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에너지 전쟁…EU 수장 "푸틴이 지고 유럽이 이길 것"

"앞으로 수개월간 가계·기업 모두 힘든 시간 올 것…그렇지만 대러 제재 철회할 계획 없어"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유럽의회를 상대로 연설, 집행위의 에너지 특단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2. 9. 14.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이어 유럽이 치르는 '에너지 전쟁'과 관련해 14일(현지시간)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결연한 승전 의지를 밝혔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으로 우크라이나 전쟁이 발발한 이래 서방의 대(對)러시아 제재와 이에 대한 러측 반발로 초래된 유럽 '에너지 전쟁'도 가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집행위에 따르면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유럽의회 연설 중 "분명히 말씀드리건대, 우리는 제재를 철회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자국 경제 손해와 장기적인 위험을 감수해가며 대유럽 가스 공급을 끊은 건 고통을 가해 유럽의 대러 제재를 굴복시키고 서방의 단일대오를 흩트려놓겠다는 것인데, 이에 말려들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제는 유화정책이 아닌, 결연함을 유지할 때"라며 "푸틴이 멈추지 않을 것이라던 경고의 외침을 EU가 새겨들어야 할 때"라고 말했다.

당장 유럽이 올겨울 맞닥뜨릴 시련에 대해서도 덤덤히 인정했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앞으로 수개월간 쉽지 않을 것이다. 가계도, 기업도 곤란을 겪을 것"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전쟁에 맞서는 이유에 대해 "분명히 해야 할 건 이 전쟁에 많은 게 걸렸다는 것"이라며 "우크라이나뿐만 아니라 유럽 전역과 전 세계가 걸렸다"고 했다.

그는 "이건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전쟁만이 아니라, 에너지와 정치적인 수준까지 확대되는 것"이면서 "이는 우리의 에너지를 상대로 한 전쟁이고, (…) 전체주의가 민주주의를 상대로 벌인 전쟁"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늘 여기서 분명히 말씀 드리겠다"며 "푸틴은 실패하고 유럽이 승리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이 14일(현지시간) 프랑스 스트라스부르크에서 유럽의회를 상대로 연설, 집행위의 에너지 특단 대책을 설명하고 있다. 2022. 9. 14.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유럽의 에너지 위기는 결국 높은 대러 의존도에서 비롯됐다. EU 통계청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2020년 기준 EU는 천연가스의 41.1%, 석유 36.5%를 러시아산 수입분에 의존해왔다.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에 따르면 현재 EU가 러시아 가스관에서 공급받는 탄화수소는 9%에 불과하다.

이에 폰데어라이엔 위원장은 이날 치솟는 전기·가스료 부담을 경감하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제안했다.

석유·가스 등 화석연료 가격 상승으로 초과이익을 누리는 에너지 기업에 이른바 '횡재세'를 부과해 수익을 제한하고, 재생에너지와 원자력, 갈탄발전 등 기업에도 '연대세'를 신설하는 등의 방법으로 1400억 유로(약 195조 원)를 조달, 이렇게 마련한 재원으로 가계의 에너지 요금 부담을 완화한다는 구상이다.

아울러 각국의 전기 사용을 10% 절약하고, 장기적으로 발전 부문 사용 전력을 재생에너지와 원자력으로 충당토록 유도해 러산 가스 의존도를 낮춘다는 방침이다. 오는 30일 브뤼셀에서 열릴 에너지 장관 회의에서 승인한다는 목표로 당장 지금 시점부터 협상이 개시됐지만, 타결 가능성은 현재로선 미지수다.

특히 헝가리 등 일부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가 좋은 국가는 EU의 이 같은 입장에 반대를 표명할 때가 많은데, 이 같은 분열로 지난주 EU 에너지 장관회의에서 합의를 추진한 러산 가스 가격 상한제는 좌절된 바 있다.

파티 비롤 국제에너지기구(IEA) 사무총장은 "이번 겨울은 유럽의 연대에 역사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집단안보조약기구(CSTO) 이사회 회의에 참석하고 있는 모습. 2022.09.13/뉴스1 ⓒ 로이터=뉴스1 ⓒ News1 김민수 기자

sabi@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