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우크라 침공 6개월…유럽 가스 가격도 천정부지로 치솟아
푸틴 vs. 유럽 '에너지 전쟁'…가격 1년새 26→280유로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산 천연가스에 의존해온 유럽 국가들도 '에너지 전쟁'에 휘말린 가운데, 유럽 지역 가스 가격이 6개월래 최고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쟁을 멈추기 위해 시작한 서방의 대러 제재와 이에 따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반격으로 유럽과 러시아의 '에너지 전쟁'도 가열하는 양상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6개월을 이틀 앞둔 22일(현지시간) 런던ICE 거래소에서 '네덜란드 TTF 가스 9월물 선물'은 전날보다 14% 증가한 메가와트시(MWh)당 280유로를 기록하고 있다.
특히 이날 장중 한때 가격은 295유로까지 치솟았는데, 1년 전인 작년 8월 23일 가격이 26유로였다는 점을 감안하면 상승률이 상당하다.
유럽 가스가격 벤치마크인 네덜란드 TTF 선물이 200유로에 근접한 건 올해 3월 7일(199유로) 이후 처음이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이던 3월 7일은 알렉산드르 노박 러시아 부총리가 서방을 향해 "제재가 계속되면 노드스트림1 공급을 끊겠다"고 협박한 날이기도 하다.
이후 러시아가 가스 공급을 지속하면서 가격은 안정되는 듯했지만, 올해 6월부터 유럽의 가스 가격은 가파르게 우상향하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올해 6월 초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관련 6차 제재로 러산 석유 금수 조치를 확정했다가, 천연가스 공급 축소라는 반격을 당했다.
올해 2월 24일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직전까지 EU의 대러 천연가스 의존도는 40%에 달해 석유(약 30%)보다 더 높은 의존도를 보였다.
러시아는 6월 중순부터 터빈 수리를 구실로 독일과 연결된 가스관 노드스트림1 공급량을 기존의 40%로 줄인 뒤, 7월 정례 보수 이후 다시 30%로, 이어 20%로 재차 감축했다.
이에 유럽 국가들은 올겨울 비축량을 채우지 못해 비상이 걸린 것이다.
특히 독일은 대러 가스 의존도가 55%로 EU 평균보다 높았던 만큼,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최악의 경우 가스 배급제를 실시하면 가정과 의료시설로 가스가 우선 공급돼 산업계는 공장 가동 중단 사태를 맞을수 있다. 경제 붕괴 시나리오다.
EU 집행위원회는 이달부터 내년 3월까지 에너지 사용량을 15% 감축하도록 권고하고, 아제르바이젠과 카타르, 아랍에미리트(UAE) 등에서 액화천연가스(LNG)를 확보해 가스수입처를 다변화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날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몬트리올을 방문, 저스틴 트뤼도 캐나다 총리와 LNG 공급 협력을 논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트뤼도 총리는 이 자리에서 "단기적인 설비용량을 늘려 글로벌 에너지 공급에 기여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캐나다 동부 해안의 LNG를 유럽으로 직수출할 수 있을 지 타당성 조사를 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캐나다가 LNG 직수출을 지원해도 난관은 여전하다. 독일 등 유럽 대부분의 국가들은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육상 파이프라인으로 공급받아왔기 때문에 해상운송된 LNG를 받아 끌어갈 인프라가 부족한 상황이다.
한편 이 같은 유럽발 가스공급난은 이제 글로벌 LNG 시장의 물량 확보 경쟁으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 역시 LNG 주요 구매국이자, 올겨울 비축량 확보를 위해 현물(스팟) 거래에 뛰어들고 있어 일정 수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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