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서방이 버린 아프간 특수부대에 손 내밀어…"우크라전 참전하라"
"월 1500달러 받고 가족들 위한 피난처 제공"
-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러시아가 서방에 의해 버려진 아프가니스탄 특수부대원들을 우크라이나 전쟁에 끌어들이려 한다고 영국 가디언과 AP통신 등이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전직 아프간 장성들의 증언에 따르면, 러시아군은 아프간의 전직 육군 특수부대원들을 '외국인 군단'으로 끌어들이려 월 1500달러를 지급하고 가족을 위한 피난처를 제공한다는 식으로 구애하고 있다.
앞서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도 익명의 아프간군과 안보 소식통을 인용해 아프간 특수부대 대원들이 러시아군에 가세해 우크라이나전에 참전하라는 제안을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아프간 특수부대원들은 미국을 비롯한 서방의 특수부대로부터 훈련과 교육을 받고 이슬람 극단주의 무장단체 탈레반과 싸웠다. 그러나 지난해 8월 미군 철수와 탈레반 집권 후 입지가 완전히 무너졌고 미국이나 이웃 국가로 대거 도피했다.
미군 참전용사들은 탈레반이 아직 자국 내에 머무는 전직 특수부대원들을 집집마다 찾아다니며 고문하거나 살해하는 등의 행위를 벌이고 있다고 전했다.
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탈레반이 이들의 사면을 약속했음에도 불구하고 집권 3개월만에 전직 아프간 군인, 정보 장교, 경찰이 살해되거나 강제 실종을 당했다고 보고했다.
전직 특수부대 장성 중 한명인 압둘 라오프 아르간디왈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아프간 특수부대원들은) 싸우러 가고 싶지 않을 테지만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아르간디왈은 한 전직 군인으로부터 "러시아에서 두 달 동안 군사 훈련을 받은 다음 전선으로 간다"는 내용의 문자를 받았다고 한다.
그는 러시아 용병단인 와그너그룹이 모집을 주도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탈레반 집권 전 아프간의 마지막 총사령관이었던 히바툴라 알리자이도 러시아에 거주하면서 러시아어를 할 줄 아는 전직 특수부대 지휘관의 도움을 받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와그너그룹 수장인 예브게니 프리고진의 대변인은 아프간의 전직 군인들을 모집한다는 의혹을 "미친 헛소리"라고 일축했다.
러시아의 제안을 받아들인 사례도 보고됐다. 이란에 있는 아프간 전직 특수부대원의 형은 "탈레반의 위협은 (러시아의 제안을) 거부하기 어렵게 만든다"면서 카불 함락 이후 탈레반이 가택을 수색하는 동안 남동생이 친척 집을 오가며 숨어다녀야 했다고 토로했다.
탈레반의 추적 위협이 두려워 성을 밝히길 거부한 무라드라는 남성은 가디언 인터뷰에서 "(전직 특수부대원인) 내 동생이 그 제안을 받아들이는 것 외에는 선택지가 없었다"며 "쉬운 결정은 아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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