덴마크·스웨덴·폴란드 "해저 가스관 누출, 파괴공작 가능성"(종합)

독일·노르웨이도 사고 원인으로 사보타주 지목
"노르트스트림 재가동 가능성 1%에서 0%로 떨어져"

27일(현지시간) 덴마크 보른홀름 인근에서 덴마크 F-16 전투기가 포착한 노르트스트림 2 가스관 누출 현장. 2022.09.27/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김민수 기자 = 덴마크와 스웨덴은 최근 발트해를 지나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1·2에서 연이어 발생한 누출 사고가 사보타주, 즉 비밀 파괴 공작의 결과일 수 있다고 밝혔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메테 프레데릭센 덴마크 총리는 27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아직 결론을 내리기엔 너무 이르지만 이는 매우 특이한 상황"이라며 "누출이 세 번 발생했기 때문에 우발적인 사고라고는 보기 어렵다"고 말했다.

프레데릭센 총리는 "당국의 분명한 의견은 사고가 고의적인 행동으로 발생했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독일 관리들 또한 두 가스관의 갑작스러운 압력 손실이 표적 공격의 결과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러시아의 개입을 배제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독일은 덴마크와 스웨덴이 실시한 조사에는 관여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폴란드도 사보타주 의혹 제기에 합세했다. 마테우시 모라비에츠키 폴란드 총리는 "우리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자세히는 모르지만, 우리는 우크라이나 사태가 격화하는 것과 관련한 사보타주의 가능성을 명확히 목격하고 있다"고 발언했다.

27일(현지시간)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왼쪽부터 안 린데 스웨덴 외무장관,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총리, 피터 훌트크비스트 국방장관이 전날(26일) 발트해에서 발생한 노르트스트림 가스누출 사고 관련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노르트스트림은 발트해 해저를 통해 독일과 러시아를 직접 잇는 해저 가스관으로 스웨덴, 덴마크 등의 경제수역을 경유한다. ⓒ 로이터=뉴스1 ⓒ News1 김성식 기자

댄 요르겐센 덴마크 기후장관도 현재 가스관이 가동 중은 아니지만 누출이 최소 일주일은 지속될 것으로 예상했다.

마그달레나 안데르손 스웨덴 총리도 기자회견에서 "덴마크와의 접촉에서도 정보를 입수했으며 이를 토대로 이번 사고가 의도적인 행동으로 인한 것일 가능성이 높다"며 "아마도 사보타주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스웨덴이나 덴마크 영토에 대한 공격 차원의 문제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이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현재 안보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스웨덴 국립지진센터는 가스 누출 지역에서 강력한 폭발을 두 차례 감지했다고 발표했다. 지진 전문가인 비외른 룬드는 스웨덴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폭발이었다는 데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다.

테르예 아슬란드 노르웨이 석유에너지부 장관은 가스관 누출이 사보타주처럼 보였기 때문에 안보에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안데르손 총리는 이번 사고에 대해 스웨덴 정부가 덴마크와 독일을 비롯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파트너들과 긴밀히 접촉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스웨덴은 이날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에서 2건의 누출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전날에 덴마크는 노르트스트림2에서 누출이 발생했다고 보고했다.

ⓒ News1 최수아 디자이너

노르트스트림은 발트해를 통해 독일과 러시아를 직접 잇는 해저 가스관이다. 노르트스트림1이 2012년 10월 운영을 시작했으며, 이어 노르트스트림2가 지난해 준공됐지만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제재로 승인 중단됐다.

특히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대러 제재에 대응하기 위해 러시아가 노르트스트림1 가스관 가동을 중단하면서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점차 심화되고 있다.

러시아측은 가스관 누출 원인이 사보타주일 가능성과 관련해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의혹을 부정하지는 않고 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렘린궁 대변인은 "가스관이 어떻게든 손상됐다는 점은 분명하다"며 "조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그 원인이 무엇이었는지는 어떤 것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누출로 인해 에너지 시장의 불확실성이 증가했다고 보고 있다. 제임스 헉스텝 에스앤피글로벌 애널리스트는 "올해 말까지 노르트스트림1 가동이 재개될 확률이 1%에서 0%로 떨어졌다"며 "우크라이나를 통과하는 남은 가스관을 통한 공급도 올해 더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pasta@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