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서방 '제한된' 핵 무력 충돌 가능성"-우크라軍 총사령관

군 출신 미하일로 자브로드스키 의원과 공동 기고
크림반도 공격 첫 인정…전쟁 내년까지 장기화 전망

우크라이나 자포리자 에네르호다르에 위치한 민족시인 타라스 쉐브첸코 석상 뒤로 러시아군이 점령 중인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건물 꼭대기에 러시아 국기가 나부끼는 모습. 2022. 8. 23.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와 서방 간 핵 충돌로 인한 3차 대전 가능성을 우려하는 우크라이나군 총사령관의 기고문이 발표돼 주목된다.

군 총사령관이 공개적으로 이런 경고를 하는 것 자체가 흔치 않은 데다, 전황 전망에 있어 그간 우크라이나 다른 정치인들의 발표와는 대조적인 부분도 눈에 띈다.

7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은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과 미하일로 자브로드스키 의원이 국영통신 우크르인폼에 게재한 공동 기고문을 소개하고 이같이 전했다.

자브로드스키 의원 역시 러시아 사관학교와 미국 사관학교에서 수학, 우크라이나 공수군 사령관을 지낸 군 출신 인사다. 소속 정당은 페트로 포로셴코 전 대통령이 창당한 유럽연대다.

잘루즈니 총사령관과 자브로드스키 의원은 기고문에서 핵 충돌 우려와 함께, 크림반도 공격 주체가 우크라이나임을 인정하고, 이번 전쟁이 해를 넘길 것이란 전망을 내놨다.

발레리 잘루즈니 우크라이나 군 총사령관. 2021. 10. 19.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러, 전술핵 사용 우려: 기고문은 우선 "특정 상황에서 러시아군이 전술핵무기를 사용할 직접적인 위협이 있다"고 경고했다.

러시아가 자포리자 원자력발전소를 점령한 뒤 군사기지로 사용하는 모습 자체가 아무리 재래식 전쟁에서라도 글로벌 핵 세이프가드는 개의치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제한된' 핵 충돌에 강대국들이 직접 개입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며 "이 경우 3차 대전 전망은 이미 직접적으로 가시화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9일(현지시간) 우크라이나 남부 크림반도(크름반도) 노보페도리브카 소재 러시아 공군기지에서 폭발이 발생해 연기가 피어오르고 있다. 2022.08.09 ⓒ 로이터=뉴스1 ⓒ News1 정윤미 기자

◇크림반도 공격 첫 인정: 기고문에는 특히 지난달 크림반도 러시아군 공군기지를 향해 몇 차례 이뤄진 공격 주체가 우크라이나임을 인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우크라이나 군은 물론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적으로 이 사실을 밝힌 건 이번이 처음이다.

기고문은 "적의 크림 공군기지를 상대로 한 일련의 성공적인 로켓 공격을 말하자면, 우선 사키 비행장"이라며 "8월 9일 사키 공습으로 러시아 전투기 10대가 실전 중지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의 무게 중심을 이동시키기 위한 전략의 일부였다"고 했다.

다만 당시 공격에 사용된 무기가 비유도 로켓인지 미사일인지는 특정하지 않았다.

사키 비행장 등 당시 공격받은 크림반도 내 공군 기지와 탄약고는 그간 우크라이나의 사정권 밖으로 여겨지던 곳에 위치해 있었다.

우크라이나가 전선에서 최소 200㎞ 떨어진 사키 비행장을 타격할 만큼 충분한 사거리를 가진 무기 체계를 보유하고 있는지는 공개적으로 알려진 바 없다.

크림반도는 러시아가 2014년 무력 점령한 상태에서 주민투표를 열어 불법 병합해간 지역이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무기를 지원해주면서 그 사용 범위를 '우크라이나 영토 내'로만 한정했는데, 크림의 경우 러시아가 아닌 우크라이나 영토로 보고 공격을 허용해줬다고 미 폴리티코는 보도한 바 있다.

미하일로 자브로드스키 유럽연대 의원의 공수군 총사령관 시절 모습. 우크라이나 뉴스통신사 우니안(UNIAN) 보도 내용 갈무리.

◇올해 평화는 없다: 기고문은 "전쟁의 기간은 이미 수개월로 측정됐고, 이 기간이 2022년을 넘어 확장될 것이라고 믿을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도 했다.

또한 우크라이나가 동부 돈바스 주요 전선인 도네츠크 바흐무트와 하르키우 이지움 쪽에서 '매우 불리한' 위치에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이는 그간 우크라이나 정치인들이 내놓은 다소 과장되거나 낙관적인 전황 및 전망과는 배치되는 것이다.

2022년 9월 6일 기준 우크라이나 전황. 미 전쟁연구소(ISW).

◇서방 무기가 방어 근간…사거리 균형 필요: 내년까지 이어질 전쟁에서 우크라이나 측 방어의 근간은 다른 나라에서 제공한 무기가 될 것이라고 기고문은 강조했다.

기고문은 "2023년에도 우크라이나 저항의 물질적 기반은 파트너 국가들로부터 받는 상당량의 군사 원조일 것"이라고 했다.

또 우크라이나가 전세를 역전시키려면 러시아 무기의 공격 범위(사거리)와 일치시킬 필요가 있다고 했다.

기고문은 "목표물까지 엄청난 거리가 있지만, 러시아군과 다른 점령지를 향해 보다 날카롭고 더 가시적인 전쟁을 만들어야 한다"고 했다.

이어 "전략적 상황의 중대한 변화를 위한 유일한 길은 의심의 여지 없이 우크라이나군이 연속적 또는 동시적으로 반격하는 것"이라고 재차 강조했다.

<자료 사진> 미국의 고속기동포병로켓시스템(HIMARS·하이마스) ⓒ AFP=뉴스1 ⓒ News1 김예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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