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탈출 러시'에 EU 국경 개방 할까…"공동 입장 확립할 것"
발트 3국·폴란드·체코 등 국경 걸어잠궈…獨, 망명에 호의적
- 김예슬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부분 군대 동원령 발표에 국외로 망명하려는 러시아인들이 급증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이 러시아 망명인들에게 국경을 개방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22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자국을 떠나려는 러시아인의 입국 요청에 대해 EU 차원에서 공동 입장을 확립해야 한다고 밝혔다.
피터 스타노 EU 집행위 대변인은 "유럽연합으로서 우리는 원칙적으로 (푸틴) 정권이 하는 일에 반대하는 용기를 가진 러시아 시민들과 연대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연대를 보여주면서 회원국들의 안전을 보장하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EU집행위는 회원국들이 기본권과 각국의 망명 절차 법률을 고려해 사례별로 입국을 허용해야 한다는 방침이다. 또 다른 집행위 대변인은 "전례 없는 상황을 감안할 때 회원국들은 사례별로 입국을 검토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푸틴 대통령의 군대 동원령이 발동된 지 이틀 만에 징집을 피하고자 이웃 국가로 탈출하려는 러시아 국민들로 국경은 마비된 상태다. 핀란드로 가는 검문소에서는 자동차 행렬이 500미터(m)에 이르렀으며, 튀르키예, 아르메니아 등으로 가는 항공편은 모두 팔렸다.
문제는 아직 EU 회원국들의 입장이 제각각이라는 점이다.
러시아와 국경을 접한 발트 3국(라트비아, 리투아니아, 에스토니아)은 지난 19일 자정부터 러시아 국적을 가진 관광객의 입국을 금지했는데, 동원령이 발표된 이후에도 이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징집을 피하려는 것이 망명의 적절한 사유가 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다.
로리 라네메츠 에스토니아 내무부 장관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러시아 시민의 공동책임"이라며 "도망친 사람들을 수용하는 것은 러시아를 겨냥한 EU의 제재를 위반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르마스 레인살루 에스토니아 외교부 장관도 "러시아에서 시민의 의무를 다하지 않으려는 것이 다른 나라에서 망명 허가를 받을 충분한 근거가 되지는 않는다"고 강조했다.
에드가르스 린케비치 라트비아 외무장관은 "라트비아는 동원을 피하는 러시아 시민에게 인도주의적 또는 다른 유형의 비자를 발급하지 않을 것"이라며 "보안상의 이유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아르비다스 아누사우스카스 리투아니아 국방부 장관 역시 "군 징집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앞서 체코는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이튿날인 지난 2월25일 러시아인에 대한 비자 발급을 즉각 중단했다. 폴란드 역시 전쟁 초반 러시아 관광객 비자 발급을 중단한 바 있다.
다만 이들 국가는 솅겐 조약이 EU 내 자유로운 통행을 허용하는 만큼 솅겐 조약 가입국들이 모두 러시아 관광객의 입국을 막아야 효과가 있다는 입장이다.
반면 독일은 러시아인의 망명에 호의적이다. 낸시 팬저 독일 내무장관은 프랑크푸르터알게마이네차이퉁(FAZ)과의 인터뷰에서 "푸틴 정권에 용감하게 대항해 큰 위험에 처한 이는 독일에서 정치적 박해를 이유로 망명 신청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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