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러시아 가스 가격상한제 놓고 또 분열…"지지 별로 못 받아"

"아예 모든 수입 가스에 가격 상한선 두자" 제안 나와

카드리 심슨 유럽연합(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이 9일 벨기에 브뤼셀 본부에서 열린 EU 에너지 장관 긴급회의에 참석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강민경 기자

(서울=뉴스1) 강민경 기자 = 유럽연합(EU)이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가격 상한선을 두는 방안을 놓고 또 분열했다. 일부 국가들이 러시아산 가스가 완전히 끊길 것을 우려하면서 합의가 도출되지 못한 것이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EU 회원국 에너지부처 장관들은 9일(현지시간) 벨기에 브뤼셀에서 긴급회의를 열고 에너지 문제를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가격 상한을 두자는 제안이 논의됐지만, 장관들 사이에서 폭넓은 지지를 받지는 못했다고 로이터가 두 명의 외교관을 인용해 전했다.

한 외교관은 "가스 가격 상한제를 놓고 큰 논쟁이 있었다"며 "가스 가격을 낮추는 데 도움이 되면서도, 동시에 유럽에 대한 가스 공급을 위태롭게하지 않을 제안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러시아산 유가 상한제에 참여하는 국가에 가스와 석유를 공급하지 않겠다고 경고했고, 이에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러시아산 가스에 가격 상한을 두는 방안을 제안하겠다고 예고했다.

하지만 러시아산 가스를 공급받는 일부 국가들은 가격 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그 공급량마저 끊길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은 입장이다.

페테르 시야르토 헝가리 외무장관은 "러시아산 가스에만 가격 제한이 가해진다면, 러시아산 가스 공급이 즉각 중단될 것이 분명하다"고 우려했다.

이 때문에 가격 상한제를 시행한다면 러시아산뿐 아니라 유럽에 들어오는 모든 천연가스에 가격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로베르토 친골라니 이탈리아 생태전환부 장관은 EU 회원국 가운데 15개국은 모든 수입 가스에 대한 가격 상한제에 찬성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네덜란드를 포함한 국가들은 이런 가격 상한제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한스 비즐블리프 네덜란드 추출산업부 장관은 "광범위한 가스 가격 상한제에 폭넓은 지지가 있었다고는 볼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EU 집행위는 유럽이 가스 가격 상한제를 시행할 경우 가스 수출국들이 유럽 공급을 중단하고 대신 다른 지역으로 눈을 돌릴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카드리 심슨 EU 에너지담당 집행위원은 "우리는 공급 상황의 안보를 위태롭게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장조사업체 레피니티브에 따르면, 유럽으로 가는 3개의 주요 경로를 통한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은 지난 12개월 동안 거의 90% 가까이 감소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서방의 제재로 인해 기술적인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며 공급 감축을 정당화하고 있다.

한편 EU 에너지 장관들은 이날 회의에서 비(非) 가스 에너지 생산업체의 수익을 제한하고, 전력회사들의 도산을 막기 위해 긴급 자금을 수혈하는 방안에 합의했다.

EU는 이른바 '횡재세' 부과를 계획하고 있다. 아직 방안은 구체화되지 않았지만, 가스값 폭등으로 전력값이 올라 더 비싼 값에 에너지를 팔수 있게 된 풍력발전소와 원자력발전소, 석탄화력 발전소의 초과 수입을 걷어 그 돈으로 소비자들의 부담을 줄이는 데 쓰자는 게 골자다.

요제프 시켈라 체코 산업부 장관은 EU 에너지 장관들이 이달 말 다시 긴급회의를 열고 최종 계획을 협상하고 승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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