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기후협정 각국 목표 지켜지고 있나…中 '불충분', 美·EU ''흔들'
[기후변화②] 현실이 된 예측…지금 보이는 비극은 막을 수 있을까
-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뒤늦게나마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시작한 국제사회의 '집단행동' 노력은 '교토의정서(1997)'를 넘어 '파리협정(2015)' 단계로 접어들었다.
파리협정에는 이번 세기 지구평균온도 상승폭을 2도보다 훨씬 아래로 유지, 1.5도까지 제한하는 구체적인 온도목표 합의가 담겼다.
이 밖에 온실가스 감축 의무 부담 주체도 선진 40개국에서 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전체 197개국으로 늘린 의미가 있었다.
각 당사국이 감축목표(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와 재원, 기술 역량, 기후 적응 노력 등을 '자발적'으로 설정하는 방식이다.
이미 배출된 온실가스에 책임이 적은 개발도상국과 저개발국도 참여하고, 감축 의무 준수에 구속력도 없다. 대신 책임과 역량이 많은 선진국은 더 야심찬 목표를 설정토록 하는 분위기 속에서 개도국과 저개발국을 위한 재원과 기술 지원이 요구되고 있다.
각국의 자발적 감축목표는 과연 기후를 지키기에 충분하며, 약속은 지켜지고 있을까.
◇최대 배출국 中, '매우 불충분': 중국은 파리협정 당시인 2015년 탄소 배출량이 106억 톤가량으로, 전세계 탄소 배출량(361억 톤)의 약 30%를 차지한 최대 배출국이다. 2위인 미국(당시 52억 톤)의 2배 수준이다.
기후변화분석 독립기관인 '기후행동추적(CAT)'이 중국의 파리협정 이행수준을 평가한 결과는 '매우 불충분(highly insufficient)'으로, △정책 및 조치 △국내 목표 △목표 공정성 △기후 금융 등 4개 평가항목에서 모두 부정 평가를 받았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2030년 국가 탄소배출량을 정점에 이르도록 하고 2060년에는 탄소중립을 실현하겠다고 천명했다. 이를 위해 석탄 소비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단계적으로 축소한다고 밝혔다.
정점 때까지 마음껏 배출하기 위해서일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중국 정부는 총 8.63기가와트 규모에 달하는 신규 석탄발전소를 승인했으며, 올해 석탄 생산 3억 톤 증량을 지시했다. 현재 중국 전력의 석탄 의존도는 약 60%다.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약 90%는 에너지 부문에서 나온다. 전기를 생산하는 '발전' 부문 변화가 기후 대응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유다.
◇美, 정권만 바뀌면 탈퇴: 여러 분야에서 글로벌 어젠다를 주도해온 미국이지만, 기후변화 대응 노력에서만큼은 그렇다고 말하기 어려워 보인다.
미국은 2016년 버락 오바마 정부에서 비준한 파리협정을 2017년 도널트 드럼프 정부 들어 탈퇴, 빌 클린턴 정부에서 가입한 교토의정서를 조지 W.부시 정부에서 탈퇴한 역사를 반복했다.
조 바이든 정부는 2021년 취임 직후 파리협정에 복귀하고, 2030년 말 탄소 배출량을 2005년 대비 50~52% 줄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미국의 2005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66억 톤(t).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탄소 배출이 급격히 줄기 전인 2019년 배출량(58억 톤)을 기준으로 하면, 앞으로 8년간 25억 톤(인도의 2015년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의미다.
바이든 정부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와 재생에너지 확대 및 이를 위한 주요 산업 재편을 약속했다.
문제는 '정치'가 언제든 이런 약속을 뒤집을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 6월 말 보수 편향의 미국 연방대법원은 오바마 정부가 파리협정 목표 달성을 위해 미 연방환경보호청(EPA)에 부여한 전국 석탄·가스화력발전소 배출 규제 권한을 박탈하는 판결을 내렸다.
◇어젠다 주도해온 EU, 전쟁에 '흔들': 유럽연합(EU)은 글로벌 탄소중립 어젠다를 사실상 주도해온 지역이다. 2030년까지 역내 배출량을 1990년 대비 55% 감축하기로 하고, 탄소국경세 도입과 각종 산업 분야 친환경 연료 사용 규제 등 적극적인 정책적 노력을 기울여왔다.
CAT의 비판적인 평가에서도 전체적으로는 '불충분'이지만, 정책 및 조치 항목과 국내(역내) 목표 부문에서는 '거의 충분' 평가를 받았다.
CAT는 EU에 COP(당사국총회)27 전까지 새 NCD를 제출해야 한다고 조언한 바 있다. 27차 유엔기후변화협약당사국총회는 오는 11월 이집트 샤름엘셰이크에서 열릴 예정이다.
그러나 EU의 목표 달성 여부가 달렸을 수도 있는 지금 시점 유럽 대륙에 양차 대전 이래 최대 전쟁이 발발하면서 탈(脫)탄소 기조가 흔들리고 있다. 제재에 반발한 러시아가 천연가스 공급을 줄이자 높은 대러 에너지 의존 결과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올겨울을 날 가스 비축량도 장담하지 못하는 상황이 오자, 2038년 석탄발전 전면 중단을 선언했던 독일을 시작으로 오스트리아, 네덜란드, 이탈리아 등 줄줄이 석탄 재개로 입장을 선회 중이다.
CAT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불법 침공은 유럽의 기후 행동에 새로운 시급성을 더했다"며 "EU는 현재 에너지 및 기후 정책 측면에서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지적했다. 이번 기회에 러산 화석연료에서 완전히 독립하고 재생에너지 전환을 서두를지, 후퇴할지 기로에 섰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CAT 평가에서 중국과 비슷한 '매우 불충분' 평가를 받았다. CAT는 "한국의 기후 정책과 약속은 파리 협정의 1.5°C 온도 제한과 일치하지 않는다"며, 한국의 2030년 국내 목표는 "모든 국가가 이 수준의 야망을 추구할 경우 (지구평균기온 상승폭) 3°C의 온난화로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미국과 EU, 한국 등 선진국이 탄소 순배출을 0으로 하는 탄소중립(넷제로)을 약속한 시점은 2050년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유의미한 배출 감축 실현을 약속하고 있으며, 약속 면에서는 중국도 그렇다.
그런데 목표달성 가능성이 현재로선 불투명한 점은 차치하더라도, 잦아지는 이상 현상 속 '2030→2050년 전후'로 이어지는 타임라인 자체는 정말 괜찮은 걸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에서 기후변화 '완화'를 다루는 제3실무그룹은 그렇지 않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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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기후변화란 개념이 처음 등장한 건 1800년대 초반이다. 독일 자연과학자 알렉산더 폰 훔볼트(1769~1859)가 최초로 제시, 인류의 행위로 말미암아 지구가 황폐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런 경고에도 이후 시작된 산업화는 기후변화 속도를 오히려 가속화했다. 이제 해수면 상승과 이상기온 등 기후변화의 위력은 곳곳에서 현실이 됐다. 지난여름 중국과 독일에 내린 각 '1000년', '100년' 만의 폭우나 올여름 최고 온도를 경신하며 펄펄 끓는 북반구의 폭염 등 현상에 인재(人災)의 성격이 짙다는 데 이제 이견이 많지 않은 듯하다. 그러나 기후변화를 인정하면서도 변화된 행동을 주저하는 사이 이상현상은 더 잦고 거세지고 있다. 이를 막을 시간이 정말 얼마 남지 않았다는 경고음이 높아지고 있다. 은 그 심각성과 원인, 대안을 중심으로 기후변화 대응의 현주소를 짚어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