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화석연료 퇴출' 막판 진통…산유국 반발에 '반쪽 합의' 우려

화석연료 '퇴출' vs 탄소 '저감'…문구 하나에 각국 이해관계 첨예
의장국 UAE '질서있는 퇴출'로 중재…"12일까지 협상 타결하겠다"

6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유엔 기후 정상회의(COP28)가 열리는 엑스포시티 인근 주차장에서 한 남성이 풍력발전소를 따라 달리고 있다. 2023.12.06/ ⓒ AFP=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서울=뉴스1) 김성식 기자 = 지난달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개막한 제28차 유엔 기후변화협약(UNFCC) 당사국총회(COP28)가 오는 12일 폐막을 앞두고 합의문 작성 과정에서 막판 진통을 겪고 있다.

각국 대표들은 기후위기 대응 기금을 마련하고 재생에너지 사용량을 3배 늘리기로 일찌감치 합의했지만, 화석연료 퇴출 여부를 두고선 산유국과 개도국을 중심으로 반발이 터져오면서다. 2050년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화석연료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여야 하는 상황에서 각국 이해관계가 첨예하게 대립하자 일각에선 '반쪽짜리 합의에 그치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UNFCC는 5일 화석연료에 대한 세가지 옵션을 담은 COP28 합의문 초안을 공개했다. 유력한 옵션으로는 △"질서있고 정의로운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과 이보다 후퇴한 △"'저감되지 않은'(unabated)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기 위한 노력의 가속"이 있다. 마지막 세번째 옵션은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 문제를 일절 언급하지 않는 것이다.

석탄·석유·천연가스 등의 화석연료는 재생에너지 성장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전세계 에너지 사용의 80%를 차지하는 중요한 발전원이다. 지난 2021년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에선 각국이 석탄 발전을 감축하기로 합의해 화석연료 퇴출을 위한 첫걸음을 내디뎠지만 석유 및 가스 부문은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을 보지 못했다.

따라서 석유·가스를 포함한 화석연료의 퇴출 여부는 이번 회의의 성과를 좌우하는 시금석으로 평가된다. 현재 미국, 캐나다,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과 기후위기에 취약한 도서국 등은 화석연료를 단계적으로 퇴출하는 첫번째 옵션을 최종 합의문에 명시하기로 했다.

그러나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 중국 등은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며 화석연료의 퇴출 대신 탄소포집 및 저장(CCS) 기술을 활용한 탄소 '저감'(bate)에 무게를 싣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원유 수출국인 사우디의 반발이 크다. 압둘아지즈 빈 살만 사우디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요구하는 합의에는 절대 동의하지 않겠다"고 못 박았다.

다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탄소배출에 대한 역사적 책임이 큰 선진국들이 화석연료 사용을 먼저 중단할 경우 퇴출 방안을 지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시루스 난카비르와 우간다 에너지부 장관은 이날 로이터에 "화석연료를 당장 사용하지 말라는 건 계속 가난하게 살라는 말과 다름없다"면서도 "우리가 화석연료를 가장 마지막으로 퇴출하는 나라가 된다면 기꺼이 동의하겠다"고 말했다. 우간다는 올해 처음으로 상업용 유정을 시추했다.

회의 의장국인 UAE는 폐막일인 오는 12일 오전 7시까지는 합의문 협상을 타결하겠다며 배수의 진을 쳤다. UAE 기후변화 특사인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과 퇴출은 불가피하다"며 "200여개국 대표들은 타협한다는 마음가짐으로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높은 야망과 균형 잡힌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공통점을 찾아야 한다"고 촉구했다.

AFP 통신에 따르면 자베르 의장은 협상 중재를 위해 합의문 초안에 '질서있고 정의로운'이란 문구를 추가한 것으로 알려졌다. 각국의 경제 개발 수준과 화석연료 의존도를 기반으로 화석연료 퇴출 시기를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원만한 합의를 이끌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를 두고 자베르 의장이 UAE의 국영석유회사(ADNOC)의 최고경영자(CEO)를 겸직하고 있는 만큼 시간을 벌기 위한 '꼼수'를 부렸단 비판도 나온다.

각국이 좀처럼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자 환경단체들은 기후위기에 대응할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전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을 추적하는 학술단체인 '글로벌 탄소 프로젝트'(GCP)는 앞으로 7년 안에 지구 평균온도가 산업화 이전 대비 1.5도 이상 상승할 것이란 연구 보고서를 4일 발표했다.

지구 온도 1.5도 상승은 2015년 파리 기후변화협약으로 국제사회가 채택한 일종의 '마지노선'이다. 이 한계를 지키기 위해선 10년 안에 전세계 탄소 배출량을 전반 이하로 줄여야 한다는 게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협의체(IPCC)의 공식 전망이다. 보고서 수석 저자인 피에르 프리들링스타인 영국 액서터대 교수는 "1.5도 이하를 유지하려면 지금 당장 행동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seongskim@news1.kr