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돗물 마시고 치약으로 이 닦으면 머리 나빠진다?

美 연구진, 어린이 뇌개발 악영향 물질에 불소 추가
전문가들 "근거 부족해 인정하기 어렵다"

(서울=뉴스1) 이준규 기자 = 필립 그랑장 하버드대 공공보건대학 교수와 필립 랜드리건 뉴욕 아이칸 의대 교수로 구성된 연구진은 수돗물의 물질을 조사한 결과, 어린이의 뇌 성장에 방해하는 화학물질의 수가 12개로 2006년 6개보다 2배로 늘었다는 점을 의학 저널 '란셋 신경학'을 통해 밝혔다.

연구진은 8년 전 조사에서 선정된 에탄올, 납, 메틸수은, 폴리염화바이페닐(PCB), 비소, 톨루엔 등 6개 외에 망간, 불소, 클로르피리포스, 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로에탄(DDT), 테트라클로로에틸렌(PCE), 폴리브롬화디페닐에테르(PBDE) 등 6개가 뇌성장 유해물질에 추가시켰다.

새로 이름을 올린 물질들은 살충제, 드라이클리닝 용품, 내연재 등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물품에 포함돼 있다. 특히 불소는 충치예방 효과가 있어 치약의 주성분으로 사용되며 많은 나라에서는 이를 수돗물에 첨가하고 있다.

연구진은 어린이의 6분의 1이 자폐증이나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 난독증과 같은 장애를 앓고 있으며 이 같은 질환의 증가와 화학물질 노출 사이에는 깊은 연관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전 세계 어린이들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독성 화학물질에 노출돼 서서히 지능이 약해지고 성격이 이상해지고 있다"며 "특히 개발도상국에서 더 심한 이 같은 현상들은 아이들의 미래를 망치고 사회에 악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우려했다.

아울러 시장에 등장하는 새로운 화학물질 뿐 아니라 기존에 산업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화학물질에 대한 조사를 다시 한다면 독성물질로 인한 피해의 상당수를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이번 연구가 과거에 나왔던 각기 다른 신뢰도를 가진 연구결과에 기반하고 있으며 제한점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데이비드 코건 사우스햄튼대 교수는 "이번 연구는 과학적인 엄격성이 결여돼 있다"며 "연구자의 추측이 너무 많이 포함돼 있어 유효성을 인정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비판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자폐증과 ADHD, 뇌성마비, 난독증 등이 화학물질에 대한 노출과 절대적인 관련성을 가지고 있지 않다고 주장했다.

장 골딩 브리스톨대학 박사는 "연구진은 불소가 어린이의 지능에 영향을 미친다면서 달랑 1장의 보고서만을 근거로 삼고 있다"며 "각기 다른 농도의 불소가 들어있는 수돗물이 공급된 마을 어린이들 간 지능지수(IQ)가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불소가 뇌 개발에 영향을 미친다고 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심지어 아이들 개개인의 불소 섭취량과 IQ의 관련성조차 비교하지 않았다"며 "이는 좋은 연구사례가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findlove@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