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One] 가거라, 너꿈이여, 너는 금빛이구나
괴테도 쉬고 간 호수 천국의 나라, 스위스
(그뤼에르=뉴스1) 신정숙 통신원 = "신선한 양분, 새 혈액을자유로운 세계로부터 나는 빨아마신다.나를 그 가슴에 보듬는 자연은얼마나 부드럽고 얼마나 선량한가!파도는 노의 박자에 따라우리의 작은 배를 밀어올리고,구름 낀 하늘에 닿아있는 산은우리들의 항로와 만난다.
눈, 내 눈이여, 너는 무엇을 내려보는가?금빛 꿈들이여, 너희들은 다시 떠오르는가?가거라, 너 꿈이여. 너는 금빛이구나.여기에도 사랑과 삶은 있도다.파도 위에서 떠도는수천 개 별들의 빛.뽀얀 안개는 빙빙주욱 뻗어있는 환경을 삼켜버리고아침 바람이그늘 덮인 만을 감싸며 부네,그리고 호수 물 위엔성숙한 열매가 비추고 있다."
1775년 여름 괴테가 스위스 여행을 왔을 때 취리히 호수에서 쓴 시 <호수 위에서> 다. 자신이 살던 곳에서의 복잡한 일을 모두 잊어버리고, 자연의 넓은 공간 속에서 지친 심신을 달래기 위해 썼다고 한다. 요란한 파도도 없고 잔잔한 물결이 일렁이는 호수를 바라보며 생각을 멈추고 비울 수 있는, 요즘 흔히 말하는 물멍을 그 시절 괴테도 했던 것 같다.
스위스는 물이 풍부한 나라다. 호수와 강은 표면적의 약 4%(2021년 스위스 정부 발표)를 차지하고, 약 61,000 km의 강과 시내, 약 1,500개의 호수가 있다. 이런 스위스는 유럽 담수 매장량의 6%를 보유하고 있으며 론강, 라인강 및 인강의 상류를 차지하고 있다.
1,500여 개의 호수 가운데 가장 큰 호수는 제네바 호수(또는 레만 호수, 면적583k㎡, 프랑스와 공유)와 콘스탄스 호수(또는 보덴 호수, 면적536k㎡, 독일과 오스트리아와 공유)다. 많은 수의 호수와 강 덕분에 유럽 대륙의 중심부에 있는 거대한 저수지, '유럽의 급수탑' 으로도 불린다. 이 매장량은 풍부한 빗물, 샘물, 눈과 빙하가 녹은 물이며, 스위스의 호수와 강은 모양과 크기가 다양하며 수질이 좋아서 거의 대부분의 곳에서 수영을 할 수 있다.
여름에 스위스를 방문한 사람들이라면 강물과 함께 내려오는 사람들을 봤을 것이다. 이들은 신발과 갈아입을 옷을 넣은 방수백을 들고 강물로 또는 호수로 뛰어든다. 자전거를 타고 땀을 식히기 위해, 사무실에서 하루의 일과를 끝내고 강과 호수로 달려가기도 한다. 물론 날씨가 좋아야 한다는 건 필수다.
산 위에 빙하가 녹아 만들어진 호수들도 수없이 많은 스위스, 그 가운데 유명 관광지인 체르마트의 다섯 개의 호수 산행길은 마테호른의 멋진 모습을 볼 수 있는 코스다. 이 호수 가운데 스텔리제(Stellisee)에서 마테호른을 가장 잘 볼 수 있고 특히 호수에 반사된 산의 일출과 일몰 모습은 탄성을 자아낸다.
여름이 되면 스위스 사람들은 바다가 있는 가까운 이웃 나라로 피서를 가기도 하지만 날씨가 좋은 시기이기 때문에 스위스 내에서 휴가를 즐기는 사람들도 많다. 이들은 산을 비롯해 호수를 찾아 물놀이를 즐긴다. 호수는 관할지역마다 시민들이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주차장과 호수 주변을 잘 정비해 놓았다. 호수 주변에 바로 수영장이 있는 곳도 있고, 해변과 공원을 만들어 놓아 남녀노소가 함께 이용할 수 있도록 돼 있다. 호수옆의 공간 확장은 자연과 잘 어울리게 조성되었는데 브베의 레만 호수변 우드테크 비치는 뜨거운 올여름을 보내는 시민들을 위한 멋진 선물이 아닌가 싶다.
물에서 할 수 있는 다양한 액티비티도 해마다 개발되고 있고 최근 몇 년 사이엔 스탠드업 패들 (SUP, Standup Paddle)를 즐기는 사람이 급격하게 늘었다. 특히, 아이들도 쉽게 할 수 있어서 가족과 함께 할 수 있는 대표적인 여름 액티비티 중의 하나이기도 하고 패들을 타고 요가를 하기도 한다.
이외 호수에서 즐기는 스포츠는 요트, 윈드서핑, 카약이 있는데 요트는 개인 소유가 많아 일반인들이 쉽게 접할 수 없지만, 윈드서핑과 카약은 호수 주변에 대여하는 하는 곳들이 있어 어렵지 않게 해볼 수 있다. 한편 호수 한 편에는 작은 배를 타고 낚시하는 이들도 있어 던져놓은 낚싯줄에 걸리지 않도록 조심해야 한다.
짠 바닷물은 아니지만 풍부한 호수 덕에 스위스에서는 스쿠버 다이빙도 할 수 있다. 일년 내내 다이빙이 가능한데 겨울에도 장비만 잘 갖추면 할 수 있다. 제네바 호수에는 수면 아래에서 벽 다이빙과 담수 풍경을 제대로 볼 수 있고, 난파선 다이빙도 할 수 있다. 취리히 호수는 호숫가에서 스쿠버 장소로 안성맞춤인 곳으로 바로 이동할 수도 있고 높은 산이 있는 주변의 경관과 빙하가 녹아 흘러 만들어져서 물이 맑아 시야 확보가 탁월하다고 한다.
천연 호수가 아닌 인공호수 즉, 댐용 호수에서도 다양한 물놀이를 즐기지만 주기능은 전력 생산이다. 스위스에서 생산되는 전력의 약 56%가 수력 발전에서 나올 정도로 그 비중도 크다. 전력의 2분의 3은 우리 (Uri), 그리종 (Grison), 티치노(Ticino), 발레 (Valais) 주의 산악 지역에서 생산, 국가의 주요 재생 에너지원이다. 하지만 올해처럼 가뭄이 지속된다면 '유럽의 급수탑'인 스위스도 위태로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직 물 사용에 대한 별다른 조치는 없지만 올여름 산으로 간 소들에게는 식수가 부족해서 헬리콥터로 급수해야 했고, 소들이 먹을 풀들도 심하게 말라버려 예년보다 일찍 산에서 내려와야 한다고 한다.
아름다운 호수와 강. 마을 또는 도시 곳곳에 있는 분수대의 식수. 목마른 사람들에게 물 한 잔도 선듯 내주는 넉넉한 물인심. 아직 스위스는 이런 곳이다. 별 일 없다면, 좀 더 자연을 의식하며 살아갈 수 있다면 지금의 스위스가 앞으로도 이렇게 계속 남아있길 이 뜨거운 여름에 더 간절히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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