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토 군사위 출신 체코 대선 승리…獨·佛 정상 "만나자"
친서방파 정치신인 '대승'…"EU 협력·우크라 원조"
- 김성식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체코 대통령 선거에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군사위원회 의장을 지낸 페트르 파벨(61) 후보가 승리했다. 친서방 인사의 당선 소식에 유럽 지도자들은 일제히 축하 인사를 전했다.
28일(현지시간) AFP 통신에 따르면 체코 통계청은 이날 치러진 체코 대선 결선 투표에서 무소속 파벨 후보는 58.3%를 득표했지만 야당 긍정당(ANO) 대표인 안드레이 바비시(68) 후보는 41.7%에 그쳤다고 발표했다.
이례적으로 높은 투표율(70%)을 기록한 가운데 두 후보 간 득표율 격차는 16.6%포인트에 달했다. 정치 신인 파벨 후보와 전직 총리 출신 바비시 후보가 혼전 양상을 보일 거란 예상이 빗나간 것이다.
파벨 당선인은 국민 통합을 약속했다. 그는 "나를 찍지 않았지만 투표소로 향한 모든 유권자들에게 감사하다"며 "민주주의를 존중하고 국가에 대한 관심을 표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어 밀로시 제만 현 체코 대통령을 향해 국가 분열의 책임을 물은 뒤 자신이 이를 해결할 준비를 마쳤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변화의 길에 첫발을 내디딜 수 있게끔 도와달라"고 체코 국민에게 호소했다. 또한 정당 정치에서 벗어난 독자 행보를 예고했다.
경쟁자였던 바비시 후보는 대선 결과에 승복했다. 그는 파벨 당선인이 체코 국민 모두의 대통령이 되어 민생을 돌보고 체코의 국익을 위해 싸우길 바란다고 말했다.
파벨 당선인은 체코 내에서 강력한 친서방 인사로 분류된다. 유럽연합(EU)·나토와 협력을 강화하고 1년째 러시아의 침공을 겪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원조를 지속할 것을 공헌했다.
선거운동 기간 파벨 당선인은 자신의 웹사이트를 통해 EU와 나토에 대해 "이보다 더 좋은 대안은 없다"고 주장하며 "회원국으로서 모든 기회를 활용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제만 현 대통령이 친러 노선을 걸은 것과 대비된다.
장성 출신 파벨 당선인은 체코군 참모총장을 거쳐 2015년부터 3년간 나토 군사위원회 의장을 지냈다. 앞서 유고슬라비아 전쟁 기간 유엔 평화유지군 소속으로 세르비아 군대에 포위된 프랑스군 구출 작전을 성공적으로 지휘하면서 국제사회에 두각을 드러냈다.
당선인은 제만 대통령에 이어 오는 3월 제4대 체코 대통령으로 취임한다. 1993년 체코슬로바키아에서 분리 독립한 체코는 의원내각제 국가로 대통령은 상징적인 존재에 불과하다. 그러나 행정부 인사와 중앙은행 총재·헌법 재판관을 임명하고 국군 통수권자로서의 지위를 갖는다.
유럽의 정치 지도자들은 파벨 후보 당선 소식에 앞다퉈 축하의 메시지를 보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파벨 당선인이 그간 유럽 가치에 대한 강한 헌신을 보였다며 환영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안보·국방·외교에 있어 파벨 당선인이 쌓은 경험은 유럽의 우크라이나 연대를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귀중하다"고 평가했다.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은 양국 간 '밀착 공조'가 강화되길 기대한다며 파벨 당선인에게 하루속히 만나자고 제안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역시 트위터에 축하 인사를 적고 프랑스 방문을 요청했다.
인접국인 주자나 차푸토바 슬로바키아 대통령은 체코의 수도 프라하를 방문해 파벨 당선인에게 직접 꽃다발을 건넸다.
seongskim@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