서 바삼 삽바흐 주유엔 시리아 특사는 전날 모든 지원이 "시리아 내부에서" 전달돼야 한다며 "시리아를 돕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정부와 조율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안날레나 베어복 독일 외무부 장관은 이날 시리아 정부 편인 러시아에 북서부 국경을 통한 신속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협조를 촉구했다. 그는 "러시아를 포함한 모든 국제 행위자들은 희생자들에 대한 인도적 지원이 도달할 수 있도록 시리아 정권에 영향력을 행사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정부는 당분간 정부 지원을 받아 자국 내 활동하는 국제 비정부단체를 통해 시리아에 지원할 방침이다.
한편 현재까지 시리아 지진 사망자수는 정부·반군 발표를 더해 1602명으로 집계됐다. 터키 사망자수 3549명을 포함해 전체 사망자수는 5151명으로 파악됐다. 6일 새벽 터키 남부와 시리아 북서부에서 규모 7.8 강진이 발생한 이래 수색과 구조작업 계속되면서 사상자는 계속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younm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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