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탈리아 총선 유력주자 멜로니 "EU·세계화·코로나방역·이민자 4反"
한 달 남은 이탈리아 총선…'극우' 멜로니, 선거운동 개시 "이탈리아인 우선주의"
정치·경제위기 속 '우파연합' 재집권 전망…논란의 '베를루스코니 시절' 재현 조짐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내달 25일 실시되는 이탈리아 총선 투표를 한 달여 앞두고 '반(反) 유럽연합(EU)·세계화·코로나 방역·외국인 이주'를 내세운 극우 성향 후보의 당선이 유력해 주목된다.
23일(현지시간) AFP 통신은 극우 진영 후보인 조르자 멜로니(45) 이탈리아형제당 대표가 수천 명 군중의 환호 속 공식 선거운동을 개시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선거는 지난해 극심한 정치·경제위기 속 등판한 마리오 드라기 총리가 두 달 전 사임을 발표한 데 따라 실시되는 것이다. 남유럽 재정위기 때 유럽중앙은행(ECB) 총재로 위기를 무난하게 관리했다는 평을 받은 드라기를 '슈퍼 마리오'로 내세워 출범시킨 중립 거국 내각이 1년 만에 무너진 것이다.
이탈리아의 정치체제는 의원내각제로, 총선 결과 다수당(보통 연립정당) 대표가 정부 수반이 된다.
혼란의 시기 으레 그렇듯 극우 정당이 득세, 멜로니 대표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다. 미디어 재벌 출신 총리로 정경·권언 유착 논란을 일으켰던 실비오 베를루스코니(2008~2011)의 연정 '우파연합'이 다시 힘을 얻고 있는 것이다.
우파연합 소속 정당 이탈리아형제는 극우 성향으로, 2018년 총선 때는 4%를 간신히 넘는 저조한 득표율을 보였지만, 이번 선거를 앞두고는 여론조사에서 24% 지지율을 꾸준히 확보하고 있다.
멜로니 대표는 이날 중부 항구도시 앙코나에서 대중연설을 하는 것으로 공식 선거운동을 시작했다. 그간 소셜미디어로만 선거운동을 해왔는데, 본격적으로 대중 유세를 개시한 것이다.
그가 지지자들을 향해 "나는 준비됐다. 문제는 당신이 준비됐냐는 것"이라고 외치자, 수천 명의 군중으로부터 "네"라는 대답과 함께 연신 "조르자, 조르자"라는 구호가 터져나왔다고 AFP는 전했다.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의 히틀러' 무솔리니의 지도 이념 파시즘을 계승한 '포스트 파시스트 운동'의 핵심 세력으로 정치 활동을 시작했다. 2019년에는 파시스트 통치기 시작인 '로마 행진(1922)' 기념 만찬에 참석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최근에는 당과 거리를 좀 두면서 이미지를 관리, 국가적 자부심 회복을 기치로 자칭 '기독교의 어머니'를 내걸어 지지자들을 결집해왔지만 그의 연설 중 묻어나는 '신념'은 숨길 수 없다.
이날 1시간 가량 진행된 연설에서도 멜로니 대표는 "이 나라를 '억압'하는 권력 체계로부터 '해방'시킬 것"이라며 '반(反) 유럽연합(EU)·세계화·코로나 방역·외국인 이주'를 제시했다.
그의 당선 시 EU의 기조에서 이탈리아가 한 걸음 멀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특히 멜로니 대표는 '이탈리아인 우선주의'를 내세워 북아프리카에서 지중해를 건너 오는 아프리카 이민자들을 막는 강경 우파 프로그램을 옹호해왔다.
난민을 두 분류로 갈라치기, 경제적 목적의 이민자들은 국내 노동자 임금만 낮출 뿐이라며 비난하고, 이들은 우크라이나 출신 등 전쟁이나 폭력을 피해 도망치는 난민과는 다르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을 강화하기 위해 북부 도시 피아첸차에서 한 외국인 망명 신청자가 우크라이나 난민 여성을 성폭행한 영상을 웹사이트에 올리는 기이한 행보도 서슴지 않고 있다.
그럼에도 멜로니를 지지하는 유권자들은 그가 솔직해서, 첫 여성 총리가 될 것이라서 표를 주겠다고 말했다.
AFP에 따르면 이날 유세 현장에 모인 군중 가운데 50대 노동자 파올로 베라르디는 "그는 솔직하고 좋은 사람이며, 미래에 대한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어 좋아한다"고 말했다.
60대 도라는 "마침내 탄생할 여성 총리인 데다, 정치인처럼 말하지 않아 인간미가 있다"고 호평했다.
우파연합은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가 그의 정당 '포르차(전진 이탈리아)'를 중심축으로 1994년 구성했다.
이번 총선에는 멜로니의 △이탈리아형제당(FdI)을 주축으로, △포르차 △레가 △어스 모더레이츠(Us Moderates) 4개 정당이 힘을 합쳤다.
이들 각 정당의 대표 이념은 (순서대로) △국수주의 △자유보수 △우파 포퓰리즘 △기독민주주의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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