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집행위, 가스 선물시장에 '가격 상한제' 도입 제안

가스 저장량 15% 공동구매 및 에너지 취약층에 56조 지원 제안

벨기에 수도 브뤼셀에 위치한 유럽연합(EU) 본부 앞 깃발이 바람에 펄럭이고 있다. 22.09.28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18일(현지시간) 천연가스 선물시장에 한시적인 가격 상한을 둘 것을 제안했다.

이날 로이터통신과 유로뉴스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는 유럽 가스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Title Transfer Facility) 선물시장에 대해 가스 가격 상한 및 하한선을 두는 것을 골자로 한 에너지 가격 급등을 억제하기 위한 대책을 EU 회원국에 제안했다.

EU 집행위가 가스 가격 상한제를 제안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EU 집행위는 "이 대책은 '최후의 수단'"이라며 "유럽 내 가스 수요를 증가시키지 않는 것을 포함하는 등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EU는 그간 가스 가격 상한제에 회의적인 태도를 보여왔다. 회원국 내 가스 저장량에 차이가 있기 때문에 가스 상한제를 도입할 경우 높은 입찰가를 내세워 가스를 매입하는 등 가스가 시급하게 필요한 지역에서 가스 확보를 위해 손쓸 방법이 없어진다는 이유에서다.

이와 함께 EU 집행위는 내년 3월 말까지 가스 가격의 새로운 지표를 마련할 것을 지시하는 방안도 제안했다.

유럽 천연가스 선물가격은 영국의 NBP(Natural Balancing Point)와 네덜란드의 TTF의 선물 가격에 의해 결정된다. 그러나 러시아 가스 공급이 급감하면서 TTF 가격은 극도로 불안정하고, 다른 지역의 가스 가격보다 비싸졌다.

앞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EU가 에너지 가격 상한에 대해 논의하고 있고, 가스 가격이 급등한 네덜란드 TTF 가스선물가격보다 더 대표적인 벤치마크 가격을 설정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이 밖에도 EU 집행위의 제안에는 회원국 간 가스 공동구매도 포함됐다. 내년 봄부터 각국이 가스 저장고를 채우기 위해 공격적으로 가스 구매에 나설 것을 대비해 가스 저장고의 최소 15%를 공동구매로 채우자는 구상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기자들에게 "유럽의 에너지 수요가 매우 크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회원국과 에너지 회사가 서로 높은 입찰가를 제시하는 대신 공동구매를 활용하는 것이 논리적"이라고 밝혔다.

또 집행위는 높은 에너지 가격으로 타격을 입은 시민과 기업을 돕기 위해 EU 예산에서 400억 유로(약 56조)에 달하는 미사용 자금을 전용할 것도 제안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EU 회원국들이 이번 대책에 동의하는 즉시 우리는 이를 구체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EU 집행위의 제안은 오는 20~21일 열리는 EU 정상회의에서 논의될 예정이다. 다만 독일과 네덜란드 등이 가스 가격 상한제를 거부하고 있어 회원국들이 이번 제안에 동의할지는 미지수다.

한 EU 고위 관리는 "우리는 이에 대해 논의하고 유럽 차원에서 실현 가능성을 모색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도 "이러한 메커니즘이 EU 전역으로 확장되기 전에 많은 열린 질문과 과제가 산적해 있다"고 유락티브(EURACTIV)에 전했다.

yeseul@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